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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총 1위 탈환한 AI 지각생 애플…'아이폰식 AI'가 반전 만들었나

등록 2026.07.28 17:34:09

자체 초거대 AI 대신 구글 제미나이 활용…25억대 기기로 확산 승부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 비켜가고 아이폰·서비스 성장으로 수익화 기반

9월 하드웨어 전문가 존 터너스 CEO 취임…새 시리 구현이 첫 시험대

[뉴욕=AP/뉴시스]지난 2014년 9월 5일 뉴욕 5번가의 애플스토어 입구에 애플 로고가 걸려 있다. 2018.1.31.

[뉴욕=AP/뉴시스]지난 2014년 9월 5일 뉴욕 5번가의 애플스토어 입구에 애플 로고가 걸려 있다. 2018.1.31.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애플이 약 15개월 만에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애플은 챗GPT와 같은 AI 패권 경쟁을 주도할 최첨단 모델을 먼저 내놓지도 않았고,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짓지도 않아왔다. 그럼에도 외부 AI 기술을 전 세계 25억대가 넘는 기기와 운영체제에 빠르게 녹여 제품·서비스 가치로 바꾸는 이른바 '아이폰식 AI'가 애플의 반전을 이끈 배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7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시가총액 약 4조9300억 달러로 엔비디아를 제쳤다. 애플이 종가 기준 정상에 복귀한 것은 지난해 5월 초 이후 처음이다. 애플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엔비디아는 AI 데이터센터 투자비 회수에 대한 우려로 5%가량 하락했다.

단순한 주가 등락을 넘어 기술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AI 경쟁의 평가 기준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생성형 AI 초기에는 누가 더 큰 모델과 더 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했는지가 중요했다. 이제는 막대한 투자비를 들인 AI를 얼마나 많은 이용자에게 확산하고 실제 제품·서비스 가치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시험대에 올랐다.

'AI 지각생' 애플…구글 손잡고 정면승부 피했다

애플은 오픈AI·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잇달아 생성형 AI 서비스를 내놓는 동안 대응이 늦었다. 2024년 공개한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인 개인 맞춤형 시리는 개발 지연을 거듭했고, 애플이 AI 기술 경쟁에서 수년 뒤처졌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애플은 모든 초거대 AI 모델을 직접 만드는 정면승부 대신 외부 기술을 자사 생태계에 결합하는 길을 택했다. 올해 1월 구글과 다년간 협력해 차세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을 제미나이와 구글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AI 기반 기술은 빌리되 실제 서비스는 애플 기기와 자체 프라이빗 클라우드에서 구동하고 개인정보 보호 구조도 애플이 통제하는 방식이다.

이는 수천억 달러 규모로 번지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과 거리를 두면서도 경쟁사의 앞선 모델을 빠르게 흡수하는 전략이다. 데이터센터와 GPU를 직접 대량 확보하는 대신 자체 칩, 기기 내 AI, 외부 모델을 조합해 투자 부담을 낮추고 아이폰 사용 경험에 역량을 집중하는 셈이다.
애플의 AI 음성비서 '시리(Siri)'. (사진=애플) *재판매 및 DB 금지

애플의 AI 음성비서 '시리(Siri)'. (사진=애플) *재판매 및 DB 금지

모델보다 강한 25억대 기기…AI가 아이폰 교체 이끈다

애플의 가장 큰 무기는 자체 AI의 성능보다 아이폰·아이패드·맥·애플워치 등 25억대가 넘는 전세계 활성 기기다. 별도 서비스를 새로 보급하지 않아도 운영체제 업데이트만으로 AI를 수억명에게 전달할 수 있다. AI가 작동할 기기와 운영체제, 앱스토어, 결제·구독망을 한 회사가 함께 쥐고 있다는 점도 경쟁사와 구별된다.

지난달 공개된 새로운 '시리 AI'는 메시지·이메일·사진 속 개인 맥락과 현재 화면을 이해하고 여러 앱을 넘나들며 작업하는 AI 비서를 지향한다. 이용자가 과거 이메일에 담긴 예약번호를 찾거나 사진을 편집해 메시지로 보내는 일을 시리에게 한 번에 맡기는 식이다. 애플은 개발자들이 외부 앱의 기능도 시리와 연결할 수 있도록 관련 도구를 개방하고 있다.

애플은 AI 모델 자체의 이용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 새 기능이 아이폰 교체를 자극하고 앱스토어·아이클라우드 등 서비스 이용을 늘리면 수익으로 이어진다. 다른 AI 기업이 챗봇 구독료와 클라우드 사용료를 노린다면 애플은 AI를 아이폰과 서비스 생태계의 가치를 높이는 도구로 쓰는 것이다.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애플의 2026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17% 증가한 1112억 달러를 기록했다. 아이폰은 3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냈고 서비스 매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이폰과 서비스가 함께 성장하면서 AI를 대규모로 확산하고 수익화할 기반을 유지한 것이다.

한달 뒤 하드웨어 전문가가 지휘봉…'AI 우회로' 증명할까

애플의 AI 전략은 오는 9월1일 새 사령탑에게 넘어간다. 팀 쿡 CEO가 집행회장으로 물러나고 아이폰·아이패드·맥 등 주요 제품의 하드웨어 개발을 이끌어온 존 터너스 수석부사장이 CEO에 오른다. 애플에서 25년간 제품 개발을 담당한 하드웨어 전문가가 AI 시대의 애플을 맡는 셈이다.

터너스의 과제는 외부 AI를 활용하는 실용 전략을 실제 제품 혁신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하드웨어 전문가가 지휘봉을 잡는 만큼 AI를 독립된 챗봇보다 아이폰·맥과 밀착된 기능으로 구현하려는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쿡이 집행회장으로 남는 만큼 급격한 노선 변경보다는 기존 전략의 완성도와 실행 속도를 높이는 데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다만 새 시리는 현재 개발자 시험 단계로 일반 이용자용 베타는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애플이 약속한 개인 맥락 이해와 화면 인식, 앱 제어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면 AI 지각생이라는 꼬리표는 다시 붙을 수 있다.

애플의 시총 1위 복귀는 AI 경쟁의 승리를 확정한 결과라기보다 시장의 기대를 되찾은 출발점에 가까운 것으로 읽힌다. 가장 뛰어난 AI를 직접 만드는 대신 가장 많은 소비자에게 AI를 전달해 제품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 통할지는 곧 출범하는 터너스 체제에서 본격적으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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