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아픔 간직한 '불칸낭' 아시나요?
4·3 당시 초토화 작전에 '불 탔으나 살아난 나무'
수령 120년 월평동 동백·600년 추정 선흘리 후박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강춘자씨가 지난 29일 오후 제주시 월평동 자택에서 4·3 당시 불에 탄 동백나무 '불칸낭'에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2026.04.02. 0jeo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4/01/NISI20260401_0002100132_web.jpg?rnd=20260401174220)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강춘자씨가 지난 29일 오후 제주시 월평동 자택에서 4·3 당시 불에 탄 동백나무 '불칸낭'에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2026.04.02. [email protected]
지난 29일 오후 제주시 월평동 자택에서 만난 강춘자(87) 할머니는 70여년 전 마을에서 4·3의 비극을 목격하고 산으로 피신했다가 다시 마을로 돌아왔을 때 우두커니 서 있었다던 동백나무 '불칸낭'(불에 탄 나무의 제주어)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강 할머니가 8살이던 1948년 10월 집에 함께 있던 사촌오빠를 군인들이 마을 한편으로 끌고 나가 총살했다고 한다. 참혹한 학살이 있은 뒤 이른바 '초토화 작전'으로 월평마을은 쑥대밭이 됐다.
당시 월평마을에는 48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는데 소개령(疏開令) 이후 마을 주민들은 화북 등지로 소개됐고 마을 가옥은 모두 불타 없어졌다. 강 할머니도 화북동의 친척 집에서 10여일간 머무르다 산으로 피신했다고 한다.
강 할머니는 "온 동네가 불타버렸고 갈 데가 없으니 산으로 올라가 넉 달을 살았다"며 "다시 내려와 보니 마을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주민들이 다시 초가집을 하나둘씩 지었다"고 전했다.
주민들이 다시 마을에 돌아왔을 때 검게 불에 타 고사한 줄 알았던 이 나무는 푸른 잎을 틔우며 다시 살아나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강 할머니 시댁인 이 집 마당 한 편에서 자라고 있는데 수령은 약 120년 정도 됐다. 강 할머니는 "불타버린 부분에 개미집이 생기기도 했는데 남편이 살아있을 때 나무 이쪽저쪽을 손보며 관리했다"고 했다.
초토화 작전으로 불에 탔지만 다시 살아나 '불칸낭'으로 불리는 이 나무는 불에 탔던 영향으로 키가 크지 않다. 가운데 줄기에는 불에 타면서 상하로 길게 패인 홈이 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본동마을 안길 삼거리에도 4·3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커다란 후박나무 '불카분낭'(불타버린 나무의 제주어)이 있다.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본동마을 안길 삼거리에 있는 4·3 당시 불에 탄 후박나무 '불카분낭'. 2026.04.02. 0jeo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4/01/NISI20260401_0002100131_web.jpg?rnd=20260401174214)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본동마을 안길 삼거리에 있는 4·3 당시 불에 탄 후박나무 '불카분낭'. 2026.04.02. [email protected]
마을 주민들은 이 나무의 수령이 600년은 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불에 타서 말라버린 밑동에 팽나무 새싹이 자라나 수종이 다른 두 나무가 한 줄기에서 자라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줄기의 반쪽은 불에 탄 영향으로 현재까지도 깊게 파여 있다.
선흘리 이장을 지낸 마을 주민 고진국(78)씨는 "10년 전부터 가운데 새로운 뿌리가 보이기 시작해 지금은 굵다"며 "든든하게 붙어 있어서 불에 탄 나무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0년대 중반에는 누군가가 약재로 쓰기 위해 후박나무 껍질을 벗겨가는 아픔도 겪었다.
고 씨는 "당시에는 이 나무가 있던 곳이 선흘리의 중심지였다. 그늘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했다"며 "그래서 나무 남쪽의 껍질이 3분의 2가량 벗겨져 하얗게 돼 있는 것을 바로 다음 날 발견했다. 이후 썩기도 했는데 행정에 보호를 요청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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