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결혼' 개헌 국민투표, 투표율 미달로 무산…보수층 패배
투표율 20.4%...30% 넘지 못해 무효

【부쿠레슈티(루마니아)=AP/뉴시스】게이 프라이드 행진이 펼쳐진 9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무지개 깃발을 든 두 여성이 서로 얼싸안은 채 키스하고 있다. 행진에 참여한 사람들은 동성애 커플들에게 더 큰 권리를 요구했다. 2018.6.10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헌법의 결혼 관련 조항에 성별을 명시하자는 루마니아의 개헌 국민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실패했다.
7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양일 간 실시된 루마니아의 국민투표 투표율은 20.4%에 그쳤다. 투표 결과가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해 필요한 30%에 미치지 못했다. 최종 결과는 8일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국민투표는 헌법 상 결혼의 개념을 성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한 '배우자 간 결합’에서 '남성과 여성 간 결합’으로 바꾸자는 주장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이는 향후 동성결혼 허용을 막기 위한 초석으로 보수 정당과 비정부기구 '가족 연대', 루마니아 정교회 등의 지지를 받았다.
가족연대의 미하이 게오르기우 의장은 투표에 앞서 BBC에 "한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라는 결혼의 정의를 헌법적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마니아 정교회는 "이번 국민투표는 가족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일이자 영원한 가치와 일시적인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영적 성숙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지난 5일 발표된 설문에서 개헌 찬성 여론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면서 루마니아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듯 했다. 그러나 의견 표명 자체를 거부한 반대 진영의 전략이 실제 투표에서 보이콧으로 이어졌다.
국민투표 실시에 하루 앞선 지난 5일 유럽의회 의원 47명은 루마니아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개헌은 성소수자 가족 뿐 아니라 한부모 가정, 비혼 유자녀 가정, 조부모 가정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국제 앰네스티 역시 "국민의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차별을 더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일가유럽(ILGA-Europe)에 따르면 성소수자에 대한 루마니아의 평등 수준은 EU 28개국 중 25위다.
루마니아는 또 유럽연합(EU)에서 동성 결혼이나 시민 결합(civil union)을 허용하지 않는 6개 국가 중 하나다.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앞서 유럽의 한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결혼한 동성 부부가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다른 국가에서도 이성 부부와 동일한 권리를 갖는다고 판결했다.
동성결혼 지지 단체 억셉트(Accept)는 "이번 국민투표는 법의 변화가 아니라 루마니아의 비전에 관한 것"이라며 "국민투표를 실시할 법적 근거는 애초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루마니아 국민이 증오와 혐오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며 "우리의 마음은 유럽인으로 남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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