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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아 얻은 시 50편, 김이듬 '히스테리아'

등록 2014.08.31 08:11:00수정 2016.12.28 13: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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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히스테리아 / 김이듬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내 마음의 기생은 어디서 왔는가. 오늘 밤 강가에 머물며 영감(靈感)을 뫼실까 하는 이 심정은. 영혼이라도 팔아 시 한 줄 얻고 싶은 이 퇴폐를 어찌할까. 밤마다 칼춤을 추는 나의 유흥은 어느 별에 박힌 유전자인가. 나는 사채 이자에 묶인 육체파 창녀하고 다를 바 없다.”(시골창녀 중)  kafka@newsis.com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히스테리아 / 김이듬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내 마음의 기생은 어디서 왔는가. 오늘 밤 강가에 머물며 영감(靈感)을 뫼실까 하는 이 심정은. 영혼이라도 팔아 시 한 줄 얻고 싶은 이 퇴폐를 어찌할까. 밤마다 칼춤을 추는 나의 유흥은 어느 별에 박힌 유전자인가. 나는 사채 이자에 묶인 육체파 창녀하고 다를 바 없다.”(시골창녀 중)

 ‘히스테리아’는 2001년 ‘포에지’로 등단, ‘별 모양의 얼룩’(천년의 시작) ‘명랑하라 팜 파탈’(문학과지성사) ‘말할 수 없는 애인’(문학과지성사) ‘베를린, 달렘의 노래’(서정시학) 등을 통해 독특한 시 세계를 구축해온 시인 김이듬(45)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2014년 웹진 시인광장 올해의 좋은 시 상을 받은 ‘시골창녀’를 비롯해 ‘영혼을 팔아 얻은 시’ 50편이 실렸다.

 “아 어쩐다, 다른 게 나왔으니, 주문한 음식보다 비싼 게 나왔으니, 아 어쩐다, 짜장면 시켰는데 삼선짜장면이 나왔으니, 이봐요, 그냥 짜장면 시켰는데요, 아뇨, 손님이 삼선짜장면이라고 말했잖아요, 아 어쩐다,”(사과 없어요 중)

 시인은 도처에서 맞닥뜨릴 만한 불쾌하지만 사소한 것을 시 안으로 끌어들인 뒤 의미를 확장한다. 주문한 것과 다른 음식을 받아든 순간의 내적 갈등을 들여다보는 ‘사과 없어요’, 시각장애 안마사의 인생역정을 듣는 와중에 시를 쓰는 일의 의미를 반성하는 ‘변신’ 등이 그렇다.

 “이건 너무 상투적이잖아요. 이렇게 쓰시면 안 됩니다. 노인이 내민 시에 칼질을 한다. … 선생님, 방금 그 작품은 내가 쓴 게 아닙니다. 아무리 애써도 시를 쓸 수가 없어 유명한 시인의 수상 작품을 필사해봤어요. 내 머리는 떨어진다. 책상 위에는 첨삭하느라 엉망이 된 유명 시인의 작품이 있다. 그것은 마치 왜 그렇게 비싼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명품 브랜드 가방 같다. 노인이 나를 보며 웃지 않으려 애쓴다.”(내 눈을 감기세요 중)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웹진 '시인광장'이 제7회 '올해의 좋은시'상 수상자로 시인 김이듬(45)을 선정했다.  수상작은 '시골 창녀'다.  정한용(시인·문학평론가)은 "작품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상상력의 신선함,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과 우리의 선입견을 뒤집는 충격은 요즘 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평했다.  김씨는 2001년 계간 '포에지'로 등단했다. 시집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 '베를린, 달렘의 노래',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를 출간했다. 2010년 시와세계작품상, 2011년 김달진창원문학상 등을 받았다.  시상식은 3월8일 서울 대학로 일석기념관에서 열린다.  kafka@newsis.com

 시인이 실제로 겪은 듯한 일화들도 산재해 있다. 보이스피싱(운석이 쏟아지는 밤에), 온라인 직거래 사기(빈티지 소울), 시 창작 수강생과의 에피소드(내 눈을 감기세요) 등이다. 이 시들 대부분은 위트를 품었다. 책장을 넘기다 엷은 미소를 짓게 하는 미덕이다.

 “B시의 변두리에는 매춘부가 사는 골목이 있었어요. 소녀는 나처럼 중얼중얼거렸죠. 자신만 편애하다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질투를 느낀 애였죠. 그나저나 에이즈에 감염되어 북풍으로 가는 배 타고 떠났다고 합니다. 어쩌면 에이즈를 복음처럼 퍼드릴지 모르죠.”(B시에서 일어난 일 중)

 시집에는 자주 미혼모, 창녀, 장애인, 이혼녀, 동성애자, 정신질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등장한다. 사회의 주류에 편승하지 못하고 중심에서 거듭 밀려난 이들이다. 김이듬은 이들에게로 뛰어들어 시를 쓴다. 아니면 애초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

 “김이듬의 시는 낯선 것에 대한 탐닉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그의 시가 취하는 낯섦은 일상적이고 익숙하며 범박한 것이 뿜어내는 시적 영감에 포획되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접사의 결과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해야 한다.”(문학평론가 조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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