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예언 증명 10년…인류, '30억 광년' 블랙홀 충돌까지 다 본다
韓중력파연구협력단 참여한 국제 연구팀, 최신 중력파 관측 목록 전격 공개
장비 성능 향상으로 신규 신호 161건 무더기 추가…매주 3~4건씩 포착하는 수준
30억 광년 밖 블랙홀 충돌 정밀 추적…일반상대성이론 검증 기대

태양 질량의 수백만배에서 수십억배에 달하는 초거대 블랙홀 상상도.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수확은 중력파가 발생한 위치를 역대 최고 정밀도로 확인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기록된 것 중 가장 선명한 중력파 신호를 잡았고, 한 차례 충돌로 커진 '2세대 블랙홀'의 존재 증거도 찾아냈다. 중력파 천문학이 완전히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이 참여한 라이고-비르고-카그라(LVK) 협력단은 현재까지 관측된 모든 중력파 사건을 업데이트한 목록인 '중력파 현상 카탈로그 5.0'을 온라인에 공개했다고 1일 밝혔다. 관련 과학 논문들은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과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투고됐다.
아인슈타인 예언 후 10년… 누적 신호 390건 달성
LVK 국제 중력파 검출기 네트워크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의 쌍둥이 검출기, 이탈리아 유럽 중력파 관측소의 비르고(Virgo) 검출기, 도쿄대학 우주선연구소(ICRR)의 일본 카그라(KAGRA)로 구성된다. 국제 공동 연구단은 관측을 통한 데이터 수집과 장비 업그레이드 단계를 번갈아 진행하며 감도를 높여왔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산하 천체입자 및 우주론 연구소(APC)의 에드 포터 연구원은 "검출기의 놀라운 감도 덕분에 이제 매주 3~4건의 중력파 신호를 포착할 수 있게 됐다"며 "끊임없이 늘어나는 방대한 데이터는 우리를 초기 발견의 시대에서 정밀 중력파 천문학의 시대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중력파 연구를 통해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분석이 가능해졌다. 블랙홀 집단의 구성 분석, 극한 물리적 조건 하에서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점점 더 정밀한 검증, 그리고 허블 상수를 더욱 정확하게 추정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의 개발 등이 대표적"이라며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런 시나리오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각 측량으로 발생 궤적 추적…우주 팽창 속도 계산 정확도 개선
먼저 2024년 6월15일 미국의 라이고, 유럽의 비르고 검출기가 포착한 신호 'GW240615'는 천구 상에서 불과 6제곱도 이내의 영역으로 발생원 위치를 특정하며 역대 최고 정밀도를 기록했다. 가동 중이던 세 검출기의 데이터를 활용한 삼각 측량 덕분으로, 지구에서 30억 광년 이상 떨어진 곳에서 태양 질량의 약 26배와 30배인 두 블랙홀이 충돌하며 발생한 사건으로 확인됐다.
위치 특정 능력이 향상되면서 우주론의 난제인 '허블 상수'의 측정 정확도도 높아졌다. LVK 협력단은 GWTC-5 데이터 세트를 활용해 이전 추정치보다 정확도를 25% 이상 향상한 새로운 독립적 측정값을 도출했다. 이 값은 가까운 우주와 초기 우주에서 오랫동안 확립된 측정값들과 일치하는 수준이다. 다만 아직 그 측정값들 간 모순을 해소할 만큼 충분히 정밀하지는 않다.

중력파로 발견된 블랙홀과 중성자별의 질량 분포. 하단의 붉은색과 노란색 점들은 지금까지 전자기파로 관측된 블랙홀과 중성자별을 비교해 나타낸다. 중력파 검출기가 전자기파로는 관측하기 어려운 우주 속 천체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사진=천문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잡음 걷어낸 최고 선명도 신호 포착…'2세대 블랙홀' 증거 발견
이번에 발표된 목록에는 신호대잡음비 76.9를 기록한, 지금까지 탐지된 중력파 신호 중 가장 선명한 신호가 포함됐다.
2025년 1월14일 포착된 'GW250114' 신호는 신호대잡음비 76.9를 기록했다. 지구에서 10억 광년 이상 떨어진 곳에서 질량이 비슷한 두 블랙홀(태양 질량의 32배와 34배)이 합쳐지며 발생한 신호다. 이 선명한 신호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정밀 검증과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면적 정리 확인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외에도 2024년 10월과 11월에 각각 포착된 'GW241011'과 'GW241110' 사건에서는 '2세대 블랙홀'의 존재 증거를 확보했다. 블랙홀의 회전 방향과 속도를 분석한 결과, 이 천체들은 이전의 블랙홀 충돌·병합을 통해 한 차례 커진 뒤 다시 밀집 성단 등에서 재차 병합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20개국 과학자 협동… 한국 연구진도 중추적 역할
이형원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단장은 "2015년 최초 검출 이후 감도의 향상으로 중력파 상시 관측 시대가 도래했다"며 "앞으로 다중신호 천문학을 통해 중력파, 빛, 중성미자 관측 자료를 종합 연구함으로써 우주에 대한 새로운 물리적 이해와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LVK 협력단 밀집쌍성병합 그룹의 공동 좌장인 김정리 이화여대 교수는 "불과 10여년 사이 중력파 과학 연구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수백 건의 블랙홀과 중성자별 관측 및 분석 결과는 킬로미터급 거대 레이저 간섭계가 중력파를 통해 우주를 탐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장비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성호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라이고와 카그라의 성능 향상에 기여하고 있으며 2035년 완성을 목표로 하는 아인슈타인 중력파 망원경 개발에도 참여 중"이라며 "10년 후 차세대 망원경 시대에는 매일 수백건의 관측을 통해 일반상대성이론의 한계 검증, 허블상수에 관한 우주론 난제 해결 등 물리학과 천문학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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