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폭탄 핑퐁게임...협상 결과 따라 전면전 여부 결정

【함부르크(독일)=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회담을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2017.7.9
양국간 예비협상 결과 따라 상황 유동적
중국, 어디까지 양보 가능할지가 포인트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예상했던 대로 중국 정부가 4일 500억 달러(약 53조원) 상당의 대두, 자동차, 항공기(중형 비행기), 화공품(화학제품) 등 14개 종류, 106개 품목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간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양국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현재 대치하고 있지만, 무역전쟁에서 어느 쪽도 승자가 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예비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양국은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강대강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 미중, 관세 놓고 핑퐁게임…긴장 고조시켜
미중이 지난달 하순께부터 관세부과 핑퐁게임을 하면서 양국간 긴장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지난 3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500억 달러 상당의 관세를 부과하는 각서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 무역적자를 언급하며 "800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 중 절반을 중국이 차지한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관계는 공정하지 않다. 중국에 즉시 무역적자를 1000억 달러 줄여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몇 시간 뒤인 같은 달 23일 중국 정부는 30억 달러(약 3조24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철강, 알루미늄, 와인, 돼지고기 등 품목에 대한 관세 보복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당시 중국 상무부는 관세가 부과될 미국산 제품을 크게는 2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총 128개 품목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지난해 기준 약 30억 달러 규모라고 전했다.
첫번째 카테고리는 약 9억7700만 달러규모의 120개 미국산 제품을 겨냥했다. 과일, 건과 및 견과, 와인, 에틸알코올, 서양인삼, 심리스 강관 등이 포함됐다. 다음으로 19억9200만 달러 규모로 돼지고기 및 그 가공육, 재활용 알루미늄 등이 8개 품목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한다. 상무부는 120개 품목에는 15%, 8개 품목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보복관세는 이번 달 2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3일(현지시간)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수입품 1300개 품목 발표로 맞섰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이날 홈페이지(https://ustr.gov)에 공개한 품목을 살펴보면 화학제 원료, 의약품 원료, 기계부품 등이 매우 세부적으로 열거돼 있다. 그런가하면 가정용 제과제빵 오븐, 산업용 오븐, 가정용 및 업소용 식기세척기까지도 관세 부과 대상으로 적시했다. 산업 로봇, 발광 다이오드, 반도체, 리튬 이온 배터리 등 첨단기술들도 포함됐다.
특히 의약품 원료 및 의료장비 항목들을 보면 항산화제인 코엔자임 큐텐, 인간용 백신은 물론 동물용 백신, 소매용으로 포장된 항생제, 당뇨환자용 인슐린제, 알러지 치료제 원료, 항우울제, 혈액제 등은 물론이고 치과용 시멘트와 충전제 등이 과세 대상에 올라있다. 심박기, MRI 기계, 제세동기 등 의료장비들도 다수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
기계류로는 선박용 증기터빈, 항공기용 피스톤 엔진, 선박용 증기 터빈, 항공기 엔진의 내부 연소 부품, 농산물 건조기, 목재 및 종이 펄프 건조기, 정수기 부품, 자동화(로봇)관련 부품, 용기 포장 기계 등이 과세 대상으로 지목됐다.
그외 항공기용 압축공기 타이어, 철강 합금 제품, 알루미늄 합금 제품 등도 목록에 올라 있다.
이 같은 발표가 있은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중국 정부는 4일 500억 달러(약 53조원) 상당의 대두, 자동차, 항공기(중형 비행기), 화공품(화학제품) 등 14개 종류, 106개 품목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CC)TV에 따르면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14종류, 106개 품목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일괄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가 공개한 리스트에는 대두, 옥수수, 면화, 수수, 쇠고기 및 그 냉동제품, 술(위스키), 담배, 오렌지 주스, 자동차(트럭 및 SUV), 항공기 등이 포함됐다. 항공기의 경우 이륙중량이 1만5000~4만5000㎏인 중형 비행기라고 상무부는 설명했다.
◇ 미중, 관세 협상 여지 남겨놔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향후 30일간 미국내 기업들의 입장을 청취하면서 5월 15일에는 공청회도 열 예정이다. 그런 다음 실제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그로부터 180일 내에 결정할 계획이다. 중국도 4일 보복관세를 발표하면서 관세 부과 시기는 추후 공지한다고 밝혔다.
양국이 이처럼 실제로 관세를 적용하는 시기에 여유를 두는 이유는 현재 진행중인 양국간 예비협상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도 양국이 당장 전면전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예비협상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대단히 존경한다"면서도, 미국의 무역적자를 완화하고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발트해 3국(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정상들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그(시 주석)는 굉장한 사람이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과 문제가 있다"면서 "그들(중국)은 무역적자를 창출했으며, 나는 정말로 솔직히 전임 대통령들을 이 문제와 관련해 비난한다. 우리는 한해에 500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갖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는 중국과 협력할 것이다. 중국과 협상할 것이다"며 "다시(말하는데), 중국과 우리의 관계는 매우 좋고, 우리는 그 방식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무역적자를 진정으로 완화하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비춰보면 중국이 미국에 어떤 방식으로든 양보를 하지 않을 경우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 역시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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