•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김정환 맛집]럭셔리 디너, 최고의 프러포즈…남산 ‘엔그릴’

등록 2013.09.16 00:33:34수정 2016.12.28 08:04:0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한우 3종 실렉션 스테이크

【서울=뉴시스】한우 3종 실렉션 스테이크

【서울=뉴시스】김정환의 ‘맛있는 집’

 가을, 서울은 아름다워진다. 간간히 흰구름이 흩뿌려진 푸르고 높은 하늘을 배경 삼은 낮 시간은 물론, 화려한 도시의 불빛이 이제 좀처럼 보기 힘들어진 별들을 대신하는 밤까지, 시시각각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이런 서울을 한 눈에 다 담을 수는 없을까.

 있다. 바로 서울의 가장 높은 곳, 남산 위 N서울타워 최상층인 5층에 터를 잡은 컨템포러리 그릴 레스토랑 ‘엔그릴’(02-3455-9297)로 가면 된다.

 창가 테이블에 앉아 맛있는 음식과 감미로운 와인을 먹고 마시다 보면 거침 없이 흐르는 한강,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촌, 대한민국의 심장 광화문과 청와대, 호랑이가 그리워지는 인왕산, 저 멀리 인천 등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레스토랑 전체가 한 바퀴 도는 덕이다. 총 1시간30분. 내 앞의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래도 자신이 없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곳에서는 아예 최상급 한우 스테이크를 메인으로 구성한 로맨틱 커플 메뉴를 내놓고 있다.

【서울=뉴시스】부드러운 치킨 브로스에 리코타 치즈 필로

【서울=뉴시스】부드러운 치킨 브로스에 리코타 치즈 필로

 영국의 던컨 로버트슨 헤드셰프가 지난 6월부터 강원 횡성 대관령, 충남 예산 등 유명 한우산지를 방문해 선택한 최고의 한우고기를 메인으로 하는 7코스 요리다. 로버트슨 셰프는 현지의 세계적인 프렌치 레스토랑 ‘라틀리에 드 조엘 로부숑’을 거쳐 자신이 운영하던 프렌치 레스토랑 ‘렁비’로 미슐랭 1스타를 획득한 촉망 받는 프렌치 셰프다. 그가 지난해 한국행을 감행한 것은 요리 파트너이자 인생의 반려자인 전규정 셰프를 만났기 때문이다. 엔그릴에서 그는 헤드 셰프, 전 셰프는 파티세로 함께하고 있다. 부인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녀의 조국인 한국까지 사랑하게 된 그는 한국의 식자재를 다양한 요리에 접목시켜왔다.

 로버트슨 셰프가 최근 태어난 딸과 한국에서 새롭게 완성된 가족 사랑을 한우에 담아 선보인 것이 이 커플 메뉴다. 아름다운 전망에 그런 메뉴가 곁들여졌으니 최고의 프러포즈 요리일 수밖에 없다.

 주문을 하고 샴페인을 마시면서 기다리면 잠시 뒤 ‘버팔로 브라타, 훈제 숭어알, 연한 샐러리’가 등장한다. 얇게 슬라이스한 빵 위에 크리미한 질감의 버펄로, 브라타 치즈, 훈제시킨 염건숭어알을 얹은 뒤 샐러리로 상큼하게 마무리해준다. 염건숭어알은 지중해의 캐비어로 불릴 정도의 고급 식재로 짭잘한 맛이 식욕을 돋운다.

 다음은 ‘도미 크루도, 매운 드레싱’과 ‘스테이크 타르타르, 아브르가 청어 캐비어’ 중 선택할 수 있다. 도미 크루도는 신선한 도미를 주재료로 한 이탈리안 사시미 스타일의 요리다. 올리브 오일, 오렌지 주스, 청양고추 소스 등을 함께 넣어 만든 소스가 감칠맛을 내며 껍질을 벗긴 신선한 자몽이 곁들여져 상큼한 맛을 더한다. 고추 가루를 뿌려 매콤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스테이크 타르타르는 지방이 적은 한우의 안심 부위를 곱게 다진 뒤 케이퍼, 파슬리, 후추, 고추가루, 달걀노른자, 포도씨오일, 토마토케첩, 타바스코소스, 우스타소스, 다진 양파 등을 버무려 올린 프랑스 전통 스테이크 요리다. 타르타르 위에 캐비어를 얹어 특유의 짭조름한 맛을 낸다.

