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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이 빼앗은 희망…전세사기피해 구제법안, 기약 없다

등록 2024.12.10 17:43:21수정 2024.12.10 21: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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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발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법안 계류

피해자들 "또 기약없는 기다림에 막막해"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11월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 180억원 전세사기 주범 최 모씨(1·2심 15년형)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4.11.19.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11월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 180억원 전세사기 주범 최 모씨(1·2심 15년형)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4.11.19.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연내에 통과될 것으로 전망됐던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구제 법안이 표류하고 있다. 지옥 같은 전세사기 피해에서 곧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던 청년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에 빠지고 있다.

10일 정치계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 대안 발의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단계에서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임대사업자의 허위서류 제출과 사기행위 등이 있는 경우 임차인에게 책임이 없다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대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보지 않게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법안은 부산에서 발생한 'HUG발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법안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HUG가 임대인 A(40대)씨로부터 받은 위조 임대차 계약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증보험을 내주면서 시작됐다.

당시 A씨는 담보채무와 보증금 합계가 건물 가치보다 많아져 HUG의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지자 보증금 액수를 낮추는 등 위조한 전세 계약서 36장을 HUG에 제출했다. 뒤늦게 허위 서류임을 인지한 HUG는 A씨가 소유한 모든 건물의 보증보험을 취소했고 HUG 보증만 믿고 있었던 세입자들은 하루아침에 전세사기 피해자가 됐다.

지난 10월 국회 국토위 국감에서 해당 사건이 공론화됐고 여아 의원들을 전세 사기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수년간 전세사기 피해와 함께 HUG와 법정 다툼까지 벌이던 피해자들은 드디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 일정이 모두 중단되면서 피해자들은 또다시 기약 없이 기다리게 됐다.

전세사기 피해자 B씨는 "원래 10일 본회의 이후 법안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피해자들에겐 해당 법안이 유일한 희망인데 기약 없이 연기된다면 더 이상 어떻게 버텨나갈지 막막하다"며 "2시간짜리 계엄이 100여명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희망을 빼앗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피해자 C씨는 "전세사기로 모든 것을 잃고 정신건강센터에 다니며 법 개정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보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살고자 노력했다"면서 "다시 살아가고자 발버둥 치며 겨우 버티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삶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조속한 법안 통과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새신랑 D씨는 "전세사기에 발 묶여 신혼집도 구하지 못하고 경매가 진행될지 마음 졸이는 삶을 살았다. 배우자에게 전세사기 피해자가 아닌 당당한 남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텼는데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됐다"며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또다시 절망감을 안겨주지 말아달라. 부디 조속한 법안 통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결혼을 앞둔 E씨는 "이달 보증금 반환 이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HUG 측 설명회를 듣고 21일 남자 친구 부모님께 결혼 이야기를 드릴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갑자기 법안이 계류됐고 다시 언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는 늪에 빠진 기분이다. 하루빨리 법안이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탄핵 정국이 끝날 때까지는 해당 법안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위 맹성규 위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고 HUG의 보증취소로 이미 피해를 본 임차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에 여야 의원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다. 피해자 구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함께 뜻을 모은 만큼 조속히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피해 구제가 될 수 있도록 법안 처리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전세보증금 19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지난 10월 1심에서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 현재 항소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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