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탐문 추적으로 70년만에 받은 아버지 화랑무공훈장
수원시, 국방부 등 무공훈장 주인공 및 유가족 찾기에 적극 협조
1952년 전사한 故 전병규 일병의 화랑무공훈장, 지난해 아들에 전수
박채일·하규철·김종식 등 서훈 대상자 유족에도 28일 훈장 전달 예정

70년만에 받은 아버지의 화랑무공훈장을 바라보는 전진한씨. (사진제공=수원시)
[수원=뉴시스]이준구 기자 = “무공훈장을 받은 순간,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만난 것 같았습니다.”
1952년 태어난 전진한씨(70)는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전사한 전병규 일병(당시 24세)의 아들이다. 아버지는 임신한 아내를 남겨두고 입대한 뒤 강원도 철원의 전장에서 산화했기 때문에 아들의 출생을 모를 가능성이 높다.
할머니 손에서 어렵게 자란 전 씨 역시 아버지의 얼굴을 모른다. 사진은커녕 사용하던 물건이나 유품 하나 없었다. 그저 아버지는 아득한 그리움이자 안타까운 원망의 대상이었다. 전쟁에 가족을 빼앗긴 그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마음속으로 아버지를 원망할 때도 있었고, 일가를 이룬 뒤에도 아내와 자식들에게조차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희생에 대한 보답인 화랑무공훈장이 아들에게 전수된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꼬박 70년이 걸린 것이다.
강원도 철원지구 백마고지 전투에서 공을 세운 고(故) 전병규 일병은 그동안 화랑무공훈장 대상자였으나 주소지 등이 명확치 않아 훈장이 전수되지 못하고 수훈자 명단에만 남아 있었다.
뒤늦게나마 전병규 일병의 무공훈장이 아들에게 전달된 것은 국방부 ‘6·25 전쟁 무공훈장 주인공 찾기’ 사업의 성과다. 국방부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육군본부에 조사단을 꾸려 지방자치단체의 협조 하에 무공훈장 찾아주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조사단은 주소지 없이 본적지만 남아 있던 고(故) 전병규 일병의 병적을 근거로 지자체의 협조로 직접 탐문과 추적을 거쳐 유족인 아들을 찾아냈다. 긴 여정 끝에 훈장은 지난해 9월8일 수원시청에서 아들 진한씨에게 전수됐다.
그는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70년을 살았는데, 훈장을 받으니 아버지를 만난 듯이 가슴이 두근거렸다”며 “아버지가 더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말하며 빛나는 훈장을 바라봤다.
이후 봉사활동을 위해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수원시지회에 가입한 진한씨는 “세상을 떠나는 참전자들이 아버지의 전우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선양단 봉사에 참여하면서 아버지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며 “힘이 닿는 데까지 선양단 활동을 통해 아버지 같은 참전용사들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칠순의 진한씨에게는 간절한 소원이 하나 남아 있다. 아직까지 찾지 못한 아버지의 유해를 찾는 것이다. 전장에 흩어진 아버지의 유해를 찾고 싶은 마음에 이미 유전자 시료를 제출해 두고 유해발굴단의 활동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는 “70년째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아버지의 유해를 찾아 현충원에 비(碑)라도 하나 세우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국방부는 수원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6·25무공훈장찾아주기조사단’을 운영, 대한민국을 지켜낸 숨은 영웅에게 훈장을 전달하고 있다. 훈장대상자들의 본적지를 찾아 제적등본을 확인하고 유족을 추적하는 등 각고의 노력으로 2019년 7월 시작 당시 5만6000여 명의 대상자 중 1만8000여 명의 훈장 주인공을 찾았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경기지역에서 민관군 협업으로 ‘6·25 전사자 유가족 찾기’를 집중 추진하고 있다.
수원시는 국방부에 적극 협조해 오는 28일 6·25 전쟁에서 우리 나라를 위해 싸우다 희생한 3명의 국가유공자 가족에게도 무공훈장을 전수할 예정이다. ▲보병 제56연대에 소속돼 전북 남원 옥천지구에서 패잔병 소탕 작전 수행 중 부상을 입어 제대한 고(故) 박채일 이병 ▲5사단에 소속돼 1952년 강원도 고성지구 351고지 전투에서 공을 세운 고(故) 하규철 중사 ▲한국전쟁 막바지였던 1953년 7월 수도사단 1연대에 소속돼 강원 금화지구 원동리 전투에서 공을 세우다 전사한 고(故) 김종식 상병이 주인공이다.
수원시에는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참전유공자 등 모두 1만여명의 국가보훈대상자가 거주하고 있다.

한민국무공수훈자회 수원시지회 선양단이 국가유공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사진제공=무공수훈자회 수원시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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