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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사람에 비싼 이자" 비판에…은행권, '포용금융' 확대 속도낸다

등록 2026.05.04 13:38:55수정 2026.05.04 1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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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용자라는 안전한 온실 속에 갇히지 않아야"

은행권, 중금리 대출 늘리고, 신용평가 모델 고도화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4대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모습. 2025.02.12.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4대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모습. 2025.02.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청와대가 금융시장 구조 개혁에 시동을 걸면서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신용평가 시스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 계급제' 발언 이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금융 신용 시스템 전반의 재설계를 강조하고 나서면서다. 은행권의 포용금융 확대와 대출 구조 재편 움직임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실장은 지난 1일부터 사흘 연속 페이스북에 '금융의 구조 시리즈를 시작하며'라는 글을 올려 고신용자 중심으로 설계된 금융 시스템에 따른 구조적 양극화를 지적하며, 은행의 대출 구성과 신용평가 체계, 서민금융 모델 전반에 대한 재설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은 가장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은 가장 비싼 돈을 써야 하는가"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신용의 기본이라고, 우리가 당연시해 온 그 전제의 심장을 찌르는 질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회피를 합리적인 선택이라 믿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대출이 고신용자라는 안전한 온실 속에만 갇혀 있지 않도록 대출의 구성을 흔들어야 한다"며 "언제까지 과거의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건가. 사람들은 이미 매일의 소비와 납부, 플랫폼 활동을 통해 수많은 삶의 신호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와 신용등급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취약계층에 불리하게 작동하는 금융 시스템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이 대통령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최저신용자 보증부 대출의 이자율이 연 15.9%에 달하는 점을 두고 "너무 잔인하다"며 "초우량 고객에게 초저금리로 돈을 빌려줄 때 0.1%만이라도 부담을 더 지우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싸게 빌려주면 안 되냐"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현재 금융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이른바 '금융계급제'"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은행들은 일제히 중·저신용자 금리를 인하하고, 취약계층 채무 감면, 신용평가 모델 고도화 등 포용금융 확대에 나섰다. 이로 인해 일부 고신용자 대출 금리가 저신용자 대출 금리보다 상대적으로 상승하는 등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청와대의 연이은 압박에 은행들은 포용금융 확대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은행권은 금융위원회 주도의 신용평가체계 개편에 발맞춰 오는 8월부터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모형(SCB)'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과거 금융이력 중심의 신용평가에서 나아가 매출, 업종, 상권 등 비금융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다.

은행들은 자체적으로도 중금리 대출 확대와 중·저신용자 전용 신용평가 모델 도입 등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청년층이나 중·저신용자 등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Thin Filer)' 고객을 대상으로 대안정보를 활용한 저신용자 특화 신용평가 모델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올해 1조5300억원 규모의 중금리 대출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저축은행 신용대출 차주의 고금리 대출을 은행 대출로 전환해주는 '저축은행 대환전용 대출'을 상반기 출시한다. 국내 79개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경우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신한은행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앞서 신한금융은 서민·취약계층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2694억원 규모의 소멸시효 포기 특수채권을 감면한 바 있다.

하나금융도 통신, 유통 등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중·저신용자와 금융 이력이 부족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개인 신용대출 금리를 최고 연 7% 이하로 제한하는 대출금리 상한제를 전격 도입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포용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중금리 대출 확대, 비금융 데이터에 기반한 신용평가 모델 고도화 등을 이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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