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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못 샀고 탄약은 전선에 못 갔다"…30대 전 국방장관, 젤렌스키 겨눴다

등록 2026.08.20 11:27:38

"국정 운영 구조적 위기…능력보다 충성 우선"

현행 계엄법상 선거 금지…페도로우, 출마 선언은 안 해

Ukraine's Defense Minister Mykhailo Fedorov speaks during a meeting of the Ukraine Defense Contact Group at NATO headquarters in Brussels, Thursday, Feb. 12, 2026. (AP Photo/Geert Vanden Wijngaert)

Ukraine's Defense Minister Mykhailo Fedorov speaks during a meeting of the Ukraine Defense Contact Group at NATO headquarters in Brussels, Thursday, Feb. 12, 2026. (AP Photo/Geert Vanden Wijngaert)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해임한 미하일로 페도로우(35) 전 국방장관이 정부의 부패와 충성파 중심 인사를 공개 비판하며 정권의 통치 책임을 정면으로 겨누기 시작했다.

영국 가디언은 19일(현지시간) 페도로우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신뢰를 받던 정부 내부 인사에서 정치적 경쟁자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페도로우는 18일 공개한 9분 분량의 유튜브 영상에서 “민주주의가 러시아에 볼모로 잡혀서는 안 된다”며 “장기전 속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온전한 민주주의 절차를 회복할 수 있는 합법적이고 안전하며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국정 운영의 구조적 위기”에 빠졌다며 개혁은 가로막히고 능력보다 충성도가 인사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낡은 체제는 번번이 자기들만의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 스스로를 지키려 하고 변화를 두려워한다”고 비판했다.

페도로우의 해임은 한 달 넘게 이어진 거리 시위를 촉발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인근 이반 프랑코 광장에서는 그의 복귀를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졌으며, 지난 16일에는 약 2000명이 키이우 중심가 크레샤티크 거리를 행진하며 페도로우를 지지하는 손팻말을 들었다.

[키이우=AP/뉴시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에서 미하일로 페도로우 국방장관 해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페도로우가 국방장관"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있다. 2026.08.01.

[키이우=AP/뉴시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에서 미하일로 페도로우 국방장관 해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페도로우가 국방장관"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있다. 2026.08.01.

그러나 우크라이나 의회는 19일 예우헨 흐마라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찬성 312표로 가결했다. 찬성표는 가결에 필요한 226표를 크게 웃돌았다. 페도로우가 다른 정부 직책은 맡지 않겠다고 밝혀온 만큼 그의 국방장관 복귀 가능성은 사실상 닫혔다.

페도로우가 젤렌스키 정부를 비판하며 특히 앞세운 쟁점은 국방 조달이었다. 그는 자신이 추진한 국방부 조달 개혁과 부패 척결이 해임의 한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전시의 부패는 단순한 예산 낭비에 그치지 않고 “구매하지 못한 드론, 전선에 도착하지 못한 탄약, 양산되지 못한 기술”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런 비판이 나온 당일 대통령실을 둘러싼 새로운 부패 수사도 공개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이리나 무드라 대통령실 부실장을 해임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찰청(SAPO)은 대통령실 부실장이 포함된 조직이 별도 에너지 부패 사건 피의자의 보석금으로 내기 위해 1억5000만 흐리우냐(47억원)를 세탁한 혐의를 공개했다. 무드라는 자신이 수사 대상이 됐고 압수수색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이번 수사를 맡은 NABU와 SAPO의 독립성은 지난해에도 우크라이나 정치의 쟁점이 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두 기관의 독립성을 약화하는 법률에 서명했다가 국내 시위와 유럽 동맹국들의 비판이 커지자 독립성을 회복하는 법안을 다시 제출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파리=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관련 의지연합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7.13.

[파리=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관련 의지연합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7.13.

이 같은 갈등을 두고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오리시아 루체비치 부국장은 낡은 행정 체제가 혁신을 늦추고 충성도를 우선한다는 페도로우의 진단에 동의했다. 다만 학생과 참전 군인, 언론인, 반부패기관이 대통령을 견제하고 있다며 계엄 아래에서도 정치적 다원성은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독립국방반부패위원회를 공동 설립한 올레나 트레구브는 “부패는 증상이지 원인이 아니다. 문제의 원인은 잘못된 국정 운영”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의 정치적 요구와 별개로 전시 선거에는 법적·현실적 장벽이 있다. 우크라이나 현행 계엄법은 계엄 기간 대통령·의회·지방선거를 금지하고 있다. 실제 선거를 치르려면 관련 법률을 고치고 전선의 군인과 해외 피란민이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투표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드미트로 리트빈 대통령실 공보보좌관은 전시 선거 요구를 두고 “러시아가 날마다 퍼붓는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 충분한 답”이라고 말했다.

전시 선거를 둘러싼 법적 논쟁과 별개로 페도로우의 국방장관 복귀를 요구하던 거리 시위도 동력을 잃었다. 흐마라 장관 인준 뒤 19일 저녁 열린 페도로우 지지 집회에는 10여 명만 모였고, 초기 시위를 주도한 참전 군인들도 페도로우의 복귀를 요구하는 시위가 사실상 끝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페도로우가 이번 공개 도전으로 향후 대통령선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맞설 수 있는 정치적 위치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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