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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AI 시대 경쟁의 승부처, 전력망이 가른다

등록 2026.07.10 15:02:01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인공지능(AI) 시대 국가 경쟁력을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다.

실제로 세계 각국은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늘리고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최근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AI 시대의 진짜 승부처는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그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를 움직이게 하는 전력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천조원 규모의 투자도 제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전력 인프라의 현실이 AI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송·변전설비 건설사업은 모두 54건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30건이 지연되거나 지연이 예상되고 있다.

주민 수용성과 인허가 문제 등이 겹치면서 전력망 구축이 계획보다 계속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발전 설비 상황도 녹록지 않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예정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인근에는 설비용량은 5.9기가와트(GW)에 달하는 한빛원전 6기가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 이어 오는 9월 1·2호기가 수명을 다하면서 실제 생산 가능한 전력은 약 4GW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 생산 기반 확충과 송전망 건설 모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반도체 공장과 기가와트(GW)급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산업시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전력을 소비한다.

수만~수십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24시간 가동되면서 순간적으로 막대한 전력이 몰리는 만큼 단순히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단기적인 대책으로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거론된다.

ESS는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에는 저장된 전기를 공급해 전력망 부담을 줄이고, 전력이 남는 시간에는 다시 충전하는 방식으로 전력망의 균형을 유지한다.

태양광과 풍력처럼 출력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역할도 한다. AI 데이터센터와 ESS가 하나의 패키지처럼 거론되는 이유다.

그러나 ESS는 전력망 부담을 줄이는 보완책일 뿐이다. AI 시대를 뒷받침하려면 발전설비와 송·변전망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최근 만난 전력업계 관계자는 "3대 메가프로젝트는 산업계 입장에서 기대가 큰 정책이지만 결국 성패는 전력망 구축 속도가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시대 전력망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기 위해서는 송·변전망 구축을 가로막는 인허가 절차를 과감히 개선하고, 국가 핵심 전력망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전력망 구축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특별법 제정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막대한 투자 재원을 감안하면 한전 중심의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자본이 전력 인프라 구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우리 산업의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만 짓는다고 AI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가 AI의 두뇌라면 전력망은 혈관이다. 혈관이 막히면 아무리 뛰어난 두뇌도 움직일 수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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