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민호 "이정재 선배가 제게 영감을 줘요"
'전지적 독자 시점' 10년만에 영화 컴백
영화 속 판타지소설의 주인공 유중혁 역
주인공은 안효섭…이민호는 조연 가까워
"분량 신경 쓴 적 없어…의미가 더 중요"
어느덧 30대 후반 톱스타로 10여년 활약
"지금이 제일 좋아…늘 새로운 도전 원해"
![[인터뷰]이민호 "이정재 선배가 제게 영감을 줘요"](https://img1.newsis.com/2025/07/17/NISI20250717_0001895661_web.jpg?rnd=20250717152342)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전 애초에 제 분량에 신경 써본 적이 없어요."
드라마 '꽃보다 남자'(2009) 이후 배우 이민호(38)는 이른바 '1번 배우'였다. 1번이라는 건 이런 거다. 주연 배우 중 한 명이 아니라 그가 맡은 캐릭터가 온전히 극을 이끌어가며 이야기가 그 캐릭터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꽃보다 남자'를 찍고 나서 10여년 간 이민호는 그런 배우였다. 그리고 이 기간 가장 영향력 있는 한류 스타였던 그의 위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최근 이민호 행보는 바로 그 1번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다. 2022년과 2024년에 나온 애플TV+ 시리즈 '파친코'에서 조연을 맡더니 10년만에 내놓은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7월23일 공개)에서도 출연 분량으로 따지면 1번은커녕 3~4번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17일 만난 이민호는 "그런 생각(분량에 관한 생각)을 하면서 작품을 대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게 저에 대한 선입견이죠. 제가 20대 때 받은 제안 중엔 그런 제안(조연 제안)조차 없었어요. 없어서 못한 겁니다. 저는 항상 이야기가 우선이었어요. 물론 제가 맡을 캐릭터가 분량을 떠나 극 안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 하죠. 그 의미가 제가 그 캐릭터를 택한 이유가 되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전 제 분량에 신경 써 본 적이 없어요."
김병우 감독이 연출한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멸살법')의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가 어느 날 소설 속 설정과 똑같이 세계가 멸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소설의 결말을 아는 유일한 사람인 김독자는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소설 속 주인공 유중혁과 힘을 합치게 된다. 이 작품은 작가 싱숑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연재한 웹소설이 원작. 이 소설은 슬리피-C·UMI 작가가 2020년부터 웹툰으로 연재하기도 했다.
이민호가 연기한 인물은 유중혁이다. 원작에서 유중혁은 주인공 김독자 못지 않게 비중 있는 인물이다. 사실상 투톱 캐릭터다. 그러나 원작 소설이 워낙 방대한데다 영화는 소설의 초반부만 다루고 있어서 유중혁은 존재감은 강렬할지 몰라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 더 정확하게는 활약할 이야기를 부여 받지 못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 영화를 이번 작품 한 편만 하고 그만두려고 만든 건 아니죠. 저도 유중혁이라는 인물이 이 세계관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제작진이 어떤 큰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알고 참여했어요. 후속작이 만들어진다면 유중혁의 이야기를 더 볼 수 있을 거예요. 어쨌든 이번 작품에서 이 정도 분량이라는 건 이미 다 아는 내용이었어요."
![[인터뷰]이민호 "이정재 선배가 제게 영감을 줘요"](https://img1.newsis.com/2025/07/17/NISI20250717_0001895663_web.jpg?rnd=20250717152402)
등장하는 시간은 짧지만 유중혁이 뿜어내는 아우라만큼은 특별하다. 이 캐릭터에 내재한 힘이 있기도 하지만 이민호라는 배우가 가진 카리스마가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건 분명하다. 영화 속에 나오는 액션판타지 소설 속 주인공이라는 붕뜬 설정을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이민호가 이런 역할이라도 무리할 수 없이 소화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이기 때문일 게다. 다만 그는 "이번 작품을 포함해서 어떤 작품에서도 멋있어 보이려고 연기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유중혁이 특별히 멋있을 게 없는 것 같아요(타고나길 멋있다는 말이냐는 물음에 이민호는 '전혀 아니다'고 말하며 웃었다). 아마도 유중혁은 김독자의 우상 같은 존재였으니까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지점이 있는 거죠. 제가 원했던 건 이 세계관을 설득하는 데 유중혁이 해야 하는 역할이 있으니까 그걸 잘하고 싶었습니다. 유중혁의 진짜 멋진 모습은 앞으로 만들어질지도 모르는 후속작에 담길 거예요."
이민호도 어느덧 30대 후반 나이가 됐다. 2006년 데뷔해서 약 20년 간 연기해온 그는 바로 지금 일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다고 했다. 20대 10년이 여러가지 일을 경험하는 시기였다면 그 후 5~6년은 경험한 것들을 정리해보는 기간이었고, 이제 최근엔 다시 새로운 것들을 겪고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20대 10년을 보내고 나서 거기서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전 거기서 그치는 배우가 될 테니까요. 앞으로 10년을 더 내다보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러려면 새로운 걸 도전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이고요. 지금은 새로운 환경에 저를 던져 놓는 걸 좋아하고 거기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걸 즐기고 그것으로 저를 채우는 게 재밌어요."
이민호는 그러면서 배우 이정재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두 사람이 사적으로 가까운 관계라는 건 잘 알려진 얘기다. 2021년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직후에 시리즈 '파친코'가 나오면서 미국 활동 시기가 겹치기도 했다. "이정재 선배가 다양한 일에 굉장히 치열하게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감을 얻습니다. 그 몰입과 치열함이 저에게 어떤 에너지를 주는지 알게 되는 과정 중에 있어요."
이민호에게 '전지적 독자 시점'이 30대 후반 필모그래피에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냐고 물었다. 그는 "앞으로 30대 안에 3~5개 작품을 더 하게 될 것 같고, 그 작품들 면면을 보시면 제가 왜 '전지적 독자 시점'을 골랐는지 알게 될 거다"고 했다. "아직 명확하게 어떤 느낌이라고 말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그때(30대 필모그래피가 더 채워지면)가 되면 제가 말하지 않아도 관객 여러분이 알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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