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이슈진단 ''공룡' 재향군인회·군인공제회 어디로'-비리의혹·무리한 투자 부실경영으로 여론 질타

재향군인회는 반복되는 비리 사건에도 불구하고 조직개혁을 외면해왔고, 투자관리가 허술해 “재향군인회 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재향군인회는 건설-금융-유통-레저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사업을 펼치고 있어 회장의 기업경영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단체가 돼 있다.
◇검찰 수사로 향군 임직원 비리 또 드러나
최근 검찰은 재향군인회 간부의 비리와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Project Financing)으로 거액을 빌려줬다가 물려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은 사실도 밝혀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강남일 부장검사)는 재향군인회에 거액의 손실을 끼친 이 단체 간부 안모(55)씨 등 3명과 K산업개발 대표 이모(53)씨 등 건설시행사·시공사 임직원 등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재향군인회 전 사업개발본부장 윤모(70)씨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재향군인회는 신규 수익사업을 찾겠다며 2004년 6월 사업개발본부를 설립하고 부동산 사업장마다 금융회사에서 연 6~8%의 이율로 대출받아 이를 다시 시행사에 연 20%대의 고금리로 선이자를 떼고 대출해주는 PF 대출을 해왔다.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10개 사업장에 적게는 50억원부터 많게는 1239억원까지 빌려줬다. 마치 금융회사처럼 예대마진(금리 차이)으로 이익을 보는 ‘고리 대금 장사’를 한 것이다. 재향군인회는 2004년 처음 PF 대출을 해준 이래 2010년까지 경기 평택 아웃렛 매장 등 10개 사업장에 2415억원을 빌려줬고 추가대출과 지급보증을 통한 총 대출금은 6185억원에 달한다. 건설경기가 악화돼 이 가운데 2217억원만 회수했을 뿐 나머지 3968억원은 회수하지 못해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아야 할 형편이다. 고리대금 장사에 재미를 들였다가 ‘부실의 늪’에 빠진 것이다.
재향군인회는 지난 2011년 국가보훈처의 특별감사를 받고 나서야 지난해 2월 관련 임직원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수사결과 사업성 검토 등 대출 심사에서 대출금 관리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관리가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체가 없는 유령사업장에 무작정 투자해서 물린 돈만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복되는 임직원들의 탈선…감사도 부실
지난해 7월에도 재향군인회 주택사업부장 안모씨가 2009년 10월 워터파크 개발 시행사 대표로부터 2억원을 받고 재향군인회 자금 수백억 원을 대출해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안씨는 개발업체에 담보도 제대로 잡지 않고 추가로 75억원을 대출해 주고 다른 사업장에서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2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또 이보다 한 달 전인 지난해 6월에는 재향군인회 산하 사업단장 최모씨가 4개의 코스닥 상장사가 79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재향군인회 명의로 보증을 서주는 대가로 277억원을 받아 착복한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의해 구속됐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채권 만기 때 돈을 갚지 않아 재향군인회가 790억원을 갚아야 했다.
재향군인회가 PF대출을 시작한 이후 부채 규모는 2004년 1474억원, 2006년 1645억원, 2007년 3523억원, 2008년 4348억원, 2009년 5908억원, 2010년 5329억원, 2011년 6819억원으로 매년 급증했다. 재향군인회 내에 투자심의실무위원회 수익사업심의위원회 등 심사 기관이 있지만 형식적으로 심의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재향군인회는 금융기관이 아니지만 사실상 대출사업을 해왔다”며 “국가보훈처의 행정감독을 받긴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감독 대상에서 제외돼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어 부실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향군인회로부터 대출을 받은 시행사가 정해진 용도로 쓰이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고 밝혔다.
한편, 관리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는 재향군인회가 부실대출로 인해 6000억원 상당의 빚을 떠안게 되자 신규대출 중단을 권고했지만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제동을 걸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향군인회의 역사
재향군인회는 전쟁 중이던 1952년 2월 당시 임시수도 부산에서 전상 장병과 제대 장병의 생활을 돕는다는 취지로 제대 장병 3만여 명을 기반으로 창설됐다. 휴전 후에 ‘대한민국제대장병보도회’로 명칭이 바뀌었다가 ‘대한참전전우회’와 통합하면서 ‘대한상무회’로 다시 이름이 변경됐다.
1961년 5·16군사정변 이후 모든 정당이나 사회단체의 해체를 명령한 국가재건최고회의 포고령에 의해 해체됐으나, 그해 12월 군사정권은 대한민국재향군인회라는 원래의 이름으로 재출범시켰다. 3공 정권에서부터 전두환 노태우의 5공, 6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정부 고위직 출신 예비역 장성들이 계속 회장을 맡아왔고, 재향군인회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과 배려도 많았다. 재향군인회는 오랫동안 “정부 산하기관도 아니면서 1963년에 제정된 재향군인회법의 보호 하에 각종 특혜를 받아 자산을 늘려왔지만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이상한 조직”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현재 850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매년 제대하는 예비역 장병(25만 명) 중에서 회비를 내고 가입하는 정회원은 1000명 미만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의 경우 재향군인회 예산 355억원 중에서 70%인 249억원이 정부 보조금이었다.
재향군인회는 제대 군인들의 복지 지원이라는 본래의 취지보다 영리적 사업에 더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이러한 목소리는 외면해왔다. 지난 4월 재향군인회장 선거에서도 이 부분이 심도 있게 제기됐으나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는 못했다.
◇“회장선거 방식 금권 개입에 취약”
병장 출신으로 최초로 장성 출신 후보들에게 도전했던 김병관 전 서울시 재향군인회장은 당시 선거 연설에서 “재향군인회 지휘부 평균연령이 72세다. 향군 회장이 육군대장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경영을 전혀 해보지 않은 분들이 아래 사람의 보고에 의지해 향군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위험한 현상을 가까이서 수없이 봐 왔다”고 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850만 명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대의원 380명에 의해 치러진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이것이 향군의 위기를 자초하게 된 것”이라며 “대의원 숫자가 너무 적어 검은 손들의 선거 개입-선거 후 이권 챙기기가 쉽게 이뤄진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밝혔다.
재향군인회가 사업에 치중하면서 이미 거느리고 있는 기업 규모만 보더라도 대기업 군에 속할 정도다. 직영사업체로 종합사업본부,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본부 등이 있으며, 산하기업체로는 중앙고속, 향우산업, 통일전망대, 충주호관광선, 재향군인회 상조회 등 7개와 골프클럽까지 갖고 있다. 재향군인회는 아파트·리조트 건설에서부터 물류 유통 레저 관광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재향군인회는 이번에 드러난 10개 사업장의 부실 대출에 따른 채무를 떠안더라도 자본금 규모가 7000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공룡조직에 대해 감사원이 지난 20년 사이에 감사를 실시한 것은 단 세 차례뿐이었다. 관계자들은 “막대한 규모의 돈과 이권을 운용하는 기관에 대해 철저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일부 종업원들의 분탕질을 방조한 셈”이라며 “재향군인회도 국민의 변화 요구를 경청하고 변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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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31호(6월11일~17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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