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도끼난동 계기 '혼자 유럽 온 미성년 난민' 사회문제 대두

【뷔르츠부르크=AP/뉴시스】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18일(현지시간) 기차 내 도끼 공격 사건 피해자들을 실은 앰뷸런스와 경찰차가 급히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기차 내에서 발생한 도끼 공격사건으로 20여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범인인 10대 아프가니스탄계 남성을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2016.07.19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당국은 전날 남부 바이에른주 열차 안에서 도끼를 휘두른 아프가니스탄 출신 17세 소년이 1년여 전 혼자 망명길에 올랐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 소년이 최근 급속도로 이슬람 급진주의 사상에 물들었다고 전했다.
독일에는 지난해에만 100만 명이 넘는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는 망명을 신청하기 전 법정후견인을 지정해야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난민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인력이 부족해 나이 확인에만 몇 달씩 걸린다.
독일 가족부는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18세 미만 난민이 5만2232명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지난해에만 2만5000~3만5000명의 미성년자 난민이 혼자 독일 땅에 들어왔다. 이 중 이민국에 망명 신청을 한 사람은 1만4439명이고, 3분의 1은 아프가니스탄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자체 파악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5월22일까지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 3만3200명 중 5400명이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였다. 그리스와 스페인 통계까지 합하면 혼자 유럽에 오는 어린이 난민이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고 세이브더칠드런은 파악했다.
젬마 파킨 세이브더칠드런 대변인은 지난 5월 영국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3배 가량 많은 미성년자가 보호자 없이 난민선에 오르고 있다"며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혼자 망명길에 오른 미성년자들은 북아프리카·중동 지역의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거나 역내 난민으로 떠도는 가정 출신이 많다. 밀입국 알선업자에게 줄 돈이 없는 등 모든 가족이 유럽행 난민 행렬에 오를 수 없어서 아이만 따로 보내는 경우다. 주로 장남이 유럽에 건너가서 일을 하고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폴은 올해 초 부모 없이 유럽에 온 1만여 명의 미성년자 난민이 실종됐다고 추산했다. 일부는 범죄 조직에 가담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당국은 부모나 형제, 친구 없이 혼자 난민 신세가 된 미성년자들이 특히 급진주의 사상에 현혹되거나 범죄 조직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는 망명을 신청한 미성년자에 대한 교육 및 보호 시설 부족이 지목되고 있다. 미성년자 난민 일부는 위탁 가정에 보내지지만, 다수는 당국의 관리망에서 벗어나 호스텔 등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유럽 본토에서 활동하는 급진주의자들이 미성년자 난민을 끌어들일 위험도 존재한다. 독일 정보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320여 차례의 시도가 있었다. 급진주의자들은 난민 쉼터나 모스크, 자선 단체 시설에서 미성년자 난민에게 접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성년자 난민이 범행을 저지른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4월 함부르크의 학교 교실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같은 반 학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도 아프가니스탄 출신이었다. 지난달에는 파사우에서 17세 아프가니스탄 출신 망명 신청자 등 3명이 호텔 경비원을 공격하고 강으로 던지는 사건이 있었다.
독일 정보기관 헌법수호청의 한스 게오르크 마센 청장은 올해 초 언론 인터뷰에서 "부모가 없는 미성년자 난민이 특히 걱정"이라며 "급진주의자와 범죄 조직이 이들을 특히 노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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