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화요일]샌더스는 왜 패배했나?

【에섹스 정크션=AP/뉴시스】버니 샌더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가 '슈퍼화요일'인 1일(현지시간)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주의 에섹스 정크션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환하게 웃고 있다. 2016.03.02
미국 대선 경선의 분수령인 1일(현지시간) ‘슈퍼 화요일’ 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각각 8곳과 4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미국령 사모아를 포함한 13곳 선거의 중간 집계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은 252명의 대의원이 걸린 텍사스 주를 비롯해 버지니아, 조지아, 앨라배마, 테네시, 매사추세츠, 아칸소, 사모아령 등 8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반면 샌더스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 주를 비롯해 오클라호마, 미네소타, 콜로라도 주 등 4곳에서 이겼다.
샌더스는 슈퍼화요일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경선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샌더스가 클린턴을 따라 잡을 확률은 희박해 보인다.
◇초반 돌풍 약화…예상보다 미약했던 '분노'
샌더스는 왜 초반의 돌풍을 이어가지 못했을까.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민주당원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권 하에서 샌더스가 외친 혁명 구호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사실 사회주의자 샌더스의 '봉기'는 일반의 예상보다는 훨씬 오래 지속된 것이었다. 샌더스가 가는 곳마다 구름같은 인파가 몰렸고, 엄청난 액수의 정치 후원금이 쌓였다. 샌더스의 기세에 놀란 클린턴은 그의 정책을 상당부분 수용하면서 ‘좌클릭’할 수밖에 없었다.
샌더스는 유권자들의 불만을 파고 들었다. 미국민들은 경제불황과 양극화 등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
그러나 샌더스의 도전은 결정적인 결함을 안고 있었다. 민주당원들은 샌더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공화당과 민주당원을 불문하고 미국인들은 전반적으로 자신들의 생활을 만족해 하면서 살고 있다. 지난 1월 실시된 갤럽조사에서 민주․공화 양당 모두 87%가 자신들의 삶에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WP는 “이번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기존 질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주로 공화당 쪽에 해당되는 이야기”라면서 “기존 공화당 주류 체제에 대한 불만이 트럼프의 깜짝 부상으로 표출됐지만 민주당원들은 그럴 만큼의 불만을 품고 있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실시된 WP와 ABC뉴스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60%는 미국이 현재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36%만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세부항목으로 들어가 살펴보면 샌더스가 왜 실패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응답이 나온다.
공화당원의 경우 89%가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그렇게 답한 민주당원들은 34%에 그쳤다.
◇민주당원 대다수가 현재에 '만족'
잠시 2008년 대선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8년 동안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원 6%만이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응답했었다. 공화당원들은 47%가 그렇다고 답했었다.
프랭크 뉴포트 갤럽 대표는 “모두들 미국인들이 화가 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는 이와 다르다. 미국인들 모두가 화가 나서 씩씩거리면서 고양이를 발로 걷어차면서 살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들의 분노는 매우 특별나다. 어느 당이 집권했느냐에 따라 분노가 달라진다. 누가 대통령이냐에 따라 분노를 거른다”라고 말했다.
올해 트럼프 후보의 돌풍을 일으킨 원동력은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공화당 사람들의 분노였다. 지난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의 돌풍을 가능케 했던 것도 이라크 침공 등 실정을 거듭한 부시 행정부에 대한 분노였다.
만일 공화당이 집권한 상황에서 샌더스 후보가 나왔다면 더 좋은 결실을 거뒀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상대는 민주당원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은 편인 오바마 행정부이다.
만일 공화당 정권 아래 민주당원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었다면, 경제 불평등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샌더스의 호소는 민주당 주류 후보를 눌렀을 지도 모른다.
지난 1월 실시된 갤럽 조사에서 민주당원 56%는 현 연방정부의 권한과 규모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공화당원은 1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부시 대통령 시절엔 같은 질문에 대해 공화당원 48%와 민주당원 38%가 만족한다고 답했었다.
◇오바마 향한 공격 한계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원의 지지율은 85%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흑인들의 경우 90% 이상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샌더스는 “혁명(revolution)”의 깃발을 들었다. 샌더스는 오바마의 무역정책에 대해 “매우 잘못됐다(dead wrong)”고 비판했다. 다른 국정이슈에 대해서도 “충분하지 않다(not strong enough)”라고 주장했다.
샌더스는 오바마에 의해 잘못 인도되고 있는 국정운영의 방향을 바로 잡겠다고 외쳤다. 클린턴의 공약들도 오바마의 정책들과 대동소이하다는 게 샌더스의 주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클린턴 등 민주당 주류들은 모두 큰 돈을 굴리는 부자들의 정치 기부금에 중독된 사람들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샌더스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 코넬 웨스트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을 “기업 금권정치가들의 검은 꼭두각시”라로 폄하했었다.
샌더스는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 대통령을 최대한 끌어안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하는 모든 일은 놀랍다고 칭송한다. 우리는 왜 그런지 잘 알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을 좋아하는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흑인 민주당원들 사이에서만 인기가 있는 게 아니다. 그는 대부분 민주당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 인물을 상대로 혁명을 선언한 선거운동이 끝까지 좋은 결과를 내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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