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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돌연변이만 '싹둑'…부작용 줄이는 '4세대 항암' 뜬다

등록 2026.08.10 14:17:34수정 2026.08.10 14:22:21

IBS, 유전자 가위로 10종 이상 암종서 암세포 사멸 확인

환자별 맞춤 치료 설계…전달효율·안전성은 과제

명경재 IBS 단장 "빠르면 5~10년 뒤 환자 적용 기대"

[서울=뉴시스] 명경재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장은 10일 서울에서 'DNA 복제와 손상 복구 과정을 규명해 암과 노화의 비밀을 풀다'를 주제로 열린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DNA 손상 복구 기전을 이용한 항암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사진은 암세포 관련 참고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서울=뉴시스] 명경재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장은 10일 서울에서 'DNA 복제와 손상 복구 과정을 규명해 암과 노화의 비밀을 풀다'를 주제로 열린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DNA 손상 복구 기전을 이용한 항암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사진은 암세포 관련 참고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정상세포까지 함께 공격해 부작용을 일으키는 기존 항암치료의 한계를 넘어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개발되고 있다. 암세포가 살아남기 위해 사용하는 DNA 복구 능력을 역으로 차단하거나, 정상세포에는 없는 암세포 고유의 돌연변이를 유전자 가위로 직접 잘라내는 방식이다.

명경재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장은 10일 서울에서 'DNA 복제와 손상 복구 과정을 규명해 암과 노화의 비밀을 풀다'를 주제로 열린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DNA 손상 복구 기전을 이용한 항암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DNA는 우리 몸의 유전정보를 담은 일종의 '코드'다. 컴퓨터가 0과 1로 정보를 저장한다면 DNA는 A·T·G·C라는 네 종류의 염기를 조합해 정보를 기록한다. 이 염기들이 어떤 순서로 배열되느냐에 따라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정보가 달라진다.

사람의 DNA에는 이같은 염기 정보가 약 30억개 담겨 있으며,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작은 세포 하나에서 DNA를 모두 꺼내 일렬로 펼치면 길이가 약 2m에 달한다.

이처럼 방대한 유전정보를 담은 DNA는 활성산소나 자외선, 방사선뿐 아니라 세포가 분열하며 DNA를 복제하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손상된다. 세포는 손상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복구 장치를 동원해 이를 고친다.

이에 대해 명 단장은 "DNA가 손상되는 형태가 다 다르기 때문에 수리하는 기구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암세포도 자기 DNA 복구…항암제 내성 다시 막는 'UNI418'

문제는 암세포 역시 이 DNA 복구 능력을 생존에 적극 이용한다는 점이다. 기존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는 빠르게 분열하는 암세포의 DNA를 손상시켜 죽이지만 머리카락이나 혈액세포, 장세포처럼 정상적으로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까지 공격한다. 탈모·설사·면역저하 등의 부작용이 생기는 이유다.

DNA 복구 능력을 암 치료에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PARP 억제제다. BRCA1·2 유전자 이상으로 주요 DNA 복구 기능 하나가 망가진 암세포에서 또 다른 복구 통로인 PARP까지 막아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이는 '합성치사' 원리를 쓴다. 실제 PARP 억제제는 임상에 도입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암세포가 다른 DNA 복구 기능을 되살려 내성을 획득하는 문제가 생긴다.

IBS 연구단은 이 내성을 다시 무너뜨리는 후보물질 'UNI418'을 찾았다. DNA 복제 과정의 이상을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세포를 이용해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보유한 약 30만개 저분자 화합물을 걸러낸 결과다. 88개 후보에서 구조·용해도·독성 등을 따져 12개로 추린 뒤 UNI418을 발굴했다.

UNI418은 암세포가 되살린 DNA 복구 기능인 상동재조합(HR)을 다시 억제한다. 연구 결과 BRCA2 변이 난소암과 췌장암 가운데 기존 PARP 억제제에 내성을 얻은 암세포가 UNI418을 함께 처리하자 다시 약물에 반응했다. 동물모델에서도 PARP 억제제와 병용 효과가 확인됐다.

암세포에만 생긴 돌연변이 '싹둑'…10종 이상 암서 사멸 확인

이에 더해 연구단이 보다 범용적인 항암 전략으로 개발 중인 기술은 '신델라(CINDELA·Cancer-specific InDel Attacker)'다. 명 단장은 이를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를 잇는 '4세대 항암제' 개념으로 제시했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암은 DNA 염기서열에 돌연변이가 축적되면서 발생한다. 암세포에는 정상세포에는 없는 수천~수만개의 변이가 생길 수 있다.

신델라는 이 가운데 DNA 일부가 새로 삽입되거나 사라진 'InDel' 변이를 찾아내고,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 유전자 가위가 해당 부위만 반복해서 자르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정상세포에는 같은 서열이 없어 유전자 가위가 들어가더라도 자를 표적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명 단장은 "암세포에서만 자를 수 있는 유전자 가위를 만들어 정상세포와 암세포에 넣으면 정상세포에는 자를 게 없다"며 "세포가 잘린 DNA를 복구하더라도 다시 자르는 과정이 반복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면 죽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단은 현재까지 대장암·유방암·혈액암 등 10종 이상의 암종에서 신델라에 의한 암세포 사멸을 확인했다. 대장암을 이식한 마우스에서도 지질나노입자(LNP)로 유전자 가위를 전달했을 때 종양 성장이 억제됐다.

다만 당장 모든 환자가 동일한 신델라 치료제를 쓰는 '범용 치료제' 단계는 아니다. 현재 구상은 환자의 정상세포와 암세포 유전체를 분석해 암에만 존재하는 InDel을 골라낸 뒤, 해당 서열을 찾는 가이드 RNA를 환자별로 설계하는 맞춤형 치료에 가깝다.

연구단은 시스템이 자동화될 경우 환자 샘플 확보부터 맞춤형 약제를 만드는 데 약 한 달 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마다 다른 약…전달효율·안전성 평가가 상용화 관건

신델라가 실제 치료제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장벽도 남아 있다.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유전자 가위를 암세포까지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다.

연구단은 바이러스 대신 코로나19 백신을 계기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LNP를 활용하고 있지만, 명 단장은 "아직 전달 효율은 바이러스만큼은 아닌 것 같다. 효율을 높이는 게 최대 관건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환자마다 가이드 RNA의 염기서열이 달라지는 만큼 각각을 별개의 신약으로 보고 안전성 평가를 다시 해야 하는지도 과제다.

이에 연구단은 여러 암 환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돌연변이를 찾아 미리 신델라 약제를 만들어 놓는 '범용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UNI418이나 PARP 억제제와 병용해 유전자 가위가 잘라야 하는 표적 수 자체를 줄이는 연구도 병행 중이다.

명 단장은 신델라의 임상 적용 시점에 대해 "빨리 본다면 지금부터 5~10년 정도 지나면 환자에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다만 현재는 세포·동물실험과 환자 유래 세포를 활용한 검증 단계로, 실제 임상시험과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거쳐야 한다. 연구단은 현재 환자의 정상세포와 암세포로 각각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신델라가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이는지 확인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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