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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눈 작은 여성 모델 쓰면 中 모욕인가?…"매사 일키우는 병적상태"

등록 2022.01.03 17:41:04수정 2022.01.03 17: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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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외모를 둘러싼 비하 논란 분석 기사 내놔

"애국주의와 반서구 정서 확산하며 비판 커져"

[서울=뉴시스] 중국 식품회사 싼즈쑹수가 2019년 출시한 쌀국수 광고. (사진=웨이보 캡처) 2021.01.03

[서울=뉴시스] 중국 식품회사 싼즈쑹수가 2019년 출시한 쌀국수 광고. (사진=웨이보 캡처) 2021.01.03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작은 눈을 가진 여성 모델은 중국인에 대한 모욕인가."

쌍꺼풀이 없는 길고 가는 눈매의 여성 모델을 내세운 광고들이 중국인을 비하 한 거라는 논란이 잇따른 데 대해 영국 BBC가 이를 분석하는 기사를 내놔 주목된다.

3일(현지시간) BBC는 '왜 (중국의) 어떤 사람들은 '작은 눈'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작고 찢어진 눈이 동양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착시킨다는 지적과 함께 중국인이 서구적인 미적 기준을 좇으며 논쟁을 촉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식품회사 싼즈쑹수(三隻松鼠)는 2019년 출시한 쌀국수 광고에 '차이냥냥(菜孃孃)'을 모델로 기용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난달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광고가 퍼지며 일부 네티즌이 모델의 작은 눈이 중국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회사는 "모델의 신체 특징일 뿐 중국인을 추하게 묘사할 의도가 없었다"며 "대중의 미적 감각에 불편함을 준 데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사과하고 광고도 내렸다.

여성 모델에 대한 네티즌들의 인신공격도 이어졌다. 이에 차이냥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눈이 작으면 중국인이 될 자격이 없느냐"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이어 "내 외모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것이다. 내가 태어난 날 외모 때문에 중국을 모욕한 건가"라고 반문한 뒤 "애국에 대해선 두 손 들어 찬성하지만 매사에 일을 크게 키우는 것은 병적 상태"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중국에서 모델 외모를 둘러싼 비하 논란은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프랑스 명품 업체 디올의 광고 사진을 놓고도 같은 논란이 있었다.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눈화장을 짙게 한 여성이 디올의 가방을 들고 있는 사진인데, 네티즌은 물론 관영매체까지 나서서 "작은 눈과 주근깨로 아시아 여성을 못생겨 보이게 하고 비하했다"고 비판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구찌도 눈이 작은 중국 여성을 내세운 광고를 게재해 소셜미디어에서는 불만을 제기하는 글이 이어졌다.
[서울=뉴시스]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이 23일 공식 웨이보를 통해 중국 여성을 모욕했다고 최근 논란이 제기된 사진에 대해 사실상 공식 사과했다. 논란이 된 중국 사진작가 천만의 사진. <사진출처: 디올 웨이보> 2021.11.24

[서울=뉴시스]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이 23일 공식 웨이보를 통해 중국 여성을 모욕했다고 최근 논란이 제기된 사진에 대해 사실상 공식 사과했다. 논란이 된 중국 사진작가 천만의 사진. <사진출처: 디올 웨이보> 2021.11.24


이와 관련해서 중국 내에서도 "미적 기준은 다양할 수 있는데 과도한 반응"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중국 가치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애국주의 네티즌들에 묻혀 이런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BBC는 "중국에서 온라인 민족주의와 반서구 정서가 고조되는 가운데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광고를 중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의 예로 삼았다"며 "중국 광고에서는 이상적인 미인으로 여겨지는 고운 피부와 큰 동그란 눈을 가진 모델을 더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 광고에서는 왜 등장하지 않는지 묻는다"고 언급했다.

동양인에 대한 서구의 고정관념과 편견도 문제지만 중국인의 확일화된 미적 기준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인들이 미디어 등의 영향으로 서구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콩 침례대학의 루웨이 로즈 루치우 교수는 "'찢어진 눈'을 거부하는 것은 미적 다양성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현상"이라며 "특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숨막히는 아름다움이다"고 우려했다.

델라웨어 대학의 소비자 행동 전문가인 정재희 박사는 "왕조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고대 중국에서는 작은 눈을 선호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큰 동그란 눈에 대한 현재의 선호는 서구의 영향을 받은 최근 현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이 세계에 문을 열고 외국 광고와 엔터테인먼트에 노출된 1970년대 후반에 미적 기준에 변화가 시작됐다"며 "현대 중국의 여성들은 미디어에 만연한 서구적인 기준을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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