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반려견 맡기고 떠나기 불안···"펫시터에 24시간 CCTV까지"

【서울=뉴시스】 강남 논현동의 애견호텔 '도기도기'에서 추석 연휴에 맡겨진 강아지들이 보살핌을 받고 있다. 2017. 10. 02
불미스런 사건 연이어 일어나 남의 손도 불안
펫시터 붙이거나 24시간 CCTV 애견호텔 찾아
"짐이 아닌 가족으로 인식···자녀 수준 보살핌"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간만의 연휴라 비행기표는 끊었는데 강아지 맡길 데를 찾기가 힘들어서 고민했어요. 그냥 여행을 취소할까도 생각해봤죠."
10년 넘게 강아지 두마리를 키우며 자취하는 박모(36)씨는 열흘간의 명절 연휴로 고민에 빠졌다. 해외여행 기간 반려견을 맡길 곳이 필요했으나 좀처럼 믿을 만한 곳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지인에게 맡겼다가 강아지가 염증이 생긴 채로 돌아왔지만 따질 수도 없었던 경험을 한 뒤로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조사에서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이미 1000만명을 돌파했다. 애견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도 덩달아 커져 사회에서 제공하는 케어 시스템 역시 어린 아이를 맡기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반려견을 맡기는 센터 등에서 연이어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하면서 외부의 보살핌에 대한 견주들의 우려와 경계가 커지는 실정이다.
실제로 애견 업체에 맡겨졌다가 대형견에게 물려 숨진 반려견이 이슈가 됐으며 애견 센터 주인이 직접 개를 폭행하는 영상 등은 견주들의 불안감을 키우게 했다.
애견업체를 이용해 봤다는 정승연(28)씨는 "업체에서 견주가 보지 못하는 사이 강아지들에게 먹을 것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거나 산책을 시키더라도 증거 사진만 남겨두고 바로 들어오는 상황 등을 알게 된 후로 신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반려견을 맡겨야만 하는 사람들은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서비스를 찾느라 고심한다. 24시간 폐쇄회로(CC)TV 등 고객들에게 객관적으로 신뢰를 줄 수 있는 애견호텔, 개인에게 부탁하는 '펫시터'까지 이용하고 있다.

애견호텔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견종과 서비스에 따라 적게는 하루 2만원에서부터 비싸게는 10만원 상당의 비용을 들여 반려동물을 의탁한다. 추석 연휴 기간 10일을 고려하면 1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 반려견을 맡기고 싶어하는 고객들은 늘어나고 있다. 애견호텔의 반려견을 받는 조건이 까다로워지더라도 신뢰할 수 있다면 기꺼이 이를 환영하는 모습이다.
강남 논현동에서 애견호텔 '도기도기'를 운영 중인 최수경 대표는 "최근 우려스런 사고들로 인해 견주들의 고민이 커지는 게 사실"이라며 "같은 공간에서 돌볼 때 심하게 짖는 개나 대형견을 받지 않도록 '입학 면접'을 치르고 있고 24시간 CCTV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직접 맡아주는 펫시터 시스템도 갈수록 체계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개인 펫시터를 구하는 온라인 사이트 '독앤미'에서는 시터를 자원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프로필과 원하는 가격을 공개한다.
프로필에는 자신이 사는 지역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기재된다. 산책은 몇 번 시켜줄 수 있는지와 CCTV 유무, 먹이는 사료와 간식에 장난감과 매트가 있는지까지 상세한 설명이 포함되기도 한다. 펫시터 경험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방문 펫시터 전문 사이트 '도그메이트'에서는 훈련사를 통해 전문적 교육을 이수한 펫시터를 제공하며 돌봄 중 사진과 영상 공유에 리포트까지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는 거의 어린이집 시스템에서 유아를 보살필 때 참고하는 수준과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앞으로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려견이 주인에게 갖는 의미가 커져 일정기간 집을 나서야 할 때 누군가에게 맡기는 '짐'이 아니라 꾸준히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가족'이라고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반려동물에게서 얻는 소속감이 커 위상이 높아졌다"면서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쏟는 애정과 이로 인한 관심은 비례하기 때문에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커져갈 것이다. 실제 자녀에게 원하는 보살핌 수준으로 높아져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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