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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지분투자, 미국 요구"…"비슷한 선례 많다"

등록 2025.12.19 14:10:54수정 2025.12.19 14: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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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참여' 합작사 고려아연 지분 확보

영풍 "내년 정기 주총 앞두고 우군"

고려아연 "美, 경영 감시하려는 것"

[서울=뉴시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을 찾아 데이비드 코플리 선임국장(가운데), 제러드 바론 더 메탈스 컴퍼니(TMC) 최고경영자(왼쪽) 등과 만나고 있다. (사진=제러드 바론 소셜미디어 갈무리) 2025.12.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을 찾아 데이비드 코플리 선임국장(가운데), 제러드 바론 더 메탈스 컴퍼니(TMC) 최고경영자(왼쪽) 등과 만나고 있다. (사진=제러드 바론 소셜미디어 갈무리) 2025.12.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고려아연이 미국 전쟁부가 참여하는 합작법인(JV)의 본사 지분 취득에 대해 이는 고려아연이 결정한 것이 아니라 미국 측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연쇄 출자 구조를 형성했다는 영풍·MBK파트너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주주명부일 폐쇄를 앞두고 지분 구조를 변동하는 것은 허용되지 말아야 한다며 이번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미국 전쟁부의 이번 투자 방식은 이전에도 전례가 많았고, 미국 전쟁부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유리할 것인지는 아직 확정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법원은 JV의 대금 납입일인 26일 이전에 가처분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의 11조원 규모 대미 투자 운명은 다음주에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19일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심문은 서울중앙지법에서 가장 큰 법정인 466호 법정에서 열렸는데, 오전 9시50분 심문 시작 전부터 법정 앞에는 수 십명의 변호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고려아연 대리인은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 투자는 미국이 일회성 투자가 아닌 주주가 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산업육성 정책"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가 주주로 참여해 전략적 동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트럼프 대통령 방식'이라는 뜻이다.

"美 지분 확보, 현지에선 일반적인 방식"

미국 전쟁부는 이미 MP머티리얼즈, 트릴로지 메탈스, 리티움 아메리카스, 벌칸 엘리먼츠와 같은 전략 광물 회사에 대한 투자 및 지분 확보를 다양하게 실행한 바 있다. 이를 볼 때 고려아연 지분 취득은 미국에서 이뤄지는 일반적인 투자와 같은 방식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이번 가처분의 핵심인 '연내 지분 취득'에 대해서도 미국과 논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2026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1명, 2027년 정기 주총에서 1명의 이사를 추천하는 의안을 내겠다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영풍·MBK파트너스는 최 회장이 내년 3월 정기 주총을 앞두고 우호 지분 확대를 위해 연내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 의결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라는 점도 이날 심문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영풍 측 대리인은 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JV는 미 정부 외에 최 회장의 백기사로 보이는 이들이 참여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투자라고 반박했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영풍 측 "美, 내년 주총서 어떤 선택할지 명백"

이에 재판부는 고려아연 측에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영풍 측에는 미 전쟁부와 JV를 만들어 설립할 법인이 최 회장의 백기사라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는지 의견을 내라고 했다.

법원은 지분 10%를 확보한 JV가 영풍·MBK파트너스와 손 잡으면 과반이 넘는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각각 31.18%와 45.58%로 14%포인트(P) 격차를 보인다.

고려아연 측은 이와 관련 "미국이 의결권을 가지려고 하는 것은 고려아연을 돕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전략적인 목적 때문이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에서 오는 21일까지 양측의 추가 제출 자료를 받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론을 26일 대금 납입일 이전에 낼 방침이다.

한편 이날 심문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이뤄지는 일촉즉발 상황을 암시하듯 법정 대리인들의 날선 신경전이 눈에 띄었다. 대리인들은 이날 심문 내내 "법정에서 더는 거짓을 듣고 싶지 않다"(영풍·MBK파트너스) "국익에 반하는 그릇된 주장"(고려아연)이라며 엇갈린 주장을 보였다.

특히 총 1시간20분간 진행된 심문 중 양측은 30분씩 발언 기회를 얻었는데, 프레젠테이션(PPT)을 활용해 상대편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재판부도 양측의 주장을 모두 청취하기 위해 타이머를 이용해 시간을 재며 최대한 형평을 맞추는 모습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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