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동심 vs 아이의 동화…두 발레단이 그린 '호두까기인형' [객석에서]
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 연말 대표 공연
어린 무용수 vs 나무 인형…해석의 차이 상징
'웅장힘' 볼쇼이 vs '화려함' 마린스키 스타일
![[서울=뉴시스]2025 예술의전당 &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1막 장면.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2025.12.23.](https://img1.newsis.com/2025/12/23/NISI20251223_0002025078_web.jpg?rnd=20251223023023)
[서울=뉴시스]2025 예술의전당 &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1막 장면.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2025.12.23.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해마다 12월이면 국내 양대 발레단,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같은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다. 고전 발레의 정수로 꼽히는 '호두까기인형'이다. 독일 작가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 왕'을 바탕으로 하지만 두 발레단의 해석은 극명하게 갈린다. 하나는 힘과 구조가 분명한 러시아식 서사에 가깝고, 다른 하나는 동화적 상상력을 극대화한 무대다.
국립발레단의 무대에서 '호두까기인형'은 나무 인형이 아니다. 빨간 옷을 입은 어린 무용수가 기마 자세에 가까운 동작으로 등장한다. 커튼콜에서도 그는 끝까지 부동의 자세를 유지하다, 마리의 대부 드로셀마이어가 머리를 눌러서야 고개를 숙인다. 의도된 연출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이 작품이 추구하는 해석의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 설정은 국립발레단 버전의 핵심이다.
국립발레단이 2000년부터 예술의전당과 함께 올려온 이 작품은 볼쇼이발레단을 33년간 이끌었던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마리우스 프티파의 원작 안무를 재해석한 버전이다. 볼쇼이 스타일을 따르는 국립발레단은 민족적 색채와 힘, 구조적인 웅장함을 강조한다. 주인공 이름도 독일식 '클라라' 대신 러시아식 '마리'를 쓴다.
반면, 유니버설발레단의 무대에는 관객이 익히 떠올리는 '나무 인형'이 등장한다. 클라라의 오빠 프릿츠가 장난치다 인형을 망가뜨리고, 목이 부러지는 장면은 갈등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마린스키발레단 출신 안무가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예술감독이 바실리 바이노넨의 안무를 가져온 이 버전은, 세련되고 화려한 마린스키 스타일을 충실히 따른다.
![[서울=뉴시스]2025 예술의전당 &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1막에 등장한 생쥐 왕.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2025.12.23.](https://img1.newsis.com/2025/12/23/NISI20251223_0002025077_web.jpg?rnd=20251223022044)
[서울=뉴시스]2025 예술의전당 &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1막에 등장한 생쥐 왕.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2025.12.23.
두 버전의 차이는 1막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국립발레단의 생쥐 군단은 탈을 쓰고 있지만, 의상은 몸에 밀착된 레오타드와 타이즈다. 쥐라는 캐릭터보다 '무용수의 몸'이 먼저 보인다. 과하지 않은 의상과 절제된 연출은 어른들의 시선으로 재구성된 동심에 가깝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다르다. 생쥐 왕은 회색 털이 달린 의상과 망토를 걸치고 등장하며, 졸병 쥐를 꾸짖는 익살스러운 장면까지 더해진다. 1막 2장에서 드로셀마이어가 클라라와 호두까기인형을 숙녀와 왕자로 변신시키고,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환상의 나라로 떠나는 장면은 동화책 한 장면을 그대로 무대에 옮긴 듯하다.
![[서울=뉴시스]2025 유니버설발레단단 '호두까기 인형' 공연 장면. 왕자 역 이동탁과 클라라 역 서혜원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5.12.23.](https://img1.newsis.com/2025/12/23/NISI20251223_0002025075_web.jpg?rnd=20251223022016)
[서울=뉴시스]2025 유니버설발레단단 '호두까기 인형' 공연 장면. 왕자 역 이동탁과 클라라 역 서혜원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5.12.23.
두 발레단 모두 군무에서는 고전 발레의 미덕을 놓치지 않는다.
1막의 대미를 장식하는 ‘눈송이 왈츠’에서 국립발레단은 단정하고 우아한 선을, 유니버설발레단은 보다 화려하고 밀도 높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차이는 2막 ‘꽃의 왈츠’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은 흰색에 연보라가 섞인 로맨틱 튀튀를 입고, 꽃잎이 흩날리는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반면 유니버설발레단은 선명한 분홍색 의상으로 무대를 채우며, 만개한 꽃밭 같은 인상을 준다.
![[서울=뉴시스]2025 유니버설발레단단 '호두까기 인형' 1막 중 '눈송이 왈츠' 장면.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5.12.23.](https://img1.newsis.com/2025/12/23/NISI20251223_0002025076_web.jpg?rnd=20251223022032)
[서울=뉴시스]2025 유니버설발레단단 '호두까기 인형' 1막 중 '눈송이 왈츠' 장면.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5.12.23.
맛으로 비유하자면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담백하고 정제된 맛에 가깝고,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달콤하고 풍미가 풍부한 디저트 같다. 어느 쪽이 더 낫다기보다, 관객의 취향이 갈릴 지점이 분명하다.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2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수석무용수 박슬기, 조연재, 김기완, 이재우, 허서명, 박종석을 비롯해 총 일곱 커플의 마리와 왕자가 출연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제임스 터글, 이병욱이 지휘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어진다.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홍향기-이현준, 서헤원-이동탁 등 일곱 커플이 각각 클라라와 왕자로 무대에 오른다. 음악은 김광현의 지휘로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서울=뉴시스]2025 유니버설발레단단 '호두까기 인형' 공연 장면. 왕자 역 이동탁과 클라라 역 서혜원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5.12.23.](https://img1.newsis.com/2025/12/23/NISI20251223_0002025074_web.jpg?rnd=20251223022004)
[서울=뉴시스]2025 유니버설발레단단 '호두까기 인형' 공연 장면. 왕자 역 이동탁과 클라라 역 서혜원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20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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