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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혐오표현 판단, 발화자 지위 등 맥락 함께 고려해야"

등록 2026.03.26 14:00:00수정 2026.03.26 17: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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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 높을수록 위협 커져"…발화자 지위 고려해 판단

공직자 혐오표현엔 더 엄격한 책임…"헌법 가치 수호"

"인권위, 사회적 담론 조정·인권 가치 확산 목적 기관"

[서울=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혐오표현 판단 기준 마련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표현의 내용뿐 아니라 발화자의 지위 등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인권위는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혐오표현 판단기준에 관한 1차 토론회'를 열고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혐오표현 규제 기준을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는 표현의 자유와 혐오표현 규제 간 균형을 찾고 향후 입법 논의를 위한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용숙 강원대학교 자유전공학부 부교수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혐오표현의 위법성 판단 시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맥락적 심사' 모델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인권위는 형벌권을 행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사회적 담론 조정과 인권 가치 확산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라며 "표현의 내용을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복합적인 맥락적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발화자의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이 중요한 판단 요소로 제시됐다. 발언자가 공적 권위나 영향력을 가진 위치에 있을수록 해당 표현이 차별이나 혐오를 확산시킬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에서다.

박 교수는 "화자가 청중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혹은 차별적 행위를 선동하거나 실행할 수 있는 현실적 역량을 갖췄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화자의 권위가 높을수록 그 표현이 다른 집단에게 미치는 실질적 위협도 비례해 증폭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혐오표현 판단기준에 관한 1차 토론회' 관련 포스터. (사진=인권위 제공) 2026.03.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혐오표현 판단기준에 관한 1차 토론회' 관련 포스터. (사진=인권위 제공) 2026.03.25. [email protected]


표현의 내용과 형식, 대상에 대한 구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적 과장이나 격정적 수사로 볼 수 있는 표현과 특정 집단을 겨냥한 공격적 언사를 구별해야 하며, 단순한 의견 표출인지 언어적 폭력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당 표현이 사회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도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됐다.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특정 집단의 발언을 위축시키거나 공론장에서 배제하는 '침묵 효과'를 유발하는지 여부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 교수는 "혐오표현 심사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압살되지 않도록 하는 공론장의 공정성 확보에 지향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의 대응 방식과 관련해서는 형사 처벌보다는 공식적인 비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혐오표현을 법으로 제재하기보다, 해당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공직자 혐오표현에 대해서는 일반 시민보다 엄격한 책임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직자의 발언은 단순한 개인 의견을 넘어 한 국가의 헌법적 가치, 헌법질서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인권위가 공직자에게 높은 수준의 책임을 요구하며 인권침해의 확인 및 시정권고를 결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라는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권위는 이번 1차 토론회를 시작으로 표현의 자유와 헌법적 제한 기준과 국내 입법 과제 등을 주제로 연속 토론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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