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공공임대 첫 계약 14년…최장 75년 살 수 있다
등록 2026.09.08 15:42:15수정 2026.09.08 17:12:24
중산층·노동자 가구 대상…월세는 가구소득 30% 이내
주요 입주 조건 유지하면 연장…공증인 입회 아래 추첨
이번 모집 645가구…금융위기 부실자산을 공공임대로

7일(현지시간) 유로뉴스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마드리드에서 국가 주택·토지 관리기관 카사47(CASA 47)의 공공임대주택 포털을 공개했다. 신청자는 주택 위치와 임대료, 모집 일정, 입주 요건을 확인할 수 있다.
계약은 처음 14년간 맺는다. 이후 주요 입주 조건을 계속 충족하면 7년씩 연장하고 추가 연장기간 5년을 포함해 최대 75년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카사47의 설명이다.
한국에도 수십 년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 있다. 경기도와 서울시의 주거정책 안내에 따르면 통합공공임대는 최대 30년, 영구임대는 최장 50년까지 거주할 수 있지만 기본 계약은 2년이며 자격을 유지하면 재계약한다. 카사47은 첫 계약부터 14년으로 정해 계약 갱신 주기를 길게 잡았다.
월세는 지역의 소득 수준과 주택 특성, 자치정부별 상한 등을 고려해 정한다. 신청자는 함께 살 가구원들의 월 가처분소득을 모두 합친 금액의 30% 이하를 월세로 내는 주택에 신청할 수 있다. 신청 가구의 소득에 맞춰 해당 주택의 월세가 자동으로 내려가는 방식은 아니다.
스페인 정부가 장기 임대주택 공급에 나선 배경에는 새로 생기는 가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주택 공급이 있다. 스페인 중앙은행이 지난 6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2025년 새로 늘어난 가구 수가 같은 기간 준공된 주택 수보다 약 75만가구 많았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주택 구입가격과 임대료가 평균적으로 가구소득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집을 사기 어려워진 가구가 임대시장에 머물면서 월세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는 설명이다. 인구 증가와 고용·소득 개선 등으로 수요는 늘지만 건설 부지와 인력 확보 등의 제약으로 공급 확대는 더딘 상황이다.
주거난을 완충할 공공주택도 적다. 스페인 중앙은행이 제시한 비교자료에서 상시 거주용 주택 가운데 공공주택 비중은 스페인이 1.5%였다. 비교에 쓰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022년 기준 7.1%였다. 산체스 총리는 많은 사람이 주택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시장에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카사47의 공급 대상은 중산층과 노동자 가구다. 함께 거주할 가구원들의 연간 순소득 합계가 1만6800~6만3000유로 범위에 들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무주택 가구가 대상이지만 보유 주택에 거주할 수 없는 경우 등에는 예외가 있다. 이 소득 하한선에 못 미치는 가구는 정부가 별도의 사회주택 지원 대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카사47은 일반 임대시장의 주거비를 부담하기 어렵지만 일정한 소득이 있는 가구에 장기 임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런던(영국)=AP/뉴시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서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소셜 미디어(SNS)' 사용 금지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02.04](https://img1.newsis.com/2025/09/26/NISI20250926_0000670781_web.jpg?rnd=20260204144343)
[런던(영국)=AP/뉴시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서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소셜 미디어(SNS)' 사용 금지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02.04
이번 모집 물량은 645가구다. 앞선 모집의 171가구를 합하면 두 차례 공급 규모는 816가구다. 이번 물량은 카탈루냐와 발렌시아, 갈리시아, 나바라, 아스투리아스 등 5개 지역에 있다.
이들 주택은 금융위기 당시 부실 부동산을 처리하던 자산관리회사 사레브(SAREB)에서 회수한 물량이다. 사레브는 금융·부동산 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2012년 설립됐다. 이런 자산을 공공임대로 활용하는 것이 카사47의 공급 경로 중 하나다.
카사47은 사레브 주택뿐 아니라 국방부와 내무부 등이 보유한 토지·건물도 넘겨받아 주택 공급에 활용한다. 직접 건설과 기존 주택 매입도 병행한다. 정부는 지난 2월 카사47의 10년간 투자 계획을 130억유로로 제시했다.
공급한 주택을 계속 공공임대로 남기는 것도 정책의 핵심이다. 카사47은 이번 주택의 용도를 임대로 한정하고 매각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산체스 총리는 과거 보호주택이 시간이 지나 보호 지위를 잃었던 일을 비판하며 경제 상황이나 정권이 바뀌어도 카사47 주택이 공공주택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조만간 1500가구를 추가하고 이후에도 분기마다 공급 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기존 자산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작업과 신규 주택 건설을 병행해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급 대상으로 제시한 자산 전체가 즉시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은 아니다. 카사47은 사레브 주택 4만가구와 토지 2400곳을 소개하면서 주거에 적합한 상태를 갖추는 대로 순차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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