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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喝']14세미만 '촉법소년' 불처벌, 이대로 좋은가

등록 2013.04.09 13:27:49수정 2016.12.28 07: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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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뉴시스】

'형사처벌 불가' 악용하는 소년범죄 많아  '처벌수위 높여야' vs '예방·교화 위주로'

【춘천=뉴시스】김태겸 이다솜 기자 = 최근 초등학교 6학년생 3명이 학교 인근 공터에서 지적장애 2급인 20대 여성을 유인한 후 스마트폰에 저장된 '야동'을 보여주며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들이 형법상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여서 관할 법원 소년부로 송치했다.   

 지난 2011년에는 같은 중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한 남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형사처벌을 면했고 이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다니다 같은 해 친구 6명과 또 다른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했다. 경찰은 가해학생이 이미 지난 2010년 당시 12세의 나이에 특수절도 혐의 등으로 네차례의 검거와 '보호처분'을 받고 풀려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한 중학생을 9명의 또래들이 4시간 가량 집단폭행해 두 번을 기절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구덩이를 파서 묻는 등 성인범죄를 모방한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또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자살을 선택한 한 중학생의 유서에는 자신을 괴롭힌 친구들이 휴대폰 줄을 목에 걸고 엎드려 기게 하며 애완견 사료를 먹이는 등 잔인한 폭력을 가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사회를 경악케 하기도 했다.    소년범죄의 가해자로 구속된 한 중학생은 경찰에서 "후배가 성폭행과 절도 등을 수 차례 저지르고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것을 보고 나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해 '촉법소년'의 법 규정의 맹점을 악용하는 청소년들이 있는 게 사실상 확인됐다. 최근 이런 형태로 법을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범죄 뺨치는 끔찍한 강력범죄 속 가해자는 고작 14세 미만의 초·중생들인 경우가 많고 갈수록 이런 소년범죄 무리들이 형성되면서 강력사건 소년범죄자(촉법소년)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현행법은 만 14세 이상이 돼야 형사처벌이 가능하며 그 이하는 '촉법(觸法)소년'에 해당돼 강력범죄를 저지른다 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법원 행정처가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소년범죄는 해마다 증가해 지난 2002년 2564명에서 2011년 3924명으로 큰 폭으로 늘고 있고, 또 그 범죄의 수법도 갈수록 성인범죄를 흉내내 흉포해짐에 따라 소년범 처벌 규정을 강화하자는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만 10세 미만의 소년범의 경우 너무 어려서 아무런 법적 규제를 하지 않아 형벌은 물론 보안처분도 불가능하다. 또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범의 경우도 형사미성년자로서 보호처분은 할 수 있으나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반면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범의 경우 성인범과 유사한 형사처벌은 받으나 자유형 부과 때 소년교도소에 수감하며 성인교도소에 수감되더라도 성인 수형자와 따로 수감하도록 되어있다.    대검찰청 범죄백서는 4대 강력 범죄(살인·강간·강도·방화)로 인해 입건된 미성년자(19세 미만)가 지난 2005년 1549명에서 2010년 3106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소년부 송치율도 지난 2000년 17%에서 2010년 33.6%로 크게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갈수록 저연령화 되는 소년범죄자들이 '촉법소년'라는 보호막 안에서 죄의 경중과 관계없이 무조건 관대한 처분을 받으면서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성장한 후 다시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환경이 조성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상당수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 재범의 우려가 높은데다 성인범죄를 모방하는 미성년자 범죄 집단으로 성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형사미성년자의 경우 보호처분만으로는 처벌에 한계가 있고 소년부 송치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검찰 기소와는 달리 가정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 재판 결과에 따라 보호관찰 등의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되고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따라서 상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받는 상처는 상대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에따라 소년범들을 재교육시켜서 자기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주자는 측과 예전과 달리 조폭 뺨치는 범죄로 변질돼 가는 청소년들의 범죄에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두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 9일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1명의 사망자와 21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56채의 주택을 태운 이 대형 산불은 14세 미만의 한 중학생이 저지른 불장난이 화인으로 밝혀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피해 상황으로 볼 때 피의자가 어린 중핵생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용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 처벌을 주장하고 나섰고 반면 우발적인 사고인데 어린 학생에게 엄중처벌은 지나치다는 동정 여론도 뒤를 잇고 있다.   경찰은 이 중학생을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이날 조사 후 집으로 돌려보냈다. 형사책임이 없기 때문에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틀에 걸친 대형 산불은 어렵사리 진화가 됐지만, 한 순간 118명의 이재민이 된 주민들과 네티즌들의 공분은 쉽게 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전 GS연구소 수석연구원이었던 현준식 박사는 "두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소년범죄를) 초기에 잡지 않고 관용만 베풀면 아이들이 죄 짓는 데 대해서 무감각해지고 더 큰 죄로 이어지며 이로 인한 사회적 폐해나 비용은 더 커질 것이다"라며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현 박사는 "도덕, 윤리 등 공교육을 강화하고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정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미성년자라고해서 무조건 면책은 위험하며 잘못할 경우 부모들도 함께 책임지게 하거나 혹은 부모를 대신 처벌할 수 있도록 해서 가정의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유도해야 한다. 또 아무리 미성년자라도 죄를 짓는 경우에는 소년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기간 선도하고 자성할 수 있는 집단시설에 수용해 이들을 교육시켜 다시 내보내도록 교육시스템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14세 미만의 아이들은 우리가 알던 과거의 초·중생들과 다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경제적 풍요와 충분한 영양 섭취 등으로 육체는 이미 성숙했고 각 종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한 정보습득으로 조숙한 상태이다. 지난 10년간 소년범죄 유형이 성인범죄를 빼닮은 것 역시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인성교육과 도덕적 판단능력이다.

 그렇다고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를 태울 수는 없다. 아직 때묻지 않은 청소년들의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촉법(觸法)소년'이란 처벌규정은 이미 30년 전 청소년들을 기준으로 한 낡은 구조여서 오히려 소년범죄가 성인범죄로 옮아가는 통로 역활을 한다는 우려가 큰 만큼 정부는 다양한 형태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범죄의 유혹으로부터 원천적으로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 시대에 걸맞는 법 규정의 현실화가 절실하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만 10~13세 소년을 지칭하는 법률 용어로 형사 처벌 대신 가정법원이 소년원으로 보내거나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등 재범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보호처분’을 하게 된다. 형법 9조는 촉법소년을 포함해 만 13세까지를 사리 분별이 완전하지 못한 ‘형사 미성년자’로 규정하고 있다. 만 14~18세 소년범도 성인보다는 가볍게 처벌한다.

 ■  '시사 할(喝) '은 = 앞으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신설한 기획이다. 할(喝)이란 주로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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