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달라진 韓 콘텐츠 생태계…'하청기지' 논란은 과제[넷플릭스 10년下]
넷플릭스式 투자, K-콘텐츠 제작 판 바꿨다…"제값 주고 간섭 안하기"
웹툰 원작 글로벌 흥행으로 IP 가치 재평가
하청기지·IP 수익 배분 논란은 남은 숙제
![[서울=뉴시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3 (사진=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6/30/NISI20250630_0001880599_web.jpg?rnd=20250630162943)
[서울=뉴시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3 (사진=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 영화감독 A씨는 2008년 한 스릴러 작품을 구상했다.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경쟁 구조를 어린 시절 놀이에 빗대 풀어낸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 기획은 10여 년간 투자자와 제작사, 방송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상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 "지나치게 잔인하다", "상업성이 없다"는 평가가 반복됐다. 제작 가능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시나리오는 오랫동안 서랍 속에 머물렀다.
세상에 나오지 못한 채 잊히는 듯했던 이 작품은 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손잡으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이 작품은 2021년 공개 직후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어린 시절 놀이를 차용한 설정과 강렬한 비주얼, 빈부 격차와 인간의 욕망을 건드린 서사는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황동혁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탄생 비화다.
넷플릭스 등장 이후 국내 콘텐츠 제작 생태계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한국 콘텐츠가 지상파 3사와 소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종속돼 있던 제작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작품이 황 감독의 '오징어 게임'이다. 공개 후 4주간 전 세계 1억 4243만 가구가 시청하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황 감독은 2021년 시즌 1 흥행 후 인터뷰에서 "(넷플릭스에서는) 형식과 수위, 길이 등에 제한 없이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은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며 "상당히 위험성이 있는 작품인데 글로벌 OTT이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2' 세트장 (사진=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1/09/NISI20260109_0002037447_web.jpg?rnd=20260109155650)
[서울=뉴시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2' 세트장 (사진=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넷플릭스의 투자는 단순 자본 투입에 그치지 않았다. 제작비를 충분히 보장하고 제작 과정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했다. 광고 수익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 덕분에 제작진이 간접광고(PPL)를 무리하게 삽입할 필요도 줄었다.
결과적으로 넷플릭스는 지난 10년간 K-콘텐츠의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 알리는 '글로벌 쇼케이스'이자 한국 콘텐츠 산업 수준을 상향 평준화시킨 기폭제 역할을 했다.
웹툰 IP, 넷플릭스 타고 세계로…확장된 K-콘텐츠 고속도로
![[서울=뉴시스] 네이버시리즈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왼쪽)를 영상화한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사진=네이버웹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24/NISI20250124_0001758114_web.jpg?rnd=20250124103104)
[서울=뉴시스] 네이버시리즈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왼쪽)를 영상화한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사진=네이버웹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넷플릭스는 국내 웹툰·웹소설 지식재산(IP)의 글로벌 확장 경로도 넓혔다. 네이버·카카오 플랫폼에서 유통되던 웹소설·웹툰이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돼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웹툰→영상 글로벌 흥행→원작 역주행'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도 자리 잡았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이 회사 IP 기반으로 영상화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수는 24개다. '스위트홈'과 '지금 우리 학교는'은 흥행 성공을 거둬 차기 시즌 제작이 이뤄졌다. 지난해 1월 공개한 '중증외상센터'는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비영어 부문 17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고 청룡시리즈어워즈 드라마 부문 최우수상도 받았다.
국내에서 검증된 IP가 넷플릭스로 세계 시장에 알려지면서 웹툰이 글로벌 영상 산업의 핵심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네이버웹툰 모회사 웹툰 엔터테인먼트가 북미에 웹툰 브랜드를 알리는 데도 넷플릭스의 영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서울=뉴시스] 네이버웹툰의 미국 본사 웹툰 엔터테인먼트가 월트디즈니 컴퍼니와 글로벌 콘텐츠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12일(현지 시간) 밝혔다. 2025.08.13. (사진=네이버웹툰 제공)](https://img1.newsis.com/2025/08/13/NISI20250813_0001916892_web.jpg?rnd=20250813061922)
[서울=뉴시스] 네이버웹툰의 미국 본사 웹툰 엔터테인먼트가 월트디즈니 컴퍼니와 글로벌 콘텐츠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12일(현지 시간) 밝혔다. 2025.08.13. (사진=네이버웹툰 제공)
웹툰 원작의 상업성이 증명되자 보수적이었던 북미 엔터 업계 시각이 달라졌다. 웹툰 엔터가 월트디즈니 컴퍼니, 워너 브라더스 애니메이션(WBA) 등 글로벌 대형 제작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발판이 됐다.
넷플릭스는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과의 협업도 병행하고 있다. 네이버와 멤버십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한국 콘텐츠 생태계 안에서의 역할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네이버의 경우 넷플릭스와의 멤버십 제휴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신규 가입자가 제휴 전 대비 1.5배 이상 증가하는 등 플랫폼 간의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글로벌 유통망과 마케팅 역량을 갖춘 넷플릭스가 국내 IP의 해외 진출 비용과 리스크를 상당 부분 흡수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포식자'인가 '동반자'인가…K-콘텐츠 주인은 누구
![[서울=뉴시스] '오징어게임'.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5.07.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7/17/NISI20250717_0001895352_web.jpg?rnd=20250717113425)
[서울=뉴시스] '오징어게임'.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5.07.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넷플릭스 영향력이 커질수록 우려도 함께 나온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해외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한국 콘텐츠 산업이 단순한 제작 기지, 이른바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OTT 성장 정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산업 주도권이 해외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IP 구조를 둘러싼 논쟁도 남아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저작권 대부분을 넷플릭스가 보유한다. 게임·굿즈·스핀오프 등 파생 사업에서 제작사의 수익 참여가 제한되면서 흥행 성과에 비해 제작사에 남는 몫이 적다는 불만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기대 이상의 흥행 성과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저작권을 갖고 있어 IP 원본을 가진 제작사와 논의 없이 팝업 스토어 등 부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위험을 감당하고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 거니 이해할 수 있지만 명과 암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K-콘텐츠의 글로벌 성공을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린다. 한국 콘텐츠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과 성장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과 글로벌 플랫폼의 투자·유통 전략이 만들어낸 성과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넷플릭스가 지난 10년간 한국 콘텐츠 제작 산업의 판을 바꾼 '우군'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 성과를 국내 생태계에 어떻게 남길 것인지는 차기 10년을 향한 과제로 남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