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본 패션…'샤넬, 미술관에 가다' 개정증보판

'국내 패션큐레이터 1호' 김홍기의 '샤넬, 미술관에 가다'가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나왔다. 2008년 출간당시 패션과 미술에 관한 지식을 재미있고 생생하게 담아내 주목받았다. '그림이 입은 옷으로 삶과 예술을 이야기'한다.
이번 책은 케이프와 스카프, 니트, 숄, 클러치, 안경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의 역사에 대한 글이 추가되었고, 몇몇 글은 내용과 도판을 보강했다.
유행은 가도 스타일은 남는다. 18세기 초에 그려진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 초상이 예다. 이 그림은 패션이 통치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루이 14세는 약 300점의 초상화를 남겼다고 한다. 초상화마다 화려한 패션을 뽐내었음은 물론이다. 그가 사치스럽고 자기도취가 강했기 때문일까?
저자 김홍기는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루이 14세는 초상화를 통해 프랑스 파리의 ‘특산품’, 즉 사치재를 홍보하는 홍보 모델을 자처했던 것"이라며 "이런 초상화들을 통해 루이 카토르즈 스타일이라고도 불리는 루이 14세 시대의 양식은 온 유럽의 미적 표준이 되었다"고 알려준다.

모자는 쿠르베의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에서는 예술가의 드높은 자부심을 상징하는 소품이었고 마네의 '뱃놀이'에서는 19세기 산업혁명의 수혜자인 유한계층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준다. 밀짚모자인 ‘보터’는 마네뿐 아니라 많은 인상주의 작가들이 행복한 삶의 상징, 특권으로서 레저의 등장을 표현하는 오브제로 썼다. 그런가 하면 모자는 계급성을 드러내는 표지이기도 했다. '라미 카페에서'의 불콰하게 취한 남성이 쓴 보울러 해트는 중산층으로 계층 이동의 욕구를 지녔던 노동자 계급을 상징한다.
화려한 도판들이 눈을 즐겁게 하는 이 책은 패션과 미술에 관한 지식을 쏙쏙 전달해준다. 미술관에서 패션을 배웠다는 저자의 경험이 책 속에 녹아 있는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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