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맛있다, 그러나 감칠맛은 없다…국립극단 연극 '맥베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의 '맥베스' 프레스콜에서 맥베스 역의 배우 박해수(오른쪽)와 부인 역의 김소희가 열연하고 있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화려하고 잔인한 작품으로 야망의 늪에 빠진 정직한 영혼이 악의 화신으로 파멸해 가는 이야기다. 2014.03.07. [email protected]
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의 셰익스피어 '맥베스'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이다. 시대 배경은 원작과 같지만, 최소화한 무대와 세련된 의상으로 모더니즘 분위기를 풍긴다.
국립극단의 '맥베스'에서는 특히 벌집처럼 구멍이 뚫려 있는 금속으로 만든 무대 중간 가림막, 가죽 등을 이용해 변형한 수트, 전투경찰의 방패 등이 눈에 들어온다. '무대미술의 대모'로 통하는 무대미술가 신선희가 보편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세계를 표현했다. 또 주로 기괴하고 우스꽝스럽게 선보여온 맥베스를 유혹하는 세 마녀도 말쑥하게 다듬어졌다.
전체적인 이야기 역시 깔끔하고 균형 있게 정리됐다. 전쟁터에서 공을 세우고 돌아가는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와 '뱅코우'는 세 마녀에게 "맥베스가 장차 스코틀랜드의 왕이 될 것이며, 뱅코우 후손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한다.
맥베스는 처음에 예언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아내인 레이디 맥베스와 자신의 성을 방문한 '던컨' 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다. 이어서 자신의 예언을 알고 있는 뱅코우와 그의 아들 역시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뱅코우만 죽이고 그의 아들은 놓치고 만다. 맥베스는 이후 뱅코우의 망령에 시달리며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레이디 맥베스 역시 불안과 죄책감으로 건강이 악화된다.
세익스피어의 '맥베스'는 비교적 짧은 분량으로 인간의 선악 대결, 그로 인한 영혼의 황폐화를 강렬하게 그린다. 선과 악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민하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맥베스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공감을 일으키는 주제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의 '맥베스' 프레스콜에서 맥베스 역의 배우 박해수(아래)와 부인 역의 김소희가 열연하고 있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화려하고 잔인한 작품으로 야망의 늪에 빠진 정직한 영혼이 악의 화신으로 파멸해 가는 이야기다. 2014.03.07. [email protected]
관객에게 강렬함을 심어줄 연극적 장치 '한 방'이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나 캐릭터의 그로테스크함이 다소 퇴색됐다는 점도 이 같은 느낌을 거든다.
배우들은 그래도 막이 내릴 때까지 긴장감의 끝을 잡고 간다.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여신님이 보고계셔'로 대학로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배우 박해수(33)는 맥베스의 갈등과 고민, 던컨왕과 뱅코우를 죽이고 난 뒤 심리변화의 상하강 곡선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낸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혜경궁 홍씨'의 믿고 보는 배우 김소희(44)는 섹시한 요부와 한 없이 무너지는 여성의 모습을 안정적으로 오간다.
이례적으로 맥베스 레이디를 연기한 김소희가 맥베스 박해수보다 열한살이 많다. 김소희는 연극계에서 연기력을 누구나 인정하는 선배다. 이는 맥베스 레이디가 맥베스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데 묘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여느 연극 '맥베스'보다 부부 사이가 관능적으로 보여지는데 보탬이 됐다.
섹시하고 말끔하며 현대적인 '맥베스'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겠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혔다. 현대인의 욕망과 무의식을 투영, '맥베스'의 현대성을 극대화시킨다는 의도도 잘 살렸다. 다만, 곱씹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의 '맥베스' 프레스콜에서 맥베스 역의 배우 박해수(아래)가 열연하고 있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화려하고 잔인한 작품으로 야망의 늪에 빠진 정직한 영혼이 악의 화신으로 파멸해 가는 이야기다. 2014.03.07. [email protected]
말끔하게 잘 만든 작품 그러나…★★★☆
한편, 국립극단의 '450년 만의 3색 만남'은 '베니스의 상인'을 각색한 정의신 연출의 '노래하는 샤일록(4월 5~20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세익스피어의 후기 동명 걸작을 재해석한 김동현 연출의 '템페스트'(5월 9~25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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