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태양 질량의 300억배? 자이언트 블랙홀 [사이언스 PICK]

등록 2023.04.01 10:3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英 연구진, 태양 질량 300억배 '초대질량 블랙홀' 발견

거대 블랙홀 생성, 아직 '미지의 영역'…빅뱅? 블랙홀 융합?

기존 학설 뒤집혀…거대 블랙홀, 원시 우주부터 존재해와

초대질량 블랙홀 상상도. (사진=유럽우주국) *재판매 및 DB 금지

초대질량 블랙홀 상상도. (사진=유럽우주국)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밤하늘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별과 행성들을 한 점에 모아도 이 블랙홀의 0.1% 크기일 겁니다. 이 블랙홀은 우주에 있는 대부분의 은하보다 더 큽니다."

영국 더럼대학교 연구팀이 지구에서 약 27억 광년 떨어진 '아벨(Abell) 1201' 은하에서 태양 질량의 300억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be Blackhole)을 발견했다. 이는 영국 왕립천문학회 월간지(MNRAS)에 게재됐다.

이번 발견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직접 포착한 빛의 굴절을 근거 삼아 슈퍼컴퓨터로 블랙홀에 의해 빛이 굴절되는 '중력 렌즈 현상'을 수십만번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시뮬레이션 결과와 허블망원경의 실관측이 일치했다. 중력 렌즈 현상을 통해 초대질량 블랙홀을 발견한 것은 이번이 최초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보다 수십억~수백억배 무겁다…"이것이 슈퍼매시브 블랙홀"

천문학계에서는 태양 질량의 수십만~수십억배에 이르는 거대한 블랙홀을 '초대질량 블랙홀'로 지칭한다. 공식적인 명칭은 아니지만 학계 일각에서는 태양 질량 100억배 이상의 블랙홀을 '극대질량 블랙홀(Ultramassive Blackhole)'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번에 발표된 블랙홀이 태양 질량 300억배를 넘어선다고 발표됐지만 학계에서는 추정 방법에 따라 오차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학계에 따르면 블랙홀의 질량을 추정하는 방식은 일원화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사용된 중력 렌즈 활용 방식은 가장 뛰어난 방법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태양 질량의 수백억~1000억배에 달하는 블랙홀 관측이 보고되긴 했으나, 오차가 가장 적다고 인정 받는 블랙홀 중 가장 큰 블랙홀은 지구에서 약 35억 광년 떨어진 'OJ287' 블랙홀이다. 해당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100억배 수준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 프로젝트는 1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에 관측한 은하 M87의 중심에 대한 블랙홀의 첫 이미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2019.04.10. (사진=이벤트호라이즌 홈페이지 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 프로젝트는 1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에 관측한 은하 M87의 중심에 대한 블랙홀의 첫 이미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2019.04.10. (사진=이벤트호라이즌 홈페이지 캡쳐)  [email protected]


지구와 가까운 블랙홀 중에서는 인류 최초로 화상 촬영에 성공한 'M87(포웨히)' 블랙홀이 대표적이다.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M85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65억배 수준으로, 역시 초대질량 블랙홀에 해당한다.

다만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숫자를 다루는 천문학의 세계에서는 100억배와 300억배 같은 2~3배의 차이는 '무의미한' 수준이라는 게 학계의 입장이다. 이번에 발견된 블랙홀이 태양 질량의 300억배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특출나게 거대한 천체임은 틀림 없다는 것이다.

초대질량 블랙홀, '항성 붕괴' 원리와 다를 듯…"우리 방식으로는 해석 안돼, 新연구영역 될 것"

흔히 블랙홀은 태양과 같은 항성의 수명이 다해 폭발·붕괴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항성보다 수십만배~수백억배 무거운 질량의 블랙홀들은 항성 붕괴로 만들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학계에서는 현재도 초대질량 블랙홀의 형성 원리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우주 내의 에너지나 물질의 밀도는 불균형하게 분포돼있다. 빅뱅 대폭발로 우주가 형성되면서 밀도가 높고 낮은 공간이 생겨나게 됐는데, 초기 우주에서 공간별 밀도가 어느정도 차이를 보이는지는 아직까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다만 밀도가 높은 지역의 압력으로 인해 거대한 블랙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학계의 추론이다.

이뿐만 아니라 항성 붕괴로 생겨난 일반적인 블랙홀들이 일련의 현상을 통해 융합하면서 훨씬 거대한 블랙홀로 재탄생 할 수 있다는 학설도 제기되고 있다.

그간 학계의 정설은 블랙홀의 질량과 그 블랙홀이 속한 은하의 질량이 비례한다는 것이었다. 블랙홀과 은하 사이에 비례식이 성립돼 은하 내 별의 질량을 측정하면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의 질량을 추측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극대질량 블랙홀 상상도. (사진=ESA/Hubble, Digitized Sky Survey, Nick Risinger, N. Bartmann) *재판매 및 DB 금지

극대질량 블랙홀 상상도. (사진=ESA/Hubble, Digitized Sky Survey, Nick Risinger, N. Bartmann)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은하의 성장이 곧 블랙홀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만큼 초대질량 블랙홀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원시 블랙홀들은 모두 크기가 굉장히 작아 이미 소멸했거나, 소멸을 앞두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우주 관측 망원경의 성능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이같은 설이 뒤집혀졌다. 지구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을 관측한 결과 초기 원시 우주에도 이미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원시 우주의 초대질량 블랙홀은 현재까지의 학설로는 정확하게 해석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예상이 뒤집혔지만 학계에서는 되려 새로운 연구 영역이 나타났음을 반기는 모양새다. 원시 블랙홀들이 처음부터 거대하게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작은 원시 블랙홀들이 쉽게 뭉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었는지를 찾아나간다는 계획이다.

천문연 관계자는 "최근 우주 관측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블랙홀의 질량, 원시 블랙홀 등에 대한 기존의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태양의 100억배 수준인 블랙홀도 우리가 알던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