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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악플러, 이제 믿겠니…알리의 용기 2제

등록 2011.12.17 07:05:00수정 2016.12.27 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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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문화부 기자 = 판도라의 상자는 이렇게 열리고 말았다. 일부 네티즌의 '비난을 위한 비난'으로 젊은 여자가수는 참혹한 고통을 꺼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나영이'에 대한 미안함과 스스로의 깊은 상처로 그녀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됐다.

【서울=뉴시스】이재훈 문화부 기자 = 판도라의 상자는 이렇게 열리고 말았다. 일부 네티즌의 '비난을 위한 비난'으로 젊은 여자가수는 참혹한 고통을 꺼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나영이'에 대한 미안함과 스스로의 깊은 상처로 그녀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됐다.

 데뷔 2년 만에 내놓은 첫 정규음반 '소리(Soulli): 영혼이 있는 마을'에 실은 노래 '나영이'로 '조두순 아동성폭행 사건' 피해자인 나영이(가명)에게 상처를 줬다고 비난받은 가수 알리(27)는 용기를 내고 또 냈다.

 3년을 알고 지낸 후배에게 성폭행을 당한 알리는 나영이를 위한 노래를 만들었다. 환기하고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 이것이 첫 번째 용기다.

 잊고싶은 악몽을 곡에 담아낸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대중은 이를 오독했다. '청춘을 버린 채 몸 팔아 영 팔아 빼앗겨버린 불쌍한 너의 인생아' '더럽혀진 마음 그 안에서 진실한 순결한 그 사랑을 원할 때 캔 유 두 댓 지킬 수 있을까' 등의 가사를 문제 삼았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며 "나영이에게 또 다시 상처를 주고 있다" "'나영이'라는 제목을 꼭 써야 했나? 예의 없다"고 공격했다.

 알리는 백배사죄하면서도 "피해자를 생각하고 쓴 것은 절대 아님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청했다. 이 말의 뜻을 이해하는 이는 없었다. 이어 알리는 앨범을 모두 수거, 폐기했다.

 이번에도 역시 일부 네티즌이 선동하고 나섰다. KBS 2TV '자유선언 토요일-불후의 명곡2: 전설을 노래하다'에서 알리를 퇴출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거두절미, 아전인수 격으로 편취한 부분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퍼뜨렸다. 가수 은퇴까지 들먹여지기에 이르렀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가수 알리(본명 조용진)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홍지동 상명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 알리의 정규 1집에 수록된 '나영이'곡 논란과 관련한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2008년 성폭행당한 사실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go2@newsis.com

 이런 상황에서 16일 기자회견 참석 요청을 받았다. 직접 얼굴을 내밀고 재차 사과하려는 것이려니, 대개들 그리 짐작했다. 회견 현장을 찾은 기자들이 적었던 이유다. 그러나 알리의 입에서 나온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충격적인 고백이다. 이것이 두 번째 용기다.

 알리는 "음악을 부디 누릴 수 있게 해주세요. 앞으로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줄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고 호소했다. 가장 큰 아픔을 가장 사랑하는 것과 그녀는 그렇게 맞바꿔야 했다.

 알리는 계속 노래를 부를 것이다. 그 곡조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만든 제3자들은 한동안 멍해질 것이다. 그리고 곧 이성을 되찾을 것이다.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을 말을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음이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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