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5년여 만에 카카오와 '헤어질 결심'한 사연
SKT, 카카오 지분 전량 매각 배경에 관심 집중…동맹 실익 없었던 것이 배경
5년 전 최태원·김범수 의기투합으로 양사 지분 맞교환
AI·모빌리티·커머스 등 주요 사업 동맹 약속했지만 성과 적어
5년 여 만에 1000억 이상의 수익 얻고 지분 정리
SKT "지분 팔았지만 지속 협력해 나갈 것"
![[바르셀로나(스페인)=뉴시스] 심지혜 기자 = 유영상 SKT 대표는 지난달 2일(현지 시간) MWC25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의 AI 사업 고도화 전략을 공개했다. 2025.04.25. siming@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03/NISI20250303_0001781829_web.jpg?rnd=20250303003116)
[바르셀로나(스페인)=뉴시스] 심지혜 기자 = 유영상 SKT 대표는 지난달 2일(현지 시간) MWC25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의 AI 사업 고도화 전략을 공개했다. 2025.04.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혈맹이 깨졌나." SK텔레콤이 5년여 만에 카카오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지난 2019년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며 인공지능(AI)과 플랫폼 전 영역에 걸쳐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그 당시 모바일 메신저·내비게이션·쇼핑 등 신사업 영역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던 관계라 세간의 이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최태원 SK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간 '통 큰 결단'으로 의기투합했다는 해석까지 돌았다.
그러나 양사간 협업이 원만하지는 않았다. SK텔레콤의 이번 지분 매각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지분 추가 확보를 위한 실탄 확보 등 내부 사정도 있지만, 양사간 AI 사업 전략이 확연히 달라지면서 더 이상 동맹체제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T, 카카오 지분 전량 매각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2019년 11월 3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카카오에 매각하고, 카카오는 신주를 발행해 SK텔레콤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맞교환했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카카오 지분 2.5%를, 카카오는 SK텔레콤 지분 1.6%를 보유해왔다.
SK텔레콤과 카카오의 지분 맞교환은 당시 이동통신과 모바일 플랫폼 분야의 대표 기업간 '혈맹'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양사 관계는 견원지간이나 다름 없었다. 카카오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보이스톡'으로 SK텔레콤의 문자메시지 사업에 이어 음성통화 시장마저 잠식하려 들자 SK텔레콤은 "무임승차"라며 불쾌해 했다. 또 모바일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의 'T맵'과 카카오의 '카카오내비'가 정면 충돌하며 으르렁 댔다.
그래서 뜻밖이었다. "한 사업자가 모든 걸 다할 수 없다"며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조해왔던 최태원 SK 회장과 콘텐츠·플랫폼 기업으로서 강력한 네트워크 인프라 기업과의 협력이 절실했던 김범수 창업주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빅딜이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AI를 필두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경계가 무너지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위기 의식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개방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5년 동안 '협업'보단 '경쟁'
내비게이션(티맵과 카카오내비), 택시 호출(우티(UT·현재 매각)와 카카오T), 커머스(11번가와 카톡 선물하기·톡딜) 분야에서 협업 대신 경쟁을 택했고, 특히 양사 경영진이 협력의 주된 명분으로 제시했던 AI 부문에서도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2019년 당시 사업부장으로 카카오와의 협업을 진두지휘했는데, 이같은 이유로 지분 전량 매각을 결정하고 향후 전략을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이번 지분을 매각한 이유 중 하나로 AI 등 미래 성장 투자 여력 확보를 손꼽았다. SK텔레콤이 지난해 AI 관계기업에 집행한 투자 금액은 누적 6000억원을 넘어섰다.
SK텔레콤은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접근 가능한 AI 인프라 조성을 위한 AI 인프라 슈퍼 하이웨이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한 상태다. 이 중에서 서비스형 그래픽처리장치(GPUaaS) 관련 엔비디아 GPU H100을 이미 도입했고, 2·3분기에 블랙웰 GPU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또 카카오가 아닌 글로벌 AI 전문기업들과 제휴했다. 앤트로픽(클로드), 퍼플렉시티(소나) 등에 전략적 제휴 목적으로 투자했다. SK텔레콤의 AI 에이전트 서비스인 에이닷(A.)에서 챗GPT, 라이너를 비롯한 멀티 거대언어모델(LLM)을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는 오픈AI와 손잡고 AI 서비스 카나나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18일 열린 경영 워크숍 원 카카오 서밋에서 자체 개발한 카나나부터 오픈AI 챗GPT까지 다양한 언어모델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정책을 그룹 전략 방향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카나나는 오는 28일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다. 지난달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사전적정성 검토를 받았다.
양사가 AI 사업에서 겹칠 수 없는 다른 노선을 선택한 셈이다.
다만 SK텔레콤과 카카오의 제휴 관계가 깨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두 회사는 모두 선을 그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카카오와는 앞으로도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협력 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지금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동펀드와 T우주 구독 상품 등에서의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 역시 "협력이 계속된다고 SK텔레콤이 말한 것처럼 카카오도 똑같은 입장"이라며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의 협력 관계는 지속적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2019년 SK텔레콤과 교환했던 지분도 그대로 갖고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은 5년여 만에 카카오 지분을 매각하면서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 전략적 투자를 위한 지분 교환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주식 가치 상승으로 자본 수익을 남긴 셈이다.
2021년 4월 한 차례 있었던 카카오의 액면분할을 반영한 2019년 4월 5일 수정주가(종가 기준)는 3만500원으로 SK텔레콤은 지난 24일 기준 약 29.5% 수익률을 기록했다.
카카오는 SK텔레콤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같은 기간 수익률을 따져보면 8.33%에 그쳤다. 지분 맞교환에 따른 재무적 이익만 놓고 봤을 때 SK텔레콤이 훨씬 남는 장사였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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