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일문일답]'은퇴' 정근우 "포기하지 않았던 나에게 감사"(종합)

등록 2020.11.11 16:30:3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2005년 SK 입단, 한화 거쳐 LG에서 현역 은퇴

"2루수로 은퇴하게 돼 행복하고 감사"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LG트윈스 정근우 선수가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1.11.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LG트윈스 정근우 선수가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1.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주희 기자 = "2루수로 인사를 드릴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KBO리그를 대표했던 '악바리' 정근우(38·LG 트윈스)가 그라운드를 떠난다.

정근우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프로야구 정근우가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자리다. 프로 지명을 받았단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16년의 세월이 흘러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고 생각하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며 은퇴 소감을 밝혔다.

정근우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2005년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지명으로 SK 와이번스에 입단, 2014년 자유계약선수(FA)로 한화로 이적했다. 2020시즌을 앞두고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었다.

통산 1747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2에 1877안타 121홈런 722타점 1072득점 371도루의 성적을 남겼다. 2루수 중 통산 안타·타점·득점·도루 부문 1위고, 2루수 최다 홈런 3위 기록이다. 2루수 골든글러브 3회(2006, 2009, 2013년), KBO리그 득점왕 2회(2009, 2016년)를 수상했다. 특히 KBO리그 최다 기록인 끝내기 안타 16개를 기록한 바 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로 자리매김한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도 맹활약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년 WBSC 프리미어12 우승 등에 기여했다.

2루수는 그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자리다. 한화 소속이었던 2018~2019년 외야와 1루를 오가며 포지션 변경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그는 선수 생활의 대부분을 2루에서 해냈다.

정근우는 "2루수를 처음 볼 때 선배들이 '내야수가 한자리에서 10년 동안 유지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했는데, '나는 10년 넘게 할 거야'라는 목표를 가졌다. 어떤 사람에게도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 매순간 열심히 살았다"며 "2루수로 은퇴하게 돼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LG트윈스 정근우 선수가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미소짓고 있다. 2020.11.11.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LG트윈스 정근우 선수가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미소짓고 있다. 2020.11.11. [email protected]

정근우와의 일문일답

-은퇴 소감은.
"처음 프로 지명을 받았단 소식 듣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16년이란 세월이 흘러서 마지막 인사드린다고 하니 마음이 아쉽다. 16년 동안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 은퇴하는 것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는 없다.

1~2년 전에 포지션 방황을 하면서 여러 고민도 했는데 (LG에 와서) 다시 한번 2루수로 뛸 기회 얻은 것에 대해서도 감사드린다. 이 자리에서 2루수 정근우로 인사드릴 수 있어 정말 감사드린다. 야구를 할 땐 잘 몰랐는데 뒤돌아보니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 많더라. 그분들이 계셔서 이 자리에 있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제2의 인생도 열심히 살겠다."

-은퇴 계획을 세운 시점은.
"올 시즌 (7월 허벅지) 부상을 당하고 나서부터다. 내 2루수 플레이에 대해 주변에서 하는 기대가 있고, 나도 기대하는 게 있는데 지금은 그때의 정근우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선수로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때가 있다면.
"2008 올림픽과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할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프리미어12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2루수로 나간 마지막 경기였다. 그땐 마지막이란 생각을 못했는데, 자연스럽게 국가대표를 그만두게 됐다. 그때 주장으로서 행복했고, 아쉬움도 많이 남는 것 같다."

-자신을 표현하는 여러 수식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악마의 2루수가 좋다.(웃음) 아시다시피 김성근 감독님께 펑고를 워낙 많이 받아서, 악마의 2루수가 안 되면 안 됐다. 경기에 나갈 땐 항상 위로는 몰라도 양옆으로는 빠뜨리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김성근 감독님과는 어떤 이야기했나.
"왜 벌써 그만두냐고 하셨다. '지금 시기가 온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 덕분에 잘 컸고,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오게 돼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팀 선배 박용택은 은퇴를 예고하고 많은 축하를 받으며 시즌을 마쳤다. 은퇴 발표 미룬 것 아쉽지 않나.
"아쉽다.(웃음) 사람이니까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이 자리도 나에겐 큰 영광이다. 은퇴 발표를 시즌 중 하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 발 물러서서 보니 용택이 형이 축하를 받고 계신데 그 분위기에서 내가 은퇴한다고 하면 누를 끼칠 것 같았다. 용택이형의 은퇴 투어가 끝난 다음도 생각했는데, 팀 순위가 결정 나지 않았었다."

