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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이스타항공…항공업계 대규모 실직 사태 우려 커져

등록 2020.07.05 10: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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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가족의 이스타 지분 모두 헌납" 발표했지만

제주 측 "열흘 안에 빚 갚아라" 답변에 M&A 좌초 위기

실업사태 현실화 우려…업황 악화에 재취업도 어려울 듯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이스타항공노조원들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이스타항공 운항재개 촉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020.07.04.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이스타항공노조원들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이스타항공 운항재개 촉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020.07.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인수합병(M&A)이 좌초 위기에 처하며 이스타항공의 파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파산이 현실화될 시 수백억 원대의 체불 임금 문제 미해결에 따른 직원들의 고통은 물론, 국내 항공업계에 유례없는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3월 이후 발생한 채무에 대해 영업일 기준 10일 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계약은 파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구체적으로 체불 임금 250억원 및 타이이스타젯이 항공기를 임차할 때 이스타항공이 지급 보증한 370억원 가량, 기타 연체한 조업료·운영비 등이 포함된 800억원에 대한 해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스타항공 최종구 대표와 김유상 전무가 29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6.29.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스타항공 최종구 대표와 김유상 전무가 29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열흘 안에 출분한 자금을 확보할 여력이 없어, 사실상 인수전 무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지난해 12월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약 7개월간 매각 작업을 이어왔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이스타항공의 자금난이 심각해지고, 직원 체불 임금 등 문제가 불거지며 M&A에 이상기류가 흐르는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제주항공이 지난달 26일 전환사채(CB) 발행예정일을 당사자들의 합의해 정하는 날로 변경될 수 있다고 공시하며, M&A가 사실상 무기한 연장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제주항공은 1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해 이스타항공에 투입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CB 납입일 전날인 6월29일을 이스타항공 인수 거래 종결 시점으로 예상해왔다.

이에 이스타항공 창업자 이상직 더불어민주당이 가족들이 가진 이스타항공 지분을 회사에 모두 넘기겠다고 나섰지만, M&A 무산 시 가치 없는 주식이며 근본적 해결책 제시는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다.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스타항공이 항공업계 처음으로 대규모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에 위치한 이스타항공 사무실 로고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0.04.02. bjk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스타항공이 항공업계 처음으로 대규모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에 위치한 이스타항공 사무실 로고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0.04.02. [email protected]


파산 수순이 현실화되면 체불 임금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남는 것은 물론 국내 항공업계에는 유례없는 대규모 실직 사태가 빚어질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올 1분기 자본총계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고, 새 인수자를 찾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 돌입 시 기업 회생이 아닌 기업 청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 측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거부한다면 정부 지원이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파산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이 실제로 파산하면 직원들은 사업주에 책임을 물어도 미지급 임금을 받아낼 가능성은 희박하고, 사실상 국가의 체당금 제도를 활용한 지원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액체당금은 임금 체불 여부에 대해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으면 지원받을 수 있고, 지급금액이 더 큰 일반체당금은 기업이 도산·파산할 시 신청할 수 있지만 지급 요건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무사는 "파산이 현실화될 시, 체당금을 신청하는 것 외에는 (밀린 임금을 지급받기 위한) 실효적인 방안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재취업의 어려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체 항공업황이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객실·운항·정비 등 부문의 직원들은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국적사들은 무급휴직, 순환제 근무 등을 통해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 매년 진행하던 신규 채용도 중단한 상황이다. 항공산업이 2019년 수준의 여객 수요를 회복하려면 최소 3~4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직원들이 느끼는 고용 불안과 관련해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전날 결의대회에서 "이스타항공 전 노선이 운항을 중단하고 1600명 노동자가 임금을 못 받고 있는데 노동자 생존권을 책임지는 이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측은 "임금이 체불되며 직원들은 생활비를 위해 택배기사, 대리기사, 건설현장 노동자로 일하며 하루하루를 걱정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이스타항공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내일(24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한 달 동안 김포와 청주, 군산에서 출발하는 제주노선의 운항을 중단한다. 2020.03.2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이스타항공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내일(24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한 달 동안 김포와 청주, 군산에서 출발하는 제주노선의 운항을 중단한다.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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