【서울=뉴시스】프람멘슈, 세라노햄, 메추리 수란, 발사믹 소스

【서울=뉴시스】프람멘슈, 세라노햄, 메추리 수란, 발사믹 소스

 다시 선택이다. 홈메이드 페투치니와 도톰한 랍스터 살 위에 보기에도 맛깔스러운 붉은 빛 랍스터 머리와 껍질, 양파, 토마토, 바질, 당근 등을 함께 넣어 끓여낸 비스크 소스를 더해 감칠맛을 낸 남프랑스 스타일의 파스타인 ‘랍스터 페투치니’와 얇고 바삭하게 구운 담백한 도우 위에 소금에 절여 훈제한 뒤 얇게 말린 독특한 풍미의 세라노 햄, 메추리 수란 등 다양한 토핑을 올려 완성한 알자스 지방 스타일 피자인 ‘프람멘슈, 세라노햄, 메추리 수란, 발사믹 소스’가 낙점을 기다린다. 

 이번에는  ‘부드러운 치킨 브로스에 리코타 치즈 필로’ 차례다. 파마산 치즈와 계란, 허브 세이지를 넣고 우려낸 국물에 감자, 닭, 서양식 만두인 뇨키를 넣고 핸드메이드 리코타 치즈를 첨가해 담백하면서 부드러운 건강식 메뉴다. 빵을 하나 들어 접시에 남은 국물까지 싹싹 묻혀먹으며 설거지를 할 정도로 환상적인 맛을 자랑한다. 창피해 안 해도 된다. 셰프에 대한 격찬이다.

 마침내 메인이자 하이라이트인 ‘최상급 한우 실렉션 스테이크’가 온다. 안심, 채끝, 부채살 등 한우의 다양한 부위 중 그날 아침 들어온 가장 좋은 부위 3개로 이뤄진다. 참숯에 한번 구운 다음 상온에서 식힌다. 이때 소금간을 하고, 지방 부위를 끓인 다음 물을 넣고 절여 훈제시킨 소스를 추가함으로써 스모크향이 더욱 은은하게 날 수 있도록 한다. 그런 다음 그릴에 다시 구워낸다. 한 접시에 3개 부위를 담아내므로 골고루 맛볼 수 있다. 고기 자체가 감칠맛이 나는 데다 로버트슨 셰프가 왜 그릴 요리의 대가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잘 구워져 더욱 행복하다. 서버한테 부위 종류만 알려주고 어느 것이 무슨 부위인가는 한 점씩 먹은 다음 알려달라고 한 뒤 맛보면 더욱 재미나게 먹을 수 있다.

 메인 요리까지 쉴 틈 없이 달렸으면 배가 가득 찰 만도 한데, 신기하게도 디저트를 먹는 배는 따로 있나 보다. 전통 식재인 누룽지에서 착안해 만든 쌀을 볶아 우유와 크림을 섞고 완성한 ‘누룽지 아이스크림’과 담백하게 튀긴 팝콘과 달콤한 캐러멜 크림 소스를 얹어 완성한 ‘팝콘 아이스크림’ 중 고심 끝에 하나를 골라야 하니 말이다.

【서울=뉴시스】스테이크 타르타르, 아브르가 청어 캐비어

【서울=뉴시스】스테이크 타르타르, 아브르가 청어 캐비어

 디저트는 또 있다. 에스키모 얼음집 이글루 모양의 부드럽고 달콤한 케이크 디저트인 ‘머랭과 마스카포네 크림’과 달콤하고 향긋한 프렌치 디저트 ‘캐러멜 크림’ 중 또 선택의 고민을 해야 한다. 끝으로 ‘시폰 케이크’가 나온다. 밀가루와 우유, 달걀로 부드럽게 반죽한 시폰 시트에 달콤한 생크림을 바른 케이크다. 배부른 사람들을 위해 테이크아웃해갈 수 있게 해준다.

 프러포즈를 위해 꼭 커플 메뉴만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우 안심 스테이크’, ‘립아이’, ‘한우 채끝 스테이크’, ‘양갈비’, ‘랍스터’, ‘참대구’ 등을 메인으로 애피타이저, 수프, 디저트(커피 또는 차), 홈메이드 푸띠푸가 곁들여지는 다채로운 세트 메뉴도 있느니 예산에 맞춰 선택해도 1시간30분 동안 정성을 다한다면 프러포즈가 그리 어렵지만 않을 것이다.

 연중무휴이며, 평일의 경우 런치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디너는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주말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문을 연다. 100% 예약제로 이용객은 N타워 1층에서 예약자명을 말하면 엘리베이터로 안내된다. 이용객은 N타워 전망대(1인 9000원)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N서울타워는 차량으로 올라갈 수 없다는 점이다. 충무로, 명동 등에서 남산순환버스를 이용하거나 도보로 올라와야 한다.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많이 먹고 운동하며 올라와 마음껏 먹거나 운동 삼아 내려가 소화를 시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도 않아 보인다.

 문화부 차장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