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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름 바뀐 지 반년 만에 퇴사…퇴직금 못 받나요?"[직장인 완생]

등록 2026.05.09 07:00:00수정 2026.05.09 07: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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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으로 회사명 변경…회사 측 "변경 후 6개월분 못 줘"

일·장소 그대로라면 계속근로 인정…사업자번호 변경 무관

대표·업무·근무지 그대로면 최초 입사일부터 퇴직금 산정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 직장인 A씨는 3년여간 근무했던 첫 회사의 퇴사를 앞두고 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업무 경험을 쌓게 해준 고마운 회사였다. 하지만 최근 퇴직금 지급을 두고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반년 전 회사가 다른 회사와 합병하면서 상호와 사업자등록번호가 바뀌었는데, 사측이 "새 회사에서 일한 기간은 6개월에 불과해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대표도, 일하는 사무실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업무도 달라진 게 없는데 회사 이름만 바뀌었다는 이유로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게 억울하기만 한 A씨다.

퇴직금은 근로자가 퇴사 후 재취업하기 전까지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법적으로 사업주가 줘야 하는 돈이다.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1주 평균 15시간 이상, 1년 이상 근무했다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도 예외가 아니다.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으면 임금체불로 간주돼 사용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A씨의 경우 회사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면 퇴사와 함께 퇴직금을 지급받는 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측은 합병으로 회사 자체가 바뀌었고, A씨가 새 회사에서 근무한 기간은 6개월뿐이라며 퇴직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A씨는 3년여간 일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받을 수 없는 걸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회사 이름이나 사업자등록번호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계속근로기간이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상호 변경 전후로 업무 내용, 근무 장소, 지휘·감독 관계, 임금 지급 방식 등이 실질적으로 같다면 계속해서 같은 회사에서 일한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회사가 인수·합병되는 과정에서 A씨가 별도의 공개 채용 절차 없이 고용이 승계됐고, 업무 내용이나 경영진, 근무장소에 큰 변화가 없었다면 회사의 '동일성'이 인정될 수 있다. 이 경우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는 계속근로기간은 최초 입사일부터 최종 퇴사일까지로 봐야 한다.

만일 A씨가 반년 전 회사 명칭 변경으로 기존 회사를 퇴사하고 새 회사에 다시 입사하는 형식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근로관계가 단절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노동 당국이나 사법부에서는 근로계약의 형식이 아닌 '실질'을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지난 1999년 "기업이 조직변경을 거친다 하더라도 그 기업 자체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존속하고 있는 한 경영 주체 변경에 불과하다"며 "근로자가 자의에 의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금을 지급받은 것이 아니라면 계속근로관계가 단절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도 "기업체 자체가 실질적인 동질성을 잃지 않고 조직변경 시 사용자가 임의적으로 형식적인 퇴사 및 신규 입사 절차를 취했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계속근로가 인정된다면 계속근로연수는 최초의 입사일로 계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시 A씨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회사는 상호명이 달라진 이상 같은 회사가 아니며 A씨가 새 회사에 입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 근무 장소, 업무, 임금 지급 방식, 지휘·감독 관계 등이 그대로 유지됐다면 회사 형식만 바뀐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될 여지가 크다.

이에 따라 A씨는 상호 변경 전 회사 입사일부터 최종 퇴사일까지의 3년여의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나도 이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관할 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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