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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문 열렸다" SNS 한 줄에 5만명 세우타로…트럼프 "재앙이자 침공"

등록 2026.08.02 13:51:44

스페인 본토행엔 별도 검문…4만8000여명 48시간 내 귀환

게시물 최초 유포자·조직적 확산 배후는 여전히 미확인

[세우타=AP/뉴시스] 30일(현지 시간)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수영으로 세우타로 들어온 이주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세우타는 북아프리카에 있는 스페인 영토로 모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2026.07.31.

[세우타=AP/뉴시스] 30일(현지 시간)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수영으로 세우타로 들어온 이주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세우타는 북아프리카에 있는 스페인 영토로 모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2026.07.31.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스페인은 열렸다’는 내용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확산한 가운데 지난달 30~31일 약 5만 명이 모로코에서 스페인령 세우타로 넘어왔다. 이 과정에서 최소 67명이 숨졌다.

영국 BBC는 1일(현지시간) 스페인 당국을 인용해 이주민들이 육로로 국경을 넘거나 바다를 헤엄쳐 세우타로 들어왔으며, 이 가운데 4만8000여 명이 48시간 안에 모로코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중 일부는 세우타 해안으로 헤엄치다 익사했다. 다른 이들은 방파제에 설치된 국경장벽을 넘으려다 인파에 밀려 숨졌다.

세우타는 북아프리카에서 모로코와 국경을 맞댄 스페인의 자치도시다. EU 회원국인 스페인 영토지만 솅겐 협정상 특별한 국경관리 규정이 적용돼, 스페인 본토로 가는 항공·해상 노선의 여행객도 신원과 여행서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세우타=AP/뉴시스] 30일(현지 시간) 북아프리카 세우타에서 스페인 경찰이 모로코에서 수영으로 밀입국한 이주민들을 단속하고 있다. 세우타는 북아프리카에 있는 스페인 영토로 모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2026.07.31.

[세우타=AP/뉴시스] 30일(현지 시간) 북아프리카 세우타에서 스페인 경찰이 모로코에서 수영으로 밀입국한 이주민들을 단속하고 있다. 세우타는 북아프리카에 있는 스페인 영토로 모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2026.07.31.

따라서 이주민들은 세우타에 들어와도 별도 검문 없이 스페인 본토나 다른 유럽 국가로 갈 수 없었다. 그런데도 약 5만 명이 한꺼번에 국경을 넘은 이유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BBC가 확인한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한 젊은이들이 바다에 뛰어들며 “스페인은 열렸다”고 외치는 영상이 올라왔다. 세우타 안에서 촬영된 사진과 영상도 함께 퍼졌다. 개설된 지 몇 주밖에 되지 않은 일부 계정의 게시물에도 수만 건의 ‘좋아요’가 달렸다. BBC 등 취재진이 현장에서 만난 이주민들도 이 같은 게시물과 지인의 메시지를 보고 국경을 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우타에 도착한 이주민들은 식량과 숙소를 구하기 어려웠고 스페인 본토로 갈 방법도 찾지 못했다. 대부분은 결국 스스로 모로코로 돌아가기로 했으며, 스페인 군과 경찰이 이들을 국경까지 호송했다.

[세우타=AP/뉴시스] 이주민들이 30일(현지 시간)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스페인령 세우타로 넘어가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세우타는 북아프리카에 있는 스페인 영토로 모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2026.07.31.

[세우타=AP/뉴시스] 이주민들이 30일(현지 시간)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스페인령 세우타로 넘어가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세우타는 북아프리카에 있는 스페인 영토로 모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2026.07.31.

이번 대규모 국경 통과를 계기로 유럽 정치권에서는 스페인의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산체스 정부는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기존 미등록 이주민에게 체류·취업 허가를 주는 한시적 절차를 마련했다. 그러나 신청 접수는 지난 6월30일 끝났다. 신청자는 올해 1월1일 이전부터 스페인에 거주했고 최소 5개월간 연속 체류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해 이번에 세우타로 넘어온 이주민들은 대상이 될 수 없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합법화 정책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밀입국 알선 조직이 ‘해상으로 들어온 이주민은 적법한 절차 없이 즉시 송환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유럽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는 식으로 왜곡해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산체스 총리의 설명만으로 대규모 이동의 전모가 드러난 것은 아니다. 국경을 넘은 이주민 대부분은 세우타로 가는 경로에 익숙한 모로코인이어서 통상적인 밀입국 알선 없이 직접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누가 관련 게시물을 처음 만들고 확산시켰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앙티브(프랑스)=AP/뉴시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에 이탈리아가 참여했다는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25일(현지시간) 멜로니 총리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앙티브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중인 모습. 2026.06.26

[앙티브(프랑스)=AP/뉴시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에 이탈리아가 참여했다는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25일(현지시간) 멜로니 총리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앙티브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중인 모습. 2026.06.26

게시물의 배후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의혹은 모로코 당국으로도 향했다. 모로코 당국이 집단 국경 통과를 묵인하거나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산체스 총리는 모로코를 “좋은 동맹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2021년에는 서사하라 문제로 양국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모로코 측 국경 경비가 느슨해지면서 8000여 명이 세우타로 넘어온 전례가 있다.

대규모 이동의 배후를 둘러싼 의혹과 별개로 유럽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놓고 공방이 격화했다. 이탈리아 집권 강경우파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당은 이주민들이 세우타 거리를 달리는 사진과 함께 “이탈리아 좌파가 좋아하는 산체스 모델”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스페인발 항공편이나 선박을 통해 이탈리아에 들어오는 비EU 국가 국민을 한 달간 선별 검문하기로 했다. 스페인을 포함한 EU 회원국 국민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산체스 총리는 이를 “이기적이고 분열적이며 불법적인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캠프데이비드=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서몬트 인근 대통령 휴양지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7.31.

[캠프데이비드=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서몬트 인근 대통령 휴양지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7.31.

BBC는 이탈리아가 내년 총선을 앞둔 가운데 멜로니 총리의 연립여당이 더 강경한 반이민 신생 정당에 지지층을 빼앗기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강경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행보라고 풀이했다. 멜로니 정부는 안보상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강경 발언은 유럽 밖에서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재앙”이자 “침공”이라고 규정하고,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패하면 미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중간선거 쟁점으로 끌어들였다.

정치적 공방이 번진 가운데 EU 22개국 정상들은 공동 성명에서 EU 외부 국경을 강화하고 이주를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을 없애야 한다고 촉구했다. EU 내무장관들은 오는 4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세우타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치권의 공방과 별개로 스페인은 추가 유입을 막기 위한 현장 대응에 나섰다. 국경 방파제에서 바다 쪽으로 주황색 부표를 연결한 약 500m 길이의 부유식 차단시설을 설치했다. 물리적 차단은 시작됐지만, ‘스페인은 열렸다’는 게시물을 누가 처음 만들고 조직적으로 확산시켰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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