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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해 남의 가방 잘못 가져갔다가 '절도범' 몰려…헌재서 취소

등록 2026.10.14 09:51:00수정 2026.10.14 10:06:26

가방 주인 못 찾아 친구 집에 두고 반환 부탁

반환 지체돼 수사 개시…물품 모두 경찰에 제출

헌재 "불법영득의사 인정 안 돼"…처분 취소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2026헌가1 구 지방세법 제47조 제1호 등 위헌제청' 등 총 41건의 심판사건에 대한 선고에 참석해 있다. 2026.10.14.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2026헌가1 구 지방세법 제47조 제1호 등 위헌제청' 등 총 41건의 심판사건에 대한 선고에 참석해 있다. 2026.10.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헌팅포차에서 책상 밑에 놓여있던 가방을 챙겨 갔다가 깜박 잊고 돌려주지 못했던 군인이 절도 혐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으나, 헌법재판소에서 고의가 없었다는 판단을 받아 혐의를 벗었다.

14일 관보에 따르면 헌재는 최근 육군 군인 A씨가 군 검사의 특수절도 혐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받아들였다.

A씨는 지난해 5월 6일 지인 B씨와 함께 부산의 한 헌팅포차에서 시가 합계 69만8000원 상당의 후드집업, 속옷, 향수, 액상 전자담배 등이 든 가방을 가져가 절취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죄가 있다고 판단은 되지만 여러 정황을 참착해 검사가 피의자를 형사재판에 넘기지는 않는 처분이다.

A씨는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가방이 일행인 B씨의 소지품인 줄 착각해 들고 가져간 것일 뿐 고의로 훔친 게 아니라며 기소유예 취소를 구했다.

사건 당시 A씨는 친구 B씨, C씨와 함께 부산에서 양주 3병 등 술을 마신 뒤 문제가 생긴 헌팅포차에 방문했다.

B씨는 자리에 착석해 1시간 동안 여성들과 합석해 대화했는데, 이 때 문제의 가방이 책상 아래에 놓여 있었다.

B씨는 자리를 뜨면서 그 가방을 들고 A씨가 있던 자리로 옮겨 가져다 뒀고 A씨는 당일 새벽 2시30분께 B씨, C씨와 함께 자리를 뜨면서 가방을 메고 C씨 집에 갔다.

A씨는 그날 새벽 3시15분께 헌팅포차에서 대화했던 다른 여성에게 메시지를 보내 가방의 주인인지 확인했으나, 그 여성이 자기 것이 아니라 하자 C씨 집에 가방을 그대로 둔 채로 다음 날 떠났다.

C씨는 한 달여 동안 가방을 소지하다가 수사가 개시되자 피해자가 신고한 물품 모두를 그대로 경찰에 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B씨의 특수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했으나, 군 검사는 A씨의 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헌재는 이런 경위를 종합해 보면 "가방 등의 반환이 지체됐다는 사정만으로 A씨가 이를 가져갈 당시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A씨 등이 수사 과정에서 "A씨가 가방을 B씨 것으로 잘못 알고 가져왔을 뿐이고 헌팅포차에 반환하려 했다"는 취지로 일관성 있게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또 A씨는 C씨에게 가방을 헌팅포차에 돌려주라고 부탁했으나 C씨가 이를 잊어 반환이 늦어졌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군 검사는 A씨에게 절도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는데,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 판단의 잘못이 있다"며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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