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좌초에 '다시 떠오른 세월호 참사'…안전불감 여전
267명 태운 채 휴대폰 정신 팔려 무인도 돌진
협수로서 운항 지휘해야 할 선장 조타실 비워
항해사 딴짓 할 때 인도네시아 조타수 뭐했나
관제 선박 5척…사고 위험 인지 못한 관제센터
![[신안=뉴시스] 19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서 승객 260여명을 태운 여객선이 좌초했다. (사진=목포해양경찰서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1/19/NISI20251119_0021067324_web.jpg?rnd=20251119215633)
[신안=뉴시스] 19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서 승객 260여명을 태운 여객선이 좌초했다. (사진=목포해양경찰서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신안=뉴시스]박기웅 이영주 기자 = 전남 진도 해상에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1년 만에 인근 신안에서 267명을 태운 대형 여객선이 좌초돼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항해사는 휴대전화에 정신이 팔려 무인도를 향해 배를 몰았고, 작은 바위섬과 암초 틈을 지날 때 조타실을 지켜야할 선장은 자리를 비웠다.
혹시 모를 충돌사고 방지를 위해 선박 이동 경로를 예의주시해야 할 해상교통관제센터 역시 여객선이 섬으로 돌진하는 동안 사고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참사 이후 해상 안전 관리를 강조해왔지만, 안전불감증은 여전했다. 세월호가 남긴 경고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수사 결과 전날 신안 해상에서 발생한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는 항해사와 조타수 등 운항 책임자들의 안전불감증이 만든 명백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조타실에 있던 경력 13년차 일등항해사 A(40대)씨는 자동항법장치에 운항을 맡긴 채 휴대전화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해경은 A씨가 자동항법장치 목적지를 무인도인 '족도'로 설정한 뒤 운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가 난 해역은 작은 바위섬과 암초(여), 무인도 사이 비좁은 수로인 탓에 사고 예방을 위해 통상 자동항법 장치를 끄고 항해사가 직접 수동 운항한다.
A씨는 족도를 1600여m 남겨준 시점 여객선의 방향을 변경(변침)을 해야 했지만, 여전히 휴대전화에 빠져 방향을 틀지 않았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사고 위험을 인식했을 때는 족도와 여객선 거리가 100여m에 불과했다.
시속 40~45㎞ 속도로 바다 위를 달리던 여객선은 암초와 족도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코앞에 섬이 다다를 때까지 함께 조타실에 있던 경력 18년의 인도네시아 국적 베테랑 조타수 B(40대)씨도 어딘가에 정신이 팔려 위험 상황을 알지 못했다.
좁은 협수로 등 위험구간을 지날 때 조타실에서 운항을 지휘할 책임이 있는 선장 C(60대)씨 역시 아예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운항 책임자인 이들 셋 중 한 명이라도 자신들의 임무와 역할을 제대로 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다.
퀸제누비아2호는 매달 첫번째와 세번째 월요일 이틀을 제외하고 매일 목포와 제주를 두 차례 오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루에도 몇번씩, 지금껏 수없이 오간 익숙한 뱃길. 해경은 선장 C씨가 평소에도 협수로를 지날 때 조타실을 비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목포=뉴시스] 좌초 사고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의 사고 당시 행적. (사진 = 목포해경 제공) 2025.11.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1/20/NISI20251120_0001998320_web.jpg?rnd=20251120145955)
[목포=뉴시스] 좌초 사고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의 사고 당시 행적. (사진 = 목포해경 제공) 2025.11.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여객선 충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여객선 항로를 살펴야 할 관제센터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좌초 지점에서 여객선이 항로를 틀었어야 할 거리는 1600여m. 시간상 3분.
사고가 난 해역 관제를 맡은 관제사는 3분동안 사고 위험을 예측하지 못했다. 동시에 여러 선박을 살펴보느라 놓친 것 같다는 게 해경 설명이지만, 당시 사고 해역 관제 대상 선박은 5척에 불과했다.
"사고 위험성이 있는 선박이 우선 관제 대상"이라면서 무려 267명을 태운 대형 여객선이 우선 순위에 들지 못한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논란이 일자 서해해경청 관제센터 측은 이날 오후 "다시 기록을 살펴보니 VTS상 변침점에서 사고 지점까지 거리는 0.4마일(약 643m)로 확인됐다. 항적자료상 여객선 속도가 23.4노트(약 시속 43㎞)라는 점에서 사고 예측 가능 시간은 62초다"라고 해명했다.
운항 책임자들이 한눈을 판 사이 관제센터도 사고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면서 승객들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배에 타고 있던 대다수 승객들은 굉음 이후 큰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했다. 몸이 넘어질 정도로 충격이 컸고, '쿵' 소리와 함께 패닉에 빠졌다. 세월호 참사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지역민들도 사고 소식을 접하고 놀란 가슴을 부여잡아야 했다.
해경은 이날 퀸제누비아2호 A씨와 B씨를 중과실치상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 중이다. 선장 C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과실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앞서 전날 오후 8시17분께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 인근 해상에서 목포~제주 정기 운항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고가 난 여객선은 항로를 이탈, 무인도인 '족도'에 뱃머리가 얹혀진 채 15도 이상 기울었다.
좌초 사고로 여객선에 타고 있던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267명이 해경에 의해 차례로 구조, 육지로 이송됐다. 임신부를 비롯해 30명이 크고작은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고, 현재 3명이 입원했다.
밤사이 선사가 마련한 숙소 2곳에 나눠 머물렀던 나머지 승객들도 이날 오전 여객선 내 화물·차량을 되찾아 귀가했다.
![[목포=뉴시스] 이영주 기자 = 19일 오후 전남 목포시 해경부두에서 좌초됐던 퀸제누비아2호 승객들이 무사 구조돼 부두로 이동하고 있다. 2025.11.19. leeyj257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1/19/NISI20251119_0021067495_web.jpg?rnd=20251119233907)
[목포=뉴시스] 이영주 기자 = 19일 오후 전남 목포시 해경부두에서 좌초됐던 퀸제누비아2호 승객들이 무사 구조돼 부두로 이동하고 있다. 2025.11.1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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