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회견은 80년 미 외교정책의 수치스러운 반전"-NYT
트럼프 양보, 러 희망 목록과 정확히 일치하나
종전 합의 푸틴이 지킬 지 보장할 방안도 없어
"가해자 편에 서 피해자 비난, 러 기뻐 날뛸 것"
![[팜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2.19.](https://img1.newsis.com/2025/02/19/NISI20250219_0000117531_web.jpg?rnd=20250219083409)
[팜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2.19.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미국의 동맹국들을 버릴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가 18일 기자 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이 없다면서 우크라이나에 책임이 있다고 암시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영토를 양보하지 않아 전쟁이 발생했고 따라서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자신이 푸틴과 시작한 평화회담에 참여할 자격이 없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당신들은 그것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당신들은 합의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시작한 것이 아니며 푸틴이 일방적으로 침공하면서 발발했다.
트럼프는 반면 푸틴이나 러시아에 대해선 한마디의 비난도 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2014년에 처음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트럼프의 첫 임기 4년 내내 저강도 전쟁을 벌였으며 2022년 전면 침공했다.
미국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소련을 경계대상으로 간주했고 러시아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외교 정책을 180도 전환하면서 러시아를 공동사업 파트너로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는 푸틴에 대한 고립을 끝내고 미국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이에 대해 미 기업연구소(AEI) 코리 샤케 외교국방책임 연구원은 "80년 미국 외교 정책의 수치스러운 반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80년 동안의 모든 미국 대통령들이 트럼프 발언에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대국이 영토 분할한 옛 회담 분위기
트럼프는 영토 양보를 강요하는 푸틴에 대해 '천재적'이라고 칭찬해왔다. 그의 눈에 푸틴은 존경받을 인물이며, 독일, 캐나다, 프랑스와 같은 동맹국들에 대해선 경멸적 태도를 보인다.
트럼프가 제시한 양보는 러시아의 희망 목록과 동일하다. 점령한 모든 우크라이나 영토를 유지하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안보 보장을 제공하지 않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도 허용하지 않고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 등이다. 트럼프는 또 2014년 우크라이나를 처음 침공하면서 주요 7개국(G7) 모임에서 쫓겨난 러시아가 재가입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에 대한 요구를 언급하지 않았다. 과거 두 차례의 휴전 협정(민스크 협정 등)을 위반한 전력이 있는 푸틴이 이번 합의를 지키게 만들 방안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러시아를 친구로 간주하는 듯이 말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아니었다. 그는 "러시아가 야만적인 만행을 멈추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말살되고 있다"며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으나 누가 우크라이나를 말살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을 비난하고 그들이 협상에도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트럼프는 "그들이 자리에 앉지 못해 화가 났다는 말을 들었다"라면서 “그럴까, 그들은 3년 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전에도 오랫동안. 이것은 매우 쉽게 해결될 수 있었다. 어설픈 협상가라도 몇 년 전에 이것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은 영토의 손실 없이, 아주 적은 영토의 손실로. 어떤 생명의 손실도 없이. 그리고 쓰러진 도시도 없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발언에는 잘못된 주장이 여럿 섞여 있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유럽보다 3배 더 지원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킬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유럽은 1,380억 달러를 지원했으나 미국은 그보다 적은 1,190억 달러를 지원했다.
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지지율이 "4%까지 떨어졌다"고 여러 번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전쟁 초기보다 떨어졌더라도 여전히 50%에 달해 트럼프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율과 비슷하다.
트럼프는 이어 우크라이나가 대통령을 새로 뽑아야 한다는 러시아의 주장에도 동조했다.
그는 "그래, 그들이 협상 테이블에 자리를 원한다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선거를 한 지 오래되지 않았나’라고 말해야 한다”면서 "그건 러시아가 한 말이 아니다. 나와 다른 많은 나라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유럽개혁센터의 이언 본드 부소장은 "평생 한 나라의 대통령이 한 발언 중 가장 수치스러운 발언"이라며 ”트럼프가 가해자의 편에 서서 피해자를 비난하고 있다. 크렘린이 기뻐서 날뛰고 있을 것"이라고 온라인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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