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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교훈을 무시한 트럼프의 '돈로주의'"-NYT

등록 2026.01.07 08:02:24수정 2026.01.07 08: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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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21세기에 벌인 모든 전쟁

승리 뒤 벌어진 일은 처참한 실패

중남미 개입으로 대규모 이민 초래

민주주의 종말과 세계 대전 위험 직면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트럼프 케네디 센터에서 하원 공화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2026.01.07.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트럼프 케네디 센터에서 하원 공화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2026.01.07.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니컬러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돈로주의’를 천명했다. 19세기 유럽의 미주 대륙 관여를 배제하려던 ‘먼로주의’에 자신의 이름을 합성한 명칭이다.

돈로주의는 미주 대륙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 다른 강대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미국의 지배를 확립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미국의 중남미 지배는 성공이 아니라 실패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는 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트럼프는 뻔히 보이는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Trump Is Falling for a Trap We Can All See Coming)”에서 그같이 주장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1991년 미국이 페르시아만 전쟁(걸프 전쟁)에서 승리한 직후 조지 H.W. 부시 당시 대통령이 ”베트남 증후군을 걷어찼다“고 선언했다. 베트남 증후군은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 사회에 깊이 뿌리 내렸던 전쟁에 대한 혐오감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부시의 전철 밟는 트럼프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정권 수뇌부를 제거하면서 부시의 망각을 뒤따랐다.

지난 3일 트럼프는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그 나라의 석유 자원을 사실상 접수하면서도 명확한 계획이나 법적 정당성, 일정표조차 제시하지 않은 점은 충격적이다.

21세기 미국의 전쟁들을 살펴 보자. 대부분 적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제거하면서 시작됐다. 9.11 테러 몇 주 만에 탈레반을 격퇴하고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동상을 무너트리고 배수관에 숨은 무아마르 가다피의 모습이 그러했다. 이들 나라의 정권이 교체된 순간은 전쟁의 정점이었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진 거의 모든 일이 정치인, 군 수뇌부, 국가안보 엘리트들의 계획과 어긋났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정권의 잔존 인물들에게 국가 운영을 맡기고,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 무엇보다 석유 문제에 대해서만 자신에게 따르도록 하면서 이 흐름을 거스르려 하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속이 텅 비어 있고, 부패로 썩어 있으며, 제재로 인해 마비돼 있고, 권력을 놓고 경쟁하는 여러 파벌로 가득 차 있다.

그중 일부는 중무장 상태다. 이러한 경쟁이 폭력이나 혼란으로 변하는 데는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인프라를 재건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미국 개입, 남미 국민들에 참담한 결과 초래

둘째, 우리는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오랜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 미국의 개입은 냉전 시기 좌파 지도자들을 축출하거나 천연자원 접근을 확보하는 등 미국의 이익을 충족시켰을지 모르지만, 대체로 그 결과는 억압적인 우익 정권, 내전, 만연한 범죄를 떠안게 된 해당 국가 국민들에게는 참담했다.

현실주의자나 냉소주의자는 지역 주민들이 보호받지 못했더라도 미국의 이익은 지켜졌다고 반박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와 같은 나라들은 우리가 잔혹한 분쟁에 관여한 결과 부분적으로 붕괴되었고, 결국 미국 국경으로 몰려오는 대규모 이주의 원천이 되었다.

쿠바와 베네수엘라에서 우익 세력을 지원한 미국의 행위는, 수십 년 동안 미국을 괴롭혀 온 좌파 정치의 부상을 오히려 부추겼다.

군사력과 경제적 압박으로 서반구를 통제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생각은 역사의 교훈이 필요한 대목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무력 사용을 규율하는 새로운 국제법이 만들어진 것은 민족주의·권위주의·군국주의가 결합하면 매우 위험하다는 경험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마두로를 베네수엘라에서 제거하면서 그 규칙을 무시했다.

미국 민주주의가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의회의 승인도, 국제법적 정당성도, 임박한 위협도 없이 마두로를 제거하는 군사 작전은, 불과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만 해도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영토와 자원을 정복함으로써 권력과 자기 과시를 추구하는 독재적 지도자를 보고 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쿠바, 콜롬비아, 멕시코, 이란에 대한 공격을 위협했고,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심지어 캐나다의 병합까지 거론해 왔다.

미국은 겸손이나 신중함을 배우지 못해

이 모든 것은 그의 야망이 베네수엘라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다. 또 트럼프가 지지율 하락, 중간선거 패배, 레임덕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미국 민주주의의 실패와 맞물린 국제 질서 상황이 극도의 불안을 초래한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발생한 정복 전쟁이나 영토 분할을 겪지 않은 탓에 겸손이나 신중함을 배우지 못했다.

미국에는 무엇을 하든 본질적으로 옳다는 예외주의를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전후 질서를 구축하는 데서 미국의 지도력에 감사했고, 러시아나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를 두려워한 많은 나라들이,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미국의 패권에 순응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역사의 대가를 치러왔다. 베트남 증후군을 걷어찼다고 선언했던 걸프전은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을 공격하도록 부추겼다.

이어진 이라크 재침공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의구심을 자아냈고 중국과 러시아가 더욱 공세적이 되도록 만들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이제 겨우 1년을 지났다. 남은 임기 3년 동안 우리는 민주적 권력 이양의 종말과 세계 대전이라는 두 가지 위험에 직면해 있다.

대외 문제에서 갈수록 호전적이 돼 가는 트럼프에 대한 경고음이 울려야 한다.

트럼프가 이란과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를 폭격하는 것을 의회가 용인해 왔다. 더 이상 그래선 안 된다. 

의회가 트럼프가 해외에서 전쟁을 거듭 벌이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조직적인 노력을 펴야 한다. 전쟁 권한과, 그의 제국주의적 야망에 필요한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주장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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