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는 엄연한 국어…시혜적 서비스 아닌 기본권"[당신 옆 장애인]
박현숙 여수수어통역센터 실장 인터뷰
"눈으로 듣기에 불편함없는 사회 되길"
"직업적 안정성, 정당한 보상 체계 필요"
![[서울=뉴시스] 박현숙 여수시수어통역센터 실장이 수어 통역을 하는 모습 (사진=박현숙씨 제공) 2026.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5/08/NISI20260508_0002130713_web.jpg?rnd=20260508155111)
[서울=뉴시스] 박현숙 여수시수어통역센터 실장이 수어 통역을 하는 모습 (사진=박현숙씨 제공) 2026.05.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수어는 단순히 장애인을 돕는 수단이 아니라 엄연한 국어입니다. 수어 통역도 시혜적 서비스가 아니라 기본권으로 인식돼야 하죠."
20년차 베테랑 수어통역사인 박현숙 여수시수어통역센터 실장은 전남 여수에서 청각장애인 중 수어를 일상언어로 쓰는 농인들의 입과 귀가 되어 활동해 온 현장 전문가다. 비장애인인 그가 수어통역의 길로 들어선 것도 현장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20여년 전 여수시수어통역센터에 입사할 때 그는 수어를 전혀 모르는 회계 담당 사회복지사였다. 현장에서 직접 농인과 마주하며 소통의 벽을 뼈저리게 실감한 그는 서류상 숫자를 맞추는 행정 업무보다 대화로 답답함을 풀어드리는 게 사회복지사로서 더 시급한 소명이라고 느끼고 본격적으로 수어에 도전했다.
현재 국가 공인 수어통역사가 되려면 한국농아인협회에서 시행하는 자격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1차 필기시험은 한국어의 이해, 수화통역의 기초, 장애인 복지, 청각장애인의 이해 등 4개 과목에서 평균 60점 이상 획득해야 하고 2차 실기시험은 녹음된 음성을 듣고 수어로 표현하는 수어 통역과 녹화된 수어를 보고 음성으로 표현하는 음성 통역, 녹화된 수어를 보고 문장으로 표현하는 필기 통역 등으로 진행된다. 이 시험 역시 전과목 평균 60점을 넘겨야 한다.
수어를 배운다고 해서 누구나 통역사가 되는 건 아니다. 박실장은 "언어로 수어를 익히는 것과 전문 통역사가 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수어통역사는 단순히 단어를 치환하는 게 아니라 농인의 문화에 대한 깊은 공감을 바탕으로 맥락을 전달해야 해 고도의 집중력과 엄격한 직업윤리가 요구되며 특히 농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견뎌낼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어통역사가 되면 수어통역센터나 병원, 법원, 공공기관, 방송, 의회, 강연 등에서 활약을 할 수 있다. 일상 대화 전달부터 의료 진료, 행정 민원, 법률 상담, 재난 상황에서 긴급 정보 전달까지 농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겪는 삶의 전 과정에서 의사소통을 지원한다.
박 실장은 "통역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순간이 가장 보람을 느낄 때"라며 "알코올 의존도가 높았던 농인을 전문기관과 연계해 치료와 일상 복귀를 도왔을 때, 혹은 홀로 남겨진 농인 어르신의 임종과 장례 절차를 마지막까지 통역으로 함께하며 배웅해 드렸을 때 느꼈던 그 절실한 고마움은 수어통역사로서 계속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정보 접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현장 인력은 만성적인 부족 상태라고 한다. 특히 의료나 법률처럼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를 소화할 통역사가 부족해 중요한 순간에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현상도 발생한다.
수어통역사의 업무 강도에 비해 처우가 열악한 점도 힘든 점으로 꼽힌다. 그는 "누군가의 생사나 권리가 달린 긴박한 현장에서 내 통역이 의중을 완벽히 전달하고 있는지 스스로 되물을 때 가장 힘이 든다"며 "또 밤낮없는 긴급 통역으로 인한 물리적 피로, 현장에서 목격하는 농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마주할 때 느끼는 심리적 무력감도 아픔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성과 정신적 노동 강도에 비해 사회적 처우는 여전히 개선될 점이 많다"며 "우수한 인력이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직업적 안정성과 정당한 보상 체계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하나의 언어인 수어를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수어는 단순히 장애인을 돕는 수단이 아니라 한국수어언어법에 명시된 엄연한 국어"라며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수어를 접한다면 장애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장차 비장애인이 사회 곳곳에서 농인을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따뜻한 인사를 건넬 수 있는 통합된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어 통역은 시혜적 서비스가 아닌 기본권으로 인식돼야 한다"며 "농인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눈으로 듣는 데 불편함이 없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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