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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조, 다시 개여울에서 휘파람 불다…'37년'

등록 2016.02.23 18:27:07수정 2016.12.28 16: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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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당신은 무슨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  44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 입은 '개여울'은 정미조(67)의 여전히 우아한 목소리를 타고 23일 오후 서울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뭉근하게 울려퍼졌다.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당신은 무슨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

 44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 입은 '개여울'은 정미조(67)의 여전히 우아한 목소리를 타고 23일 오후 서울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뭉근하게 울려퍼졌다.

 1970년대 디바인 정미조가 1972년 데뷔하면서 발표한 1집 '그리운생각/ 불타는 사랑'에 실린 곡이다. 그녀가 37년 만에 가수로 돌아오면서 24일 발표하는 새 앨범 '37년'에 클래식 편곡으로 첫 트랙에 다시 실렸다. 융숭깊어진 해석으로 더욱 아련해졌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목소리를 자랑한 정미조는 이날 간담회에서 "어쩌다가 내가 다시 노래를 하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안경을 쓰고 머리를 하나로 묶은 모습은 세월의 흔적을 비껴갔다. 

 이어 들려준 곡은 '37년'의 타이틀곡인 신곡 '귀로'. 이번 앨범을 프로듀싱한 색소포니스트 손성제(호원대 교수)가 작곡하고 음반제작사 JNH뮤직의 이주엽 대표가 작사한 곡으로 정미조의 자전적 사연을 노랫말에 담았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 위로 정미조가 담담하게 인생의 회한을 노래한다.

 "어린 꿈이 놀던 들판을 지나, 아지랑이 피던 동산을 너머"로 시작하는 이 노래를 정미조는 "연습하면서 어릴 때 생각이 계속 나서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당신은 무슨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  44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 입은 '개여울'은 정미조(67)의 여전히 우아한 목소리를 타고 23일 오후 서울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뭉근하게 울려퍼졌다.  realpaper7@newsis.com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정미조는 '개여울'을 비롯해 '휘파람을 부세요', '그리운 생각', '불꽃' 등의 히트곡을 내며 스타덤에 올랐다. 트로트풍이 아닌 세련된 음악에 170㎝의 늘씬한 몸매와 서구적인 외모로 큰 인기를 누렸다.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학사 여가수'라는 배경도 관심에 한몫했다.

 그 시절 최고 권위의 MBC TV '10대 가수상'을 2차례 받았다. 특히 1975년 수상 때는 이미자, 송창식, 남진 등 쟁쟁한 가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화가의 꿈을 위해 1979년 TBC TV '쇼쇼쇼' 고별무대를 끝으로 프랑스 유학 길에 올랐다. 1983년 프랑스 국립장식미술학교에서 석사, 1992년 파리 제7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부터 작년까지 수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 교수로 재직했다. 그간 수차례 전시를 여는 등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이후 미디어와 제작자들의 많은 러브콜이 있었지만, 음악계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번 앨범은 그녀의 컴백에 대한 역사성을 새기기 위해 제목도 공백 기간을 붙였다. 제1의 인생이 가수, 제2의 인생이 화가 겸 교수라면 다시 제3의 인생을 여는 셈이다.

 2000년대 KBS 1TV '예술극장'과 '콘서트 7080' 등에 잠시 얼굴을 내밀었던 그녀는 "다시 (가수를) 시작한다고 하니까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왜 이렇게 떨리는지. 긴장도 되고. 밤에 잠이 안 오더라. 이제는 다시 시작하는 것이니까. 멋있고 시원하게 해야 하는데 마음이 졸아들어 긴장된다"며 쑥스러워했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당신은 무슨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  44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 입은 '개여울'은 정미조(67)의 여전히 우아한 목소리를 타고 23일 오후 서울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뭉근하게 울려퍼졌다.  realpaper7@newsis.com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가 피처링한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정미조의 여전히 관능적인 목소리가 돋보인다. 역시 손성제가 작곡하고 이 대표가 작사했다. 탱고에 라틴 아메리카 리듬을 더한 재즈 리듬인 아프로 큐반, 페르시안의 리듬이 뒤섞인 이 곡도 타이틀곡으로 고심했던 노래다.

