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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노 송정빈이 안무했다 '포모나와 베르툼누스'

등록 2018.07.27 15: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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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노 송정빈이 안무했다 '포모나와 베르툼누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송정빈(32)이 안무가로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6년 선보인 '흉터'와 지난해 만든 '잔향', 사랑과 이별 시리즈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8월 4, 5일 강동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 국립발레단 'KNB 무브먼트' 시리즈에서 선보이는 신작이자 세 번째 안무작 '포모나와 베르툼누스'의 분위기는 이전 작품들과 다르다.

그리스 로마 신화 '베르툼누스와 포모나'에서 모티브를 얻은 밝은 작품이다. 오직 정원 가꾸기와 탐스러운 과일을 열리게 하는 일에만 몰두하던 숲의 님프 '포모나'가 그녀에게 구애하는 계절의 신 '베르툼누스'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다.

'흉터'로 처음 안무를 시작한 송정빈은 "경험이 가장 중요하더라"고 털어놓았다. "살아온 방식에서 아이디어와 감정이 떠올랐고 그렇게 하다보니 표현하고 싶더라"는 것이다. "이번 작품은 아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어 신화를 골랐죠."

오페라 '마농'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의 밝은 곡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한다. "이전 두 작품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어두운 분위기였는데, 밝은 분위기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또 기존의 작품이 컨템포러리 발레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옛이야기를 소재로 한 클래식 발레에 가깝다. '베르툼누스와 포모나' 이야기도 클래식 발레를 위한 소재를 찾다가 발견했다. 작품 형식도 이야기와 맞아떨어진다. 남녀 솔로 춤과 2인무로 구성된 그랑 파드되다. 국립발레단 단원인 김지현, 허서명이 출연한다.

'KNB 무브먼트' 시리즈는 강수진 예술감독 겸 단장이 국립발레단 소속 무용수들의 잠재적인 안무 능력을 발굴하기 위해 선보인 것이다. 올해는 송정빈 외에 박나리, 박슬기, 배민순, 신승원, 이영철, 정영재, 김명규가 안무가로 나선다.

송정빈은 앞 시리즈에 두 차례에 참여하며 안무 실력을 검증 받았다. 2016년 10월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 덴마크 현대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전시 '무지개 집합'과 연계 공연으로 '흉터'를 공연하기도 했다.

송정빈은 "제가 안무가로서 증명된 사람도 아니어서 협업 자체가 영광이었다"면서 "물안개가 퍼지는 공간 안에서 사랑 이야기를 하니까 더 감성적이 되더라"고 돌아봤다. '흉터'는 8월 국립현대미술관 문화프로그램의 하나로 또 공연이 예정돼 있다. 

200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송정빈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발레를 시작했다. 몸이 약해 부모가 권했다. 그러나 중학교 는 인문계를 다녔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러시아로 발레 유학을 가면서 본격적으로 춤을 시작했다. 현지 페름 발레스쿨을 나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졸업했다.

국립발레단의 최근 흥행성공작 '안나 카레니나'에서 안나와 정략 결혼한 남편 '카레닌'을 맡아 탁월한 감정 연기를 선보였지만 정작 본인은 "발레를 진짜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겸손해했다. "준단원, 정단원, 코르드 발레, 데미 솔리스트, 솔리스트···, 차근 차근 올라온 케이스에요. 그나마 장점은 꾸준함"이라며 멋쩍어했다.

발레리노 송정빈이 안무했다 '포모나와 베르툼누스'

그러나 무용수로서뿐 아니라 안무가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송정빈에게 발레단이 거는 기대는 크다. 좋은 무용수가 안무가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 것을 높게 평가한다.

"저는 정말 운이 좋아요. 좋은 작품의 주역도 하고 안무도 하게 됐죠. 그러다 보니 안무가가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됐죠. 무용수일 때 제가 부족했던 부분을 새삼 떠올리게 되는 거예요. 춤을 춰봐서 쉽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감정이 다른데 자신이 느낀 감정과 같은 것을 뽑아내려 했던 부분이 어려웠다. "감정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들어가게 됐어요. 덕분에 소통, 교감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죠. 관객들 역시 특정 감정에 대해 느끼는 것이 다르니, 더 소통에 대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게 됐죠."

연극·뮤지컬도 좋아하는 송정빈은 "한때 '춤을 추는 우리도 말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런데 지인의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어요. '말을 하지 않아 더 많은 걸 전달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카운터펀치를 맞은 느낌이었어요. 본인의 이야기를 몸짓과 표정으로 전달하면, 더 많은 걸 상상할 수 있다는 거죠. '관객을 이해를 시키지 말라'는 말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안무가로서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 무용수로서뿐 아니라 '개인 송정빈'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저는 안무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근데 안무 작업을 통해 춤이 더 좋아졌어요. 더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생각이 나고요. 이렇게 작업하다 보면 꼭 안무가가 아니더라도 다른 길이 보이지 않을까 해요. 연출가 또는 제작자도 될 수 있죠. 안주하지 않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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