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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의 '자유', 이러면 '죄' 된다…처벌 사례들 보니

등록 2022.02.1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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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 자유 있지만 처벌 사례 다수

옥내집회, 공동주거침입 혐의 될 수도

대법원 판단, 경우에 따라 유·무죄 달라

법조계 "취지에 따라 합법 인정될 수도"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금속노조 등 시민들이 지난 2019년 1월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 중인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2019.01.21.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금속노조 등 시민들이 지난 2019년 1월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 중인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2019.01.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귀혜 기자 = 우리나라는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되나 정도가 지나치다는 등의 이유로 때로 처벌을 받기도 한다. 특히 공동주거침입 혐의가 인정될 수 있는 특정 시설 내 집회의 경우, 다른 기본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어 처벌받을 수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선일)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집시법 위반), 공동주거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김수억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에게 지난 9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2018년 7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서울고용노동청과 대검찰청 등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농성을 한 혐의다.

재판부는 "비정규직은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이지만 주장을 펼치는 방식이 선을 넘었다"며 "주장을 대외적으로 제시하는 방법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지는 실정법 해석의 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처럼 도로 등 옥외집회가 아닌, 특정 시설의 실내나 경내에서 허가 없이 집회를 하는 경우 집시법 위반 혐의와 함께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되기도 한다.

구체적인 범죄사실에 따라 다르지만 유죄가 인정된다고 해도 김 지회장처럼 징역 실형까지 선고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다수다.

2019년 2월 제주도청 차양대와 현관 등에서 제주 제2공항 반대 기습시위를 벌인 시민단체 활동가 7명은 공동퇴거불응, 공동주거침입 등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각각 70만~200만원 사이의 벌금형과 1년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같은 해 7월 부산에 위치한 김무성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사무실 기습 시위를 벌여 공동주거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부산지역 대학생 9명은 2심에서 벌금 300만~700만원을 선고받았다.

관련한 대법원 판결 역시 다수 존재한다.

2016년 대법원은 같은 해 1월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민원실에 들어가 출입문 1곳을 봉쇄하고 구호를 외치는 등 민원실 점거 시위를 해 집시법 위반, 공동주거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알바노조 회원 A씨 등 20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A씨를 제외한 19명에 대해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1심 판결 중 최씨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항소심 판단도 유지했다.

해당 사건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주장처럼 민원제기의 목적이 일부 있더라도 민원처리법상 민원 신청은 원칙적으로 문서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지난 2019년 1월 당시 청와대 앞에서 미신고 기습 집회를 벌인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01.21.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지난 2019년 1월 당시 청와대 앞에서 미신고 기습 집회를 벌인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01.21. [email protected]


무죄를 받은 경우도 있다.

2015년 울산 울주군 고리 원전 부지 앞에서 시위를 벌여 공동주거침입,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그린피스 활동가 5명은 2017년 대법원에서 공동주거침입 혐의에 한해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집시법 위한 혐의에 대해선 벌금 100만원이 확정되며 1심 판단이 그대로 유지됐다.

1·2심 재판부는 "최씨 등이 들어간 곳은 고리 원전 건조물이 아닌 주변 토지이고, 고리 원전 건조물의 위요지(어떤 토지를 둘러싸고 있는 토지)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공동주거침입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시위 자체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장점과 단점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이 아닌 상당한 근거와 대안을 갖고 표현한 것"이라 평가했다.

법조계는 도로 등 옥외가 아닌 특정 시설 내 집회는 적절성을 인정받기 힘든 집회·시위 방식이라고 말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기본권들은 인류 역사를 통해 중요하다고 인정돼서 규정되고 있기 때문에 한 기본권이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해서 쉽게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느 쪽을 우선하는 게 아니라 양자의 균형을 꾀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원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집회·시위의 자유도 절대적이지 않고 목적과 수단의 적절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공공시설이라 하더라도 이용자들의 기본권을 고려했을 때 옥내집회는 원칙적으로 안 된다"고 했다.

다만 같은 옥내집회라고 해도 개별 집회·시위의 취지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장 교수는 "예를 들어 노동자들이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사장 집무실을 점거하는 것은 기본권 중 하나인 노동3권 행사로도 볼 수 있다"며 "이런 특수한 형태의 집회·시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집회·시위를 같은 틀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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