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사이언스]식탁 위에서 감동하는 계란의 과학

‘계란에 얽힌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이 콜럼버스를 떠올린다. 1492년 어느 날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와 추기경이 주최한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그런데 그의 업적을 시기하는 일부 사람들이 ‘당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발견했을 것이다.’ 라며 콜럼버스의 업적을 무시했다. 그러자 콜럼버스는 계란을 가져오게 한 후 사람들에게 계란을 식탁 위에 세워 보라고 하자 아무도 세우지 못하자 콜럼버스가 계란의 한쪽 모서리를 깨서 식탁 위에 세웠다. 이탈리아 지롤라모 벤조니(Girolamo Benzoni)가 쓴 '신세계의 역사'(A History of New World, 1565년)에 나오는 일화이다. 이 일화의 의미는 발상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와 쉬운 것처럼 보이는 일이지만 처음 개척하는 것이야말로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역사적으로 계란에 관심을 끌게 하였던 과학적 접근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그때 사용되었던 계란이 날계란인지 삶은 계란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만약 삶은 계란이었다면 깨뜨리지 않는 다른 방법 즉 회전시키면 세울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을 해 본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그로부터 약 300년 정도 지난 1700년대 중반에 사람들은 삶은 계란을 눕혀서 돌리면 돌던 계란이 똑바로 일어서는 신기한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삶은 계란을 먹기 전에 수평인 식탁 위에서 장난삼아 돌렸을 것이고, 계란이 회전하면서 일어서는 현상이야말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콜럼버스가 하지 못한 것을 하게 된 것이라는 재미를 더하여 퍼져 나갔을 것이고, 당시 과학자들은 '삶은 달걀이 회전하면서 왜 일어서는 것일까?'를 연구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 이 '삶은 달걀이 회전하면서 왜 일어서는 것일까?'에 관한 연구는 수많은 과학자를 괴롭혔다. 삶은 달걀이 회전하면서 일어서는 원리는 쉽게 풀리지 않았고 무려 300년이나 지속되었다. 이를 사람들은 ‘삶은 계란의 패러독스’라고까지 불렀다. 즉 모든 물체는 중력의 영향을 받아 위치에너지가 아래로 향하는데 삶은 계란만이 회전하는 동안 위치에너지가 위로 올라갔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었다.
그러나 끊임없이 도전하는 과학자와 수학자들에 의해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삶은 계란의 패러독스도 2002년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 모파트(H. K. Moffat) 교수와 일본 게이대학 시모무라(Y. Shimomura)교수에 의해 풀리게 되었고,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지에 그 이야기가 실렸다(3월28일). 당시 사람들은 유행처럼 계란 돌리기에 열중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회전하는 삶은 달걀이 왜 일어설까? 우선 계란이 타원형이기 때문이다. 또한 삶은 달걀은 내용물이 응고되어 껍질과 하나로 붙어있는 상태 즉 강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닥면과의 마찰력 때문에 일어설 수 있다. 날달걀은 속의 내용물이 유체상태이기 때문에 회전할 때 양쪽으로 몰리면서 운동에너지를 감소시키므로 일어서지 않는 것이다. 식탁 위에 마찰력을 줄이기 위해 기름을 얇게 바른 후 삶은 달걀을 돌린다면 일어서지 않는다. 좀 더 물리적으로 그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아직 남아있지만, 이 정도에서 계란의 과학에 대한 의문을 가진 채 이처럼 일어서는 다른 물체가 또 있을까 생각해보자. 아마 바둑돌은 어떨까? 또 다른 물체는 무엇일까?
계란후라이, 계란찜, 계란말이, 스크램블애그, 계란오믈렛 등등 계란의 요리는 다양하지만 우리는 콜롬버스가 살았던 1492년, 뉴턴이 살았던 1700년대 초, 또는 모파트와 시모무라 교수가 수없이 삶은 계란을 돌려보며 해답을 찾아 환호성을 질렀을 2002년으로 되돌아가 삶은 계란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하나는 모서리를 깨어 세워보고 또 하나는 돌려보면서 일어서는 현상을 통해 감탄하고, 그 원리가 무엇인지 알아보며 역사속 과학이야기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야말로 가을을 맞이하는 여름 저녁은 과학으로 가득한 낭만이기도 할 것이다.
이원춘(안산성호중 수석교사/건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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