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고 했더니 돌변…서울시민 37% "스토킹 당해봤다"
최근 1년·평생동안 한 번이라도 스토킹 경험 36.8%
가해자와의 관계, '사귄 뒤 헤어진 관계' 가장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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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서울시민 10명 중 4명은 살면서 한 번이라도 '스토킹' 피해를 겪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7일 서울여성가족재단의 '서울시민의 스토킹 피해·대응 경험과 정책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평생 동안 한 번이라도 스토킹을 당한 적이 있는 서울시민은 36.8%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8월 재단이 서울 거주 만 16세 이상~69세 이하 시민 2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 중 여성은 62%, 남성은 38%로 여성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최근 1년간 스토킹 피해율은 13.8%로 조사됐다.
평생 경험한 스토킹 피해 중에서는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가 20.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나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가 20%로 높게 나타났다.
최근 1년간 경험한 스토킹 피해 유형으로는 '우편·전화·핸드폰·온라인·SNS 등을 통해 물건, 글, 영상 등을 보내거나 보게 하는 행위'가 5.0%로 가장 많았고, '메일·핸드폰 등 개인정보를 몰래 보는 행위'가 4.8%로 뒤를 이었다. 과거에는 대면 피해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정보통신망이나 온라인을 이용한 피해가 많아진 것이다.
가장 심했던 스토킹 피해 기준 가해자와의 관계는 '사귀었다가 헤어진 관계'가 17.8%로 가장 많았다. 모르는 사람도 17.3%로 높게 조사됐다. 이어 학교·직장 관련 구성원 16.5%, 친구·지인 14.1%, 호감 관계 13.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스토킹이 시작된 시기는 성별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났다. 여성은 '가해자의 구애를 거절했을 때부터(36.8%)', '헤어지자고 한 뒤부터(35.3%)' 등의 응답률이 높았고, 남성은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의심하면서부터(31.1%)', '헤어지자고 한 뒤부터(30.7%)' 등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스토킹 피해로 인한 불안요소 1순위는 '가해자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36.2%)'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19.3%), 30대(15.3%), 10대(13.3%) 순으로 '개인정보·(성적)이미지·동영상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가 결합된 온라인 스토킹에 대한 우려가 컸다.
여성의 경우 스토킹 피해에 따른 부정적 영향으로 '혼자서 외출하는 것이 어려워졌다(48.3%)'고 꼽았다. 남성은 '학교나 직장 생활이 어려워졌다(36%)'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가해자의 금품요구나 이사, 퇴사 등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경우는 남성이 25.4%로 여성(15%)보다 높게 나타났다.
스토킹 피해를 당했어도 10명 중 3명(29.9%)은 '대응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스토킹 행위를 멈춰달라고 부탁하고 설득했다'는 응답이 26.3%, '멈추라고 강하게 항의했다'는 응답이 24.6%, 친구·가족 등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응답이 24.4%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피해 경험자들은 주로 개인적 차원에서 피해에 대응하고 있고, 신고 등의 적극적 대응은 비교적 큰 피해가 동반됐을 때 필요한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며 "'무대응을' 하나의 대응 전략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민들에게 대응 방법이나 지원체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함을 시사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 스토킹에 대한 지원정책은 가해자로부터 피해자를 숨기고, 보호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법·정책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행동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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