-동갑내기 김태균이 최근 은퇴했지만, 내년에 뛰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만둔 친구도, 내년에 뛸 친구들도 있지만 너무 대단하고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같이 대표팀도 가고, 선의의 경쟁도 했다.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모두가 이 자리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항상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정근우에게 2루수는 어떤 의미인가.
"2루를 처음볼 때 선배들이 '내야수가 한 자리에서 10년 동안 유지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하셨다. '나는 10년 넘게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왔다. 자리 내주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열심히 살 다. 마지막에 이 자리에서 은퇴하게 돼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향후 계획은.
"이제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가장으로서 지금까지 뒷바라지를 잘해준 가족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가장, 좋은 아빠가 될지 고민해봐야 한다."

-은퇴에 대한 가족들 반응은.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집에 갔을 때 아이들이 울지 않고 큰절을 해주더라.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하는데 감동이었다. 아내는 남편이 지금까지 해왔던 매 경기가 감동이었다고, 감사하고 수고했다고 말해주더라."

-입단할 때보다 성장한 2루수로 평가된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고등학교 때 입스가 왔었고, 대학교때 또 입스가 왔다. 프로에와서도 입스가 3번 왔다. 팔꿈치 수술도 3번 했다. 고등학교때 병원에 갔을 때 '이 팔로는 야구를 못한다'고 했다. 그때 포기했다면, 지금의 정근우는 없었을 텐데 이겨내면서 이 자리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KBO리그 역대 최고 2루수라는 평가에 대해 본인 생각은.
"맞다.(웃음) 그만큼 열심히했다. 더 해보고 싶은 것도 많지만 그보다 받은 게 많았다. 우리 후배들이 그 기록을 넘기 위해 열심히할 거고, 본보기가 된 거 같아 홀가분하기도 하다.

-아들이 야구를 하고 싶다고 하면.
"첫째 재훈이가 야구를 하고 있다. 내가 어릴 때 야구에 너무 얽매였다 보니 지치고 힘든 시기가 많았다. 재훈이가 야구를 재미있고, 행복하게 했으면 하는 게 아빠의 바람이다. 아들이 아빠의 기록을 뛰어넘겠다고 하길래 제발 해달라고 했다.(웃음)"

-'선수 정근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어릴 때부터 항상 키가 작은 걸 이겨내려고 누구보다 열심히하려고 했다. 포기하지 않고 매일 나가서 스윙, 달리기, 수비 훈련을 하면서 하루도 포기하지 않은 저에게 감사하다. 항상 힘들 때나, 지칠 때나 포기하지 않은 저에게도 감사하다."

-2루수 만의베이스 매력이 있나. 
"내야수 중  커버나 역동작이 많은 포지션이다 보니 송구 미스나 어려운 부분이 많다. 베이스 커버, 작전 플레이, 팀 플레이 등 할 게 많다. 할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움직였지 싶기도 하다. 되돌아보니 정말 잘해왔구나란 생각이 든다."

-야구선수로 정근우 평가하면.
"정말 잘해왔다.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아서 최선을 다했다. 그 자리에서 항상 1등이 되고 싶어했던 선수다. 그 꿈을 이뤄서 너무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가족과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릴 때부터 야구시킨다고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가 정말 고생 많이했다. 정말 감사드린다. 장인어른, 장모님에게도 감사하다. 덕분에 정말 야구생활을 잘했고,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사랑한다. 지금까지 정근우 정말 많은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덕분에 행복하게 은퇴할 수 있는 것 같다. 너무 감사했고 고마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