 노래를 잇따라 3곡을 들려준 그녀는 "내 마음에 안 드는 음이 두 세 군데 있다"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긴장을 하다 보니 목소리 컨트롤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44년 전에 '개여울'을 불렀을 때는 "그냥 노래를 하는 것이 좋고, 노래가 좋아서 했는데 지금은 노랫말의 시를 생각한다. 멜로디의 아름다움도 생각하며 곱씹어서 하게 된다"며 눈을 빛냈다.

 정미조는 70년대를 대표하는 대형 여자가수다. 패티 김(78)의 일화가 이를 방증한다. 정미조가 재학 중이던 이화여대의 메이데이 축제를 작곡가 길옥균과 함께 찾은 패티김이 오프닝 무대에서 노래하는 그녀를 보고 "정말 노래를 잘 한다"고 말했다.  

 "당시 토요일 뉴스가 오후 9시에 시작해서 9시30분쯤 끝났는데 이후에 패티김쇼가 방송됐다. 1972년도인가 73년도인가 쯤이었는데 인기가 대단했다. 그 분이 리허설하는데 놀러오라고 하셨는데 당시 이화여대생은 노래를 못했다. 제적을 당했지. 그때는 미스코리아 출전도 안 되고, 결혼도 안 됐다. 지금은 아이까지 데려오더라. (웃음) 그때 명동 코스모스에서 리사이틀을 했는데 꽃을 들고 찾아오셨다. 사람이 많아서 사람들이 건네서 전해준 기억도 있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당신은 무슨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  44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 입은 '개여울'은 정미조(67)의 여전히 우아한 목소리를 타고 23일 오후 서울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뭉근하게 울려퍼졌다.  realpaper7@newsis.com

 1979년 돌연 가요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본인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했다. "(검열이 심했던 군사정권 당시) '휘파람을 부세요'가 1위를 하고 방송 금지곡이 됐다. 이후 송창식 작사, 작곡의 '불꽃' 역시 금지였다. 원래 3년 만 노래를 하려다 계속했는데 '이제 그만두라는 건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생명이 노래이고 음악인데 이제는 '내가 파리로 유학을 갈 때가 됐구나'라고 생각한 거지. 그때부터 불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해서 1년 반 정도 공부를 하고 파리로 갔다."

 이번 앨범을 준비한 건 2년여. 역시 화가로도 활동하는 가수이자 JHN뮤직 소속인 최백호가 소속사를 소개시켜준 것이 앨범을 발매하게 된 큰 계기 중 하나다. "처음에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올까 했다"며 "자꾸 반복을 하다보니 옛 목소리를 찾을 수 있겠더라. 그래서 용기를 얻었다. 처음에는 용기가 안 났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녹음을 하기 전 한 달 동안 기침이 나오는 등 몸이 좋지 않았다. "미음을 갖고 다녔다. 너무 기운도 없고 힘도 안 나와서. 스튜디오의 녹음실 마이크 앞에 섰는데 제대로 소리가 안 나올 것 같더라. 녹음을 끝냈는데 안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 '이게 괜찮은가보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놓여서 내 목소리를 들어보니 내가 생각해도 괜찮더라. 하하. 칭찬을 들으니 이제 됐다보다라는 생각이 든 거다. 신이 나서, 언제 아팠냐며 노래를 불렀다."

