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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 아무도 몰랐다…시드니 노숙자 사망 '복지 사각의 그늘'

등록 2026.04.21 11: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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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시드니 도심에서 네팔 출신 노숙자가 폭염 속 숨진 뒤 일주일 간 방치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사진=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시드니 도심에서 네팔 출신 노숙자가 폭염 속 숨진 뒤 일주일 간 방치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사진=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기주 인턴 기자 = 호주 시드니의 번화가 한복판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30대 네팔 청년이 숨진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호주 내 비거주 노숙인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가디언 오스트레일리아 등 외신에 따르면 비크람 라마(32)는 세인트 제임스 역 인근 터널에서 생활하며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으로 '버드맨'으로 불렸다. 그는 매일 인근 공원에서 식사를 마친 뒤 빵가루를 들고 돌아와 비둘기 떼를 돌보는 일상을 이어왔다. 주변 노숙인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익숙한 존재였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폭염이 이어지던 시기, 라마의 모습은 갑자기 사라졌다. 이후 약 일주일 동안 그는 터널 인근에서 숨진 채 방치됐고 이 기간 약 10만 명이 해당 역을 이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시신은 12월 7일 정오 직전 역무원에 의해 발견됐으며, 이미 심하게 부패해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태였다.

라마는 2013년 네팔에서 가족의 지원을 받아 호주로 유학을 떠났지만, 이후 비자가 만료되면서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파악됐다. 비거주자의 경우 공공주택이나 임시 숙소, 의료 및 재정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노숙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시드니에서는 거리 노숙인의 약 20%가 비거주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세인트 빈센트 노숙인 건강 서비스의 간호 팀장인 에린 롱바텀은 이를 "완전히 방치된 죽음"이라고 지적하며, 거리의 취약계층이 사실상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족들은 농업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오던 형편 속에서도 라마의 유학을 위해 농지 약 3000㎡를 팔아 학비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가족의 기대를 받던 존재였지만 이후 연락이 끊기며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시간이 이어졌다. 네팔에 있는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 소식 이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극심한 충격 속에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을 검시관에 송치했으며 현재까지 타살 혐의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DNA 검사를 통해 신원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가족은 아직 공식 통보를 받지 못한 상태다.

유가족은 고인의 시신을 고향으로 옮겨 전통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길 희망하고 있으나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다. 조카 밀란 룸바는 "시신을 데려오고 싶지만 비용이 너무 크다"며 "이 비용을 우리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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