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캔 뚜껑 수집…못다핀 장애인 '사랑'

【나주=뉴시스】이창우 기자 = "알루미늄 캔 뚜껑 1만개를 모아 기증하면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휠체어를 기증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지난 10년 동안 열심히 수집했는데‥."
14일 전남 나주시 노안면 국도변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아주머니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한 채 말꼬리를 흐렸다.
이 식당 벽면 선반에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진귀한 물건이 담긴 생수병이 눈에 띈다.
선반위에 가지런히 놓인 1.8ℓ 생수병 14개에는 알루미늄 캔 뚜껑이 병 입구까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녀가 현재까지 모은 캔 뚜껑 개수는 대략 3만여 개로 알려졌다.
10여 년째 캔 뚜껑을 모으고 있는 주인공은 이 식당 주인 김모(62·여)씨.
그녀가 캔 뚜껑을 모으게 된 사연은 이렇다.
10년 전 우연히 알루미늄 캔 뚜껑 1만개를 모아 장애인단체에 기증하면 휠체어 1대와 바꿀 수 있고, 휠체어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기증할 수 있다는 소문을 접한 뒤 캔 뚜껑 수집에 나섰다.
그녀는 이후부터 식당 손님들이 마시고 간 캔음료 뚜껑에서부터 길거리에 버려진 캔을 발견하면 뚜껑을 분리해 호주머니에 넣고 귀가할 정도로 캔 뚜껑 수집에 열중했다.

이제는 코흘리게 손주들까지 나서서 할머니의 캔 뚜껑 수집을 도울 정도로 그녀의 캔 뚜껑 수집 사랑은 집안은 물론 동네에서도 유명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열심히 모은 캔 뚜껑을 휠체어와 바꿔주는 단체나 기업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자 그녀는 현재 실망해 하고 있다.
그녀가 접한 캔 뚜껑 1만개를 모아 기증하면 휠체어 1대와 바꿀 수 있다는 소문의 근원지는 10년 전 한 재일교포 사업가가 모 연예인을 내세워 이 같은 뜻의 공익적인 캠페인 전개를 발표한 뒤부터 급속도로 확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해당 기업이 부도가 난 뒤에도 이 같은 소문은 가슴이 따뜻한 이들에게 쉽게 잊어지지 않은 채 현재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안 그녀는 실망하면서도 '고가인 알루미늄' 소재의 캔 뚜껑을 휠체어 1대 값이 나올 때까지 모으겠다며 캔 뚜껑 수집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씨는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지난 10년간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캔 뚜껑을 모아왔다"면서 "비록 휠체어와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실망하지 않고 계속 수집해서 내 손으로 휠체어 1대값이라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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