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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치킨 게임' 벌이는 美·中, 서로 승리 자신하며 정면 돌진

등록 2018.04.04 18: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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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열린 환영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참석하고 있다. 2017.11.09

【베이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열린 환영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참석하고 있다. 2017.11.09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한치의 양보 없는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쪽이 무역 제재 조치를 내 놓으면 곧바로 보복책을 발표하는 정면 대결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 국무원 산하 관세세칙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대두, 자동차, 화학 제품 등 미국산 수입품 16개 분야 106개 품목에 최대 25%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관세 부과 시기는 아직 공지되지 않았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자제품과 항공, 기계류 등 중국산 수입 품목 1300개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보복 조치를 공개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2일 600억 달러(약 65조 원) 규모의 대중 무역 보복 패키지를 승인했다. 이를 통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미국 투자도 제한하기로 했다.

 중국은 바로 미국산 철강, 알루미늄, 와인, 돼지고기 등의 품목에 30억 달러 상당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달 2일부터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대중 강경 무역책이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과 불공정 무역 관행, 지적 재산권 침탈 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야말로 불합리한 보호주의로 고집을 부린다고 맞받았다.

 양국 정부는 무역 갈등을 놓고 서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CC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최종 관세 조치를 발동하면 중국은 동일한 규모, 금액, 강도로 즉각 반격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책을 이끌고 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지난 25일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 전쟁 우려에 대해 "다들 진정하라. 미국 경제는 황소처럼 강하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같은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보호무역 행위를 비판하고 이제는 중국이 앞장 서 개방을 통해 자유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대중 무역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어떤 나라(미국)가 거래하고 있는 사실상 모든 나라와의 교역에서 수십억 달러를 잃고 있다면 무역 전쟁은 좋은 것이다. 이기기도 쉽다"고 우쭐댔다.

 미중 무역분쟁을 지켜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 상황의 여파로 중국의 경제 개방과 무역 원칙 준수가 촉진될 거란 전망과 양국이 더욱 심한 진흙탕 전쟁에 빠져들 거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경제지 포춘은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수준의 치킨 게임에 휘말렸다며, 양쪽모두 빠른 속도로 서로를 향해 돌진하면서 상대방에 먼저 물러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훨씬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더 크다는 얘기이므로 트럼프의 주장이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무역 전쟁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포춘은 무역 상품들 중에서도 중요한 품목이 있고 중요도가 덜한 제품들이 있기 마련이라며, 다른 나라 제품으로 대체가 가능한 항목이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중국이 미국 보잉기 항공사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대신 유럽산 에어버스 비행기 수입한다거나, 미국산 대두 대신 브라질, 아르헨티나 대두 구입을 늘리는 식으로 무역 분쟁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중개업체 포렉스타임의 수석 시장 전략가 후세인 사예드는 "눈에는 눈 식의 관세는 '루즈 루즈'(모두가 패배하는) 상황"이라며 "긴장 고조 뒤 세계 최대 경제 대국 두 곳이 절충안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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