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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아이즈]칼럼 '고봉진의 에세'-중국에서의 공자의 부활

등록 2013.09.23 09:04:00수정 2016.12.28 08: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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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봉진 뉴시스 상임고문.

【서울=뉴시스】이번 9월 중국에서 작지만 의미심장한 하나의 변화가 일어났다. 중국정부가 ‘스승의 날(敎師節)’을 9월10일에서 같은 달 28일로 바꾸기로 했다. 이날은 공자의 탄신일인 노(魯)의 양공(襄公)22년(전551년) 10월27일(구력)에 해당하는 날이다.

 지난 세기 마오쩌둥이 이끈 ‘문화대혁명’과 ‘비림비공(批林批孔)’운동으로 철저히 부정되고 탄압을 받아오던 공자의 사상이 21세기 들어와서 서서히 부활되고 있다. 특히 2004년 후진타오가 국가 주석으로 오르면서 공자에 대한 재평가가 다방면으로 이루어졌었다.

 1978년 덩샤오핑이 시작한 개혁∙개방 정책으로 중국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나, 사회 각 계층과 여러 지역 간의 경제적 격차가 발생하여, 새로운 빈부 계층의 대두와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회 질서에 대한 존중, 윗사람에 대한 충효로 대표되는 유교의 이념이야말로 이러한 소외 계층과 지역을 끌어안고 안정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인 사상이다.

 후진타오는 집권을 하자 “서로 다른 처지의 사람들이 조화롭게 살아 가는 체제를 만들겠다”고 공자의 가르침 가운데서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말을 따와 치정의 목표로 내걸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서울에 공자아카데미를 두는 것을 효시로 해서 연차적으로 세계각국에 300개가 넘는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을 설치했다. 이들은 중국정부와 해당국가의 교육기관이 제휴해서 운영하고, 중국어 및 중국문화를 교육하고 홍보하고 있다. 비록 공자 사상을 가르치는 곳은 아니지만 공자를 아이콘으로 삼아 중국 문화의 전통과 독자성을 온 세계에 홍보하고 있다.

 2006년에는 공자의 탄생을 기리는 국가적인 기념행사가 처음으로 취푸(曲阜)에서 치러졌고 그 실황이 중국 중앙방송(CCTV)의 전파로 온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그동안 공자사상 부활에 대한 공산당 좌파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2011년 1월11일 천안문광장을 사이에 두고 천안문과 마주보는 국가박물관 북문 앞에 거대한 공자상이 등장했었다. 높이 9.5m의 청동상으로 자금성 벽에 걸려 있는 마오쩌둥의 높이 6m 초상화를 비스듬히 마주보고 있었다. 그 동상이 세워진 지 100일만인 4월21일 갑자기 철거되었다. 천안문광장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장소이기 때문에 많은 정치적 억측을 불러 일으켰다.

 VOA 중국어 방송은, 공자상이 국가박물관 서편에 있는 뜰로 옮겨졌다고 보도하고, 박물관장은 “공자상을 옮긴 것은 정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했지만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공자상의 철거는 중국공산당의 좌경을 의미한다”는 견해가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또 “후진타오 주석이 이상으로 하고 있는 과격하지 않고 비교적 온화한 정치가 후퇴한 것으로 해석되며, 정치지도자들의 이데올로기 투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견해와 “후진타오가 처음에는 진심으로 조화사회를 지향했지만 곧 그것이 무리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정책을 서둘러 철회하고 공자상을 관내로 옮겼으리라는 추측들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2012년 11월 시진핑 정권이 출범할 때까지는 더 이상 공자에 대한 사건이나 논의가 재연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2013년이 되고 9월에 들어서자 ‘스승의 날’을 공자의 탄신일로 변경해야 된다는 논의가 중국에서 급격히 부상했고 정부가 신속하게 결단을 내렸다. 물론 스승의 날을 공자 탄신일 즉 석전(釋奠)으로 정하자는 논의는 20세기 초 중화민국 때부터 있었다. 공자는 중국역사상 제일 먼저 오늘의 대학에 견줄만할 교단을 만든 사람이고, 그 교단의 스승(敎師) 역할을 처음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공자는 “속수(束脩) 이상의 예물을 갖춘 사람에게는 내 일찍이 가르치지 않은 적이 없었다(自行束脩以上 吾未嘗無誨焉)”라고 하여 누구나 배우겠다는 최소한의 예를 갖춘 사람에게는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두 가르친 진정한 의미의 교사였다.

 시진핑 정권의 이번 조치는 중국에서 공자사상을 부활시키겠다는 신호이며, 그렇기 때문에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더 공정하고 청렴하게 정치를 해가겠다는 결의로 해석할 수 있다.

 수필문우회 회장·뉴시스 상임고문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45호(9월30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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