 노래의 분위기마다 자연스럽게 맞춰 나오는 제스처도 일품이다. "어릴 때 꿈이 무용가였다"면서 "모다페(국제현대무용제) 등을 많이 보러 다녔다. 댄스 스포츠도 3년 동안 했고, (열을 지어 추는) 라인 댄스도 배우고 있다. 지금은 많이 자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37년'에는 '개여울 '휘파람을 부세요' 등 정미조의 히트곡을 재해석한 2곡과 신곡 11곡 등 총 13개 트랙이 실렸다. 앨범 역시 예전처럼 기존 가요과 분위기를 달리한다. 손성제가 프로듀싱한만큼 월드뮤직과 재즈의 어법을 수용했고, 발라드는 물론 탱고, 보사노바, 볼레로 등 음악적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당신은 무슨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  44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 입은 '개여울'은 정미조(67)의 여전히 우아한 목소리를 타고 23일 오후 서울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뭉근하게 울려퍼졌다.  realpaper7@newsis.com

 "원래 보사노바풍의 음악을 좋아한다. 프랑스 유학갔을 때 한국에서 잘 못 듣던 재즈도 듣고, 보사노바 음악도 많이 들었다. 니스에서는 한 달 동안 재즈 페스티벌을 연다. 이런 노래들도 있구나라며 흥얼거렸지. 이번에 처음에는 감을 잘 못 잡아 어려웠는데 계속 따라 하다 보니, 느껴지더라."  

 '37년'은 정미조의 정식 첫 CD앨범이기도 하다. 2006년께 예전 히트한 곡들을 모은 '골든 앨범'을 낸 적이 있으나 정규 음반은 LP로만 냈다. 음반 시장이 바뀐 요즘이니 "처음에는 2, 3곡만 새로 만들어서 먼저 유튜브 등으로 알린 다음 반응을 보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괜찮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이 노래를 너무 잘한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어쩜 노래를 그렇게 잘하는지. 그러니 자신이 없었지. 그런데 이 대표가 오랜만에 내는 앨범이니 제대로 CD가 나와야 한다며 밀어붙였다. 잘한 것 같아 너무 만족스럽다."  

 이번 앨범으로 자신과 같은 세대 뿐 아니라 "젊은 세대와 함께 하는 쪽으로 가보고 싶다"고 바랐다. "손성제씨가 젊어서, 곡이 앞으로 점점 좋은 쪽으로 갈 것만 같다. 젊은 세대가 내 노래를 좋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콘서트를 많이 하러 다니고 싶다. 요즘 K팝 가수들이 해외 활동도 많이 하지 않나. 정말 가능하다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 나가서도 활동을 했으면 한다."

 화가이기도 하다. "예술의세계를 표현하는 무용, 음악, 미술은 내게는 다 똑같은 잣대다. 예술이라는 건 한계를 짓는 것이 아닌 거다. 미술이 그냥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다. 퍼포먼스만 하는 사람도 요즘은 미술가 아닌가. 장르 자체가 무의미하다. 예술 세계를 표현하는 습관이 생겨서 그런지 내 마음에 담는 감성이 세 가지 언어로 표현되는 거 같다. 춤을 출 때는 취해서 추고. 그래 바로 그거다. 표현을 해야지. 표현을 하고 싶다."  

 손성제는 정미조에 대해 "처음 녹음할 때는 걱정이 됐는데 잘 훈련된 아름다운 악기 소리처럼 펼쳐져 놀랐다"며 "여러번 녹음해서 수정하면 처음의 느낌을 오히려 죽이는 것 같아 첫 느낌을 그대로 담았다"고 전했다. "선생님이 은퇴했을 때 초등학교 2학년이라 기억과 정보가 없었는데 주변분들을 만나면서 대단한 분이라는 걸 새삼 알게 됐다. 특히 우리 어머니가 제일 좋아한다. 아무래도 부담이 컸는데 힘이 들어가지 않기 위해 부담을 가지지 않으려고 했다."

 정미조 콘서트 '37년' 4월10일 오후 7시 LG아트센터. 게스트 최백호, 고상지. 6만6000~8만8000원. 02-3143-548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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