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음원사재기 의혹' 논란...기계를 어떻게 이기라는 말이냐
박경 '사재기 발언' 이후 실명 언급 가수 6팀 법적 대응
래퍼 마미손, 사재기 의혹 꼬집는 곡 공개
정부도 대책 마련 ‘온라인 음원차트...공정성 세미나’

【서울=뉴시스】 박경.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19.11.26 [email protected]
박경은 지난 24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라고 적었다.
박경이 거명한 가수들은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음원 사재기' 의혹은 사실로 밝혀진 적이 없어 박경의 이번 공개 저격은 파장을 낳았다. 예상대로 거명된 6팀 모두 박경을 상대로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박경의 소속사 세븐시즌스는 맞대응을 예고했다. "향후 법적 절차가 진행될 경우 변호인을 선임해 응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세븐시즌스는 "실명이 언급된 분들 및 해당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불편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양해 말씀 드린다"고 사과하기는 했다.
다만 "본 건을 계기로,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현 가요계 음원 차트 상황에 대한 루머가 명확히 밝혀지길 바란다"고 했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건강한 논의가 있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경과 여섯 팀의 법정 공방 과정에서 사재기 의혹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 송하예. (사진 = 더하기미디어 제공) 2019.11.25 [email protected]
또 송하예는 박경에 대해 "라디오에서 만나 진심어린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셨던 선배님께서 커리어에 큰 피해가 될 것을 감수하면서도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끝까지 지치지 않고 지금처럼 당당하게 음악 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래퍼 마미손이 가세했다. 그는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재기 의혹을 꼬집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공개했다.
발라드 풍의 이 곡에는 ‘박형’이라는 노랫말이 나온다. 앞서 '별의 노래'를 통해 호흡을 맞춘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을 가리키는 동시에 박경을 지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경에게 힘을 실어주는 노래인 셈이다.
"별거 없더라 유튜브 조회수 페북으로 가서 돈 써야지" "1000개의 핸드폰이 있다면 '별의 노래'만 틀고 싶어" "기계를 어떻게 이기라는 말이냐. 내가 이세돌도 아니고" 등 노랫말에는 그간 가요계에서 제기된 사재기 의혹 행태를 나열했다.

【서울=뉴시스】 마미손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사진 = 유튜브 캡처) 2019.11.27 [email protected]
음원 사재기는 브로커 등이 수백 대의 휴대전화와 PC 등의 스트리밍 건수와 다운로드 횟수를 인위적으로 늘려 순위를 조작하는 것을 가리킨다. 의혹이 절정에 달했던 2013년 이후 가요계에서는 꾸준히 사재기 의혹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부터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일부 가수가 속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이자 소셜 미디어를 바탕으로 한 바이럴 마케팅 회사가 중심에 있었다.
이 회사는 다수의 회원이 있는 음악 페이지를 자체적 운영하고 있다. 이 페이지에 가수가 소개된 후 순위가 급상승했는데 일부에서는 이를 문제 삼았다. 이와 관련 소셜 미디어 바이럴 마케팅과 관련한 편법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작년 논란 이후 주요 음원사이트들은 '차트 프리징(freezing)'을 도입했다. 오전 1시부터 7시까지 새벽 시간대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사재기가 시도될 수 있는 새벽 시간대의 차트 집계를 제외, 구조적으로 음원 사재기를 막겠다는 의도다. 보통 음원플랫폼 첫 화면에 등장하는 실시간 차트를 없앤 곳도 있다.

【서울=뉴시스】 '건전한 음원·음반 유통 캠페인 윤리 강령 선포식' (사진 =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제공) 2019.11.22 [email protected]
이로 인해 군중심리로 따라 듣는 이들이 늘어난다. 이후 인터넷 기사, 방송 출연 등의 부가 혜택이 생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팬덤에 따라 순위가 갈린다. 다양한 음악보다는 이지 리스닝 계열의 신곡이 난무하게 된다.
작년 싱어송라이터 윤종신이 이 문제를 짚은 적이 있다.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니 차트에 어떡하든 올리는 게 목표가 된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음반 제작사 관계자는 "사재기 의혹 해소는 가요계의 오랜 숙원"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공론의 장을 만들어 가요계가 함께 뿌리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최근 가요계에서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기는 하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 음악 산업 단체들은 지난 22일 '건전한 음원·음반 유통 캠페인 윤리 강령 선포식'을 열었다. 공정한 유통 환경 조성과 원활한 시장경제 활성 확립을 위한 윤리 강령을 발표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9일 오후 2시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음원사재기 예방 및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 환경 조성을 위한 ‘온라인 음원차트와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공정성 세미나’를 연다.
최근 음원사재기 의혹과 '프로듀스' 시리즈 등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순위 조작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지니뮤직 홍세희 본부장이 ‘온라인 음원차트의 공정성 및 대중음악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제한다. 온라인 음원차트 순위의 공정성, 음원사재기, 바이럴 마케팅과 음원차트, 온라인 음원차트가 대중음악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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