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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인권'긴급토론회…피해가족 증언 "더 늦기전에 병영혁신을"

등록 2014.08.13 13:09:07수정 2016.12.28 13: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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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13일 오전 28사단 윤일병 사건 관련 군 인권문제 긴급토론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가혹행위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증언을 하고 있다. 2014.08.13.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화목했던 가정의 1남2녀 중 장녀로 태어나 국가에 헌신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온 앞날이 창창한 여군 장교였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8사단 윤 일병 사건 관련 군(軍) 인권문제 긴급 토론회'에 오 대위의 유가족 대표로 참석한 고모부가 기억하는 살아 생전의 조카 모습이다.

 오 대위는 직속 상관에게 성추행 당하고 성관계까지 요구받았다가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 대위의 고모부는 "한 상관의 잘못된 가치관으로 숨진 여군에 대한 고등군사법원의 재판이 (최근) 여러 군 관련사건으로 미뤄졌지만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었다. 게다가 피고인인00000 소령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상태"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울분을 토해냈다.

 이어 "피의자가 죄 값을 치러야 안타까운 사망사건이 재발하지 않는다. 그러려면 군과 관련이 없는 민간인에 수사와 재판을 맡겼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2011년 4월 훈련소에서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노우빈 훈련병의 어머니는 "(진단) 차트를 보니 8번의 살아날 기회가 있었는데도 의식이 잃을 때까지 의사 조차 못 만났다. 이것이 국가라 할 수 있냐"면서 연신 눈물을 훔쳤다.  

 28사단에서 집단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모(21) 일병의 사망 사건을 인용하며 "맞아 죽은 게 어떻게 사소하냐.국방부 장관이 몰랐다는 게 핑계가 될 수 있느냐. 책임자는 당연히 물러나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가해자) 이 병장의 심성이 나빠서였겠나. (이 병장을) 누가 왜 그렇게 만들어 놨는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11사단에서 뇌종양으로 방치됐다 숨진 신성민 상병의 누나는 "뇌를 잘라버릴 만큼 아팠다는 얘한테 두통 약만 주고 휴가때 파견근무 시켜 인분을 치우게 했다. 혼자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 고통을 감당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면서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다가 "군인도 인간으로서의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진료권이 보장됐으면 한다"고 성토했다.  

 신 상병의 누나는 과거 2명의 가해자 중 1명이 집을 찾아와 사죄했던 일을 회고하며 "맨 정신에는 어려웠는지 술을 먹고와서는 '나 같은 것은 죽어야 한다'며 칼을 들고 자신의 잘못을 얘기하더라. 반면 나머지 1명은 (뻔뻔하게) 얘 낳고 잘 살고 있더라, 우리는 (동생이 사망한 당시의) 시간에 멈춰있는데. 죄를 지은 사람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더이상의 윤 일병과 신성민이 나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우리 아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정부와 정치권이 눈 여겨봤더라면 윤 일병의 죽음은 미연에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며 말을 꺼낸 임모 상병의 어머니는 격해진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임모 상병은 6사단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얻게 됐지만, 3명의 가해자 중 2명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단 1명만이 폭행 혐의로 기소됐을 뿐이다.  

 임 상병의 어머니는 "은폐·축소하며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는 기관이 왜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얼마 전 국방부 항의 방문갔을 때도 우리를 맞이해주지 않았다. 잘못된 관습을 바꾸라고 요구하러 간 것인데, 뭐가 두려워 문을 잠그고 의경을 앞세운 것이냐. 군이 새롭게 거듭나지 않는다면 또다른 피해자는 계속 나올 것"이라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군과 국회는 생색내기 대안만 찾지 말고, 국가의 부름에 달려간 아들들이 부모 곁에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군법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봐라. 법의 망을 빠져나가 엄청난 피해를 입고도 책임 입증까지 해야하는 우리보다 편히 지내는 가해자를 지켜보는 고통은 엄청나다"고 지적했다.

 훈련소에서 자살한 정희택 훈련병의 어머니는 "우리 얘는 군대에서 이뤄진 약 처방이 효과가 없어 민간병원 진료를 원했을 뿐이다. 약을 (군으로) 들여보내주면 안되냐는 편지를 쓸 정도로 아팠는데, 군은 오히려 가족들한테 전화 연락할 기회를 2번이나 고의로 빼앗았다. 우리 얘가 납득할 만한 처지만 해줬어도 그렇게 답답해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그러면서 "윤 일병과 같이 외부적으로 가혹행위가 있는 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심적 고통을 느끼는 병사들도 있다. 우리 얘와 비슷한 처지의 젊은이들이 군에서 소통 문제로 가슴 아픈 사건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